첫사랑 썰

딴돈으로 비아그라 사먹고 떡치러 가즈아~~~

첫사랑 썰

링크맵 0 771 2020.03.17 22:47

비도 추적추적 추적 오길래 옛날 생각도 나구

내 첫사랑 썰이나 풀어볼까 해.

 

난 초중고등학교를 다 시골에서 다녔어.

 

뭣 모르던 초등학교 시절이었어.

 

보통 시골에 있는 학교들은 농어촌 학교라고 해서 지원이 빵빵하게 나오는거 알아?

 

그래서 5학년 말 쯤 군에 있는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을 중국으로 4박 5일동안 보내주는 캠프를 했어.

 

그리 넉넉하지 않은 가정살림이었지만 한 번이라도 해외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어린 마음에 부모님께 조르고 졸라서 반은 자비로, 반은 지원받아서 중국에 다녀왔어.

 

함께 간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무슨 심리인지 모르겠어.

그냥 중국에 가자마자 내가 그 친구를 귀찮은 존재로 생각한거야.

 

4박 5일씩이나 룸메이트로 살아야 하고 또 학교가서도 볼 친구인데 그저 심술궂은 마음에 그 친구를 살짝 멀리했어.

 

하지만 그 친구는 귀여운 외모탓에 오히려 나보다 더 형들과 친구들한테 인기가 많았고 저절로 나 혼자 소외되더라.

 

그렇게 4박 5일 중 2일간을 혼자 다니게 되었어.

 

근데 남들 다 같이 다니는데 혼자 다니니까 너무 자존심 상하더라.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거야 이 기분.

(올해 대학생이 됐는데 뼈저리게 느껴지더라 썅...)

 

하여간 3일째가 되던날도 하루종일 혼자 다녔어.

근데 그날은 좀 달랐지.

 

밤에 야시장?같은 데하고 경극?을 보러갔다?

 

이제 버스에서 내려서 야시장에서 1~2시간 구경하다가 경극을 보러가야되는데 어떤 형이 눈에 밟히는거야.

 

캠프에 간 인원도 버스 한 대에서 두 대정도에 모두 탑승 할 정도로 소규모 인원이었던지라 몇일동안 자연스레  그 형을 자주 마주쳤거든.

 

근데 단 한 번도 그 형이 다른 사람이랑 있는 걸 본적이 없는거야.

 

그래서 이 형이라면 나하고 같이 다녀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

 

동시에 이렇게 혼자다니는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

 

하지만 그 당시엔 내가 너무 소외감들고 외로워서 그냥 먼저 다가갔지.

 

"형 일행 없으시면 저랑 같이 다니실래요?"

 

"어? 그래 맘대로 해 ㅋㅋ"

 

너무 기뻤어.

 

내가 부린 심술때문에 친구도 잃도 홀로 외롭게 여행하던 와중에 그래도 나한테도 같이다닐 사람이 생겼으니까.

 

머리에 비니를 쓰고 범생이 같은 안경을 끼던 형이었는데

나에겐 그 순간 만큼은 세상 멋져보였다.

 

그렇게 둘이서 야시장을 함께 갔어.

 

중국 전통 가면같은 것도 보고, 먹을것도 많이 먹었어.

5만원이나 환전해 갔거든! (내가 어릴 땐 돈을 잘 쓸줄을 몰라서 안 썼었어. 심지어 기념품도 부채랑 장난감 달랑 사왔었다 ㅋㅋㅋ)

 

근데 꼬치요리를 먹었는데 중국 음식이 너무 입맛에 안 맞아서 맨날 컵라면만 먹고 고생하고 있던 와중에 오랜만에 입맛에 맞는 요리를 먹은거야.

 

그래서 너무 맛있어서

 

"와 형 이거 ㅈㄴ 맛있다..."

 

라고 했는데 형이

 

"ㅋㅋㅋㅋㅋ ㅈㄴ라는 말은 좀 심하지 않아?"

 

웃으면서 물어보는거야.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

 

아 맞다 나이차이는 한 살 차이였어.

 

이제 예비 중1정도 됐으면 욕에는 좀 익숙할 법도 한데

뭔가 조금 반응이 이상한거야.

 

그래도 세상에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많으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어.

 

그렇게 야시장도 같이 가고 경극도 같이 보고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지.(호텔이었따 ☆)

 

그래서 형이랑 같이 내리려고 형 자리에 갔는데 자고 있는거야.

 

그래서 웃으면서 형 일어나 다왔어 ~ 하고 형을 깨우고 있었어.

 

근데 옆에 지나가는 누나들이 웃으면서

 

"야 걔 형 아니야 ~" 

 

..?

 

저 누나들이 야시장에서 단체로 약을 빨았구나 하고 넘겼어.

 

그렇게 형을 깨워서 숙소로 같이 돌아왔어.

 

형 방 번호도 받았고.

