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청운의 꿈을 품고 대학입학했을 때다
신입생답게 학교 동아리에 가입을 했고
1학년때 거기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거기서 내 바로 1년 위 선배년이 있었다
뭔가 꼬장꼬장하고 여우같은 년인데 그걸 드러내지 않는
고단수같은 스타일이었지.
근데 동아리 선배 중에 부자집 아들이 있었는데
역시 부자집답게 강화도에 별장이 있다는기야.
그래서 동아리 사람들이 그 별장에 mt겸 다 놀러갔지
거기서 첫날 묵는데
방구석에서 이상한 지네같은 벌레가 나온거야.
여자애들은 기겁을 하고 남자들도 피하는데
하필 내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었다.
그래서 내가 용감하게 그 벌레를 옆에 있는 책으로
때려잡았지.
솔직히 나라고 그 벌레가 안 징그럽고 안 무서웠겠냐?
하지만 20살 남자애의 마음 속에는
벌레를 보고도 겁먹지 않고 당당하게 잡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동아리 여자애들에게 점수 좀 따고싶어하는 마음이 작동했던거지.
그리고 그렇게 벌레를 때려잡고 난 뒤
일부 남자애들의 탄성과 일부 여자애들의 비명이 작렬한 뒤
비수처럼 내 심장을 찌르는 말이 들려왔다.
어떤 여자선배가
:어휴~ 생긴대로 노네 "
이렇게 말하더라.
나는 그 얘기를 똑똑히 들었다.
하지만 절대 고개를 돌리지 않고
못 들은척 씩 웃었다.
왜냐하면 고개를 돌려서 그 말을 한 년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그년을 무참하게 두들겨 패서 내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널거 같은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끝까지 그 말을 한 쪽으로 고개를 안 돌리고
못 들은척
그냥 벌레 잡아서 의기양양한척 씩 웃으면서
벌레 치운다고 쓰레기통 근처로 갔다.
그리고 그렇게 mt는 계속 진행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도
계속 그 말이 잊혀지지 않더라.
나는 기껏 비명지르고 꺅꺅대는 년들을 위해
더러움을 감수하고 벌레를 잡아줬는데
그에 대해 돌아오는 보답으론
감사의 인사는 커녕
내 외모가 거칠고 투박하다는 이유로
생긴대로 논다는 핀잔이나 들어야했다.
어쩌면 그년은 평소에 나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쭉 하고있었음에도
마음 속에 감춰뒀다가
그런 돌발상황이 터지는 바람에
자기도 모르게 속마음을 얘기한 것이겠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 더럽고 괘씸하더라.
살면서 많은 불쾌한 경험이 있고, 행복한 경험이 있고
그 중 대부분은 잊혀지지만 또 몇개는 잊혀지지 않는게 있다.
저 일을 겪은지 어느덧 십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남중, 남고 테크를 타고 대학에 갓 입학한, 세상물정 모르는 나에게
남녀가 공존하는 집단에서 외모가 얼마나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좌우할 수 있는지 깨닫게 해 준 최초의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