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바하는 곳은 cctv 유동인구 조사이다. 말 그대로 어디에 몇명이 오는지 cctv로 24시간 영상을 빠른 배속으로, 나이별, 성별별로 파악하는일임
시작한지 얼마 안됐지만, 앉아있는거 좋아하는 나에겐 천직과 다름 없었다
하지만 모든 알바엔 문제점이 있다
나보다 일찍 알바를 시작한 누나가 있었다. 이 누나 별명은 쿰척쿰척으로, 나는 솔직한거야~ 라며 알바들에게 험한말을 함부로 하고, 맘에 드는 애에겐 편히 대하는 사람이다
나는 다행히 후자에 속해 있었고, 전자 속한 친구들은 뒷담으로 ㅆ발ㅆ발하며 지냈다.
이 알바는 사장이 착해서 꿀이었다. 늦은 출근 빠른 퇴근 가능, 식비 줌, 쉬고 싶을땐 너네 알아서 쉬고 매일 하루 분량만 끝내면 니 좆대로 퇴근해라 이다.
나는 한번 앉으면 5시간 이상 일하는 공장 톱니바퀴 같은 존재로, 32 배속으로 오차 인원 5명 이하, 3일치를 하루만에 뽑아내는 기계 그 자체였다.
기간 알바라서 내 할당량 다 끝내고 출근해서 겜이나 해야겠다는 생각이였다.
어느날 알바 한명이 도망을 가 사장님이 한명을 더 채웠다. 새로온 사람은 여자였는데, 발정기 개새끼마냥 쿰척누나는 보적보를 실현했다.
물어보면 왜 그것도 모르냐
실수하면 왜 그거를 실수하냐
문제는 평소엔 다른 알바들이 쿰척누나 편이지만, 알바기간이 거의 끝나가자, 태세전환은 국회의원 당선전 당선후와 똑같아졌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런일이 있고 난뒤 아는 형이 사건을 터트렸다.
새로온 알바녀 새알누나랑 친해지고 싶던 아는 형은 새알누나의 작업을 도와주다 문득 이상한걸 느꼈다.
Cctv인원을 적는 종이에 쿰척누나의 낙서가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왜 새알누나의 용지에 쿰척누나의 낙서가 있냐고 물어봤고, 나는 옆에 있던 아는 누나와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2주 전, 쿰척누나는 알바 종료 전날에 그만둘 거라는 말을 '후자' 친구들에게 말을 해둔 상황이였다. 평소에는 알바가 도망가면 '책임감 없다, 개념이 없다.' 라며 욕을 해 놓고는 자기 자신은 당당히 그 말을 했다.
물론 할당량을 다 했다면 문제가 될게 없지만 알바 끝나기 4일 전인데 할달량의 20퍼센트, 확인해 보니 15일에서 3일치만 일을 하고 그만 둘 생각을 했고, 남은 작업을 새알누나에게 떠넘기고 사무실에서 폰만 잡고 있었다.
우리는 30분간의 긴 토론끝에 사장님에게 사건의 정황을 말했다.
사장은 카톡을 받은지 10분도 안돼서 사무실에 찾아왔다. 왼손에는 하얀 봉투에 무언가가 가득 들어있었다.
"ㅅㄹㄹ야 쿰척이가 작업한 분량이랑 cctv하드 들고 와봐"
나는 책상 밑에서 바로 하드를 꺼냈고, 사장은 cctv를 보기 시작했다.
인원은 처음부터 맞지 않았다. 유동인구거 0인 시간대에 수십명을 적은 구간도 있었고, 유동인구가 넘칠땐 0이라 적은 부분도 있었다.
더더욱 사장님을 빡치게 한건 cctv가 고장나 녹화가 안된 시간이 있는데, 유동인구에 숫자를 써 놓은것을 본것이었다.
보지도 않고 가라를 쳤단 소리였다.
다들 이제 쿰척누나가 유쾌통쾌 싱글방글 털리는일만 기다리던 우리는 더 큰 일을 맞이했다.
"...다들 1일치 분량좀 가져올래요?"
"네?"
"전부 다 1일치 분량, 아니 다 가져와봐요."
나를 제외한 전부가 얼굴이 굳어졌다. 다들 절반 정도만 했지만, 눈치 없던 난 10퍼센트 정도만 남은 작업물을 들고 갔다.
"여기는 ㅅㄹㄹ씨만 일하나?"
"..."
다들 오차 인원이 있었다. 하지만 내 1일차 cctv분석은 오차인원이 0명 이였다.
10명 일하던 사무실은 그날 5명으로 줄게 되었다. 짤린 5명의 분량은 짤린 알바생들 눈 앞에서 세절기에 넣어 버렷고, 쿰척 누나를 제외하고 절반의 알바비를 넣어줬고(쿰척은 0원), 쿰척누나는 눈물을 훔치며 밖으로 뛰쳐 나갔다.
밖으로 나가자 아는형과 쿰척누나는 주먹질 전까지 싸우고 있었다. 너가 일을 개 병신처럼 해서 우리가 짤린거라며...
사장님은 나에게 3명분의 분량을 더 주며
"ㅅㄹㄹ씨한테 미안한데... 4배로 줄테니까 이것좀 끝내 줄수 있을까?"
라며 내게 부탁을 했고, 하루 일당 7만원에서 28만원으로 개 고소득 수입 알바로 전환되어, 45일치 cctv 4대 분량을 2주만에 해버리게 되었다.
믿음을 얻긴 어렵지만, 얻으면 쉽게 잃어버리기 어렵다는걸 40일치를 가라를 쳐도 확인도 안하는 사장님 덕에 알수 있었다.
나는 한달 단기 알바로 300 넘는 돈을 받게되어 부모님에게 용돈으로 드려땅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