 

내 방에 도착하자마자 10분만에 씻고 바로 형네 방으로 직행했어.

 

문을 두드리고 두드렸는데 사람이 안나오는거야.

 

그렇게 한 3분 두드렸나?

 

누가 문을 빼꼼히 여는데

 

여자인거야.

 

'응??? 뭐지이거?'

라고 생각하면서

 

"혹시 홍준이 형 안에 있나요?" 하고 물어봤어.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홍준이 형은 없는데 홍준이 언니는 씻고있어 ㅋㅋㅋ"

 

.

.

.

.

자 이제 느낌이 팍 오지?

 

그래.. 너네가 생각하는 그대로야...

 

근데 진짜 눈치 못 챈 너가 ㅂㅅ 아니야? 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는데

 

진짜 그때 누나의 외모는 순도 100퍼센트 남자의 것이었어.

 

쉬어서 보이쉬한 목소리,패션, 긴머리를 몽땅 숨겨주는 비니, 범생이 안경, 진짜 억울할 정도로 남자같은 이름...

 

뒷통수가 얼얼하더라 ㅋㅋㅋ

 

그래도 그 나이때는 여자남자 개념이 그렇게 큰 의미가 있을 나이가 아니어서 그걸 알고 나서도 빠르게 수긍할 수 있었지.

 

누나랑 놀면서 들어보니까 머리를 거지같이 잘라서 비니를 쓰고 다닌거였고 어차피 남자로 오해 많이 받아서 형이라고 불러도 상관 없다고 ㅋㅋ

 

근데 나머지 시간들을 중국에서 함께하면서 뭔가 내가 점점 친구를 대하는 감정이 아니라 다른 감정들이 섞이기 시작하는거야.

 

또래 애들보다 월등하게 지적이고, 털털하고, 의외로 호텔에서 비니를 벗었을때 잠시 보았던 긴머리가 너무 잘 어울리더라고. 왜 자기만 모르나 몰라... 하여간,

 

남몰래 나 혼자 다른 감정들을 싹 틔우고 있었어.

 

그치만 시간은 어린 친구 마음까지 헤아려 줄 정도로 친절한 존재가 아니었고, 내 마음은 표현도 못한채 그렇게 캠프가 끝나버리더라 ㅋㅋㅋ

 

공항에서 안녕을 하곤 그 이후론 연락도, 만나지도 못 했어 ㅋㅋ

 

난 핸드폰을 중1때 처음 샀거든.

 

나중에 캠프갔다와서 집으로 보내준 캠프 책자에서도

그 누나 이름이랑 사진은 보이지를 않더라.

 

그렇게 너무 싱겁게도 내 첫사랑은 끝나게 되었어.

 

중국에서 멀어진 친구랑도 특유의 뻔뻔함으로 들이대서 3일차부터 같이 놀아서

 

걔도 나랑 같이 그 누나랑 놀았었거든.

 

걔는 중학교인가 고등학교때 똑같은 캠프로 중국을 한 번 더 갔었는데

 

거기서 그 누나를 봤다더라.

 

비니 안 쓰고 긴머리하니까 이쁘다고 하더라 ㅋㅋㅋ

 

글도 너무 두서없고 재미없고

그냥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할게.

 

 

한국에 21살중에 홍준이란 이름 가진 여자는 별로 없을 거 아니야??

내가 성을 분명 김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쫌 가물가물 하긴 해 ㅋㅋㅋ

하도 오래 됐으니까..

 

지인중에 얘다 싶은 사람 있으면 모해친구들이 좀 보여주라 ㅋㅋㅋ 그 누나가 볼 수 있게 ㅋㅋ

 

하여간

 

ㅇㅅ여고 나온 홍준이 누나 ! 그때 나 누나 쫌 많이 좋아했다?

 

내 부탁 흔쾌히 들어준 것도 고맙고 나랑 같이다니면서 투정 한 번 안 부려서 너무 고마워 ㅋㅋㅋ

 

지금은 누나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슨일을 하는지 나로써는 도저히 알 방법이 없지만

 

그래도 누나라면 잘 살고 있을거라고 믿고있어 ㅋㅋㅋ

 

중 고등학교때 여친도 사겨보고 별 짓을 다 했지만

누나가 아니라서 그런지 연애하는 것 같지가 않더라 ㅋㅋ

 

누나가 만약에 내가 쓴 글 보면 얘는 글 솜씨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놀리겠지? ㅋㅋㅋㅋㅋㅋㅋ

 

할 말 너무 많은데 닿질 않을테니까 한 마디만 더 하고 글 마칠게 ㅋㅋ

 

많이 좋아했었어 누나.

 

 

 

아 씨 모해 바보친구들을 위한 세줄요약 빠뜨렸다;;

 

1.중국 캠프가서 만난 형이랑 같이다님.

 

2.알고보니 여자.

 

3.좋아했었지만 아무것도 못하고 추억으로 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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