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게이들아, 요즘 미국 얘기 많이 올라오는 것 같아서 나도 하나 써보려고 해.
나는 미국에서 대학교까지 졸업하고 미국 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게이야.
우리 학교에 한국인 직원이 워낙 없어서 신분증 인증은 생략할께.
본격적으로 얘기를 시작할게.
나는 작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동부 한 4년제 사립 대학교의 연구 보조로 취직했어.
사실 대학 졸업하고 바로 대학원에 가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서... 단기로 할 직장으로 잡은 거였어.
대학에서 일하면서 교수들이랑 인맥도 좀 쌓고 할 요량이었지... 근데 다 좌좀이다 -_-;; 불편한 일이 많음...
여하튼 그렇게 맨날 통계 자료랑 논문만 들여다보던 나에게 이메일이 한 통 왔어.
우리 학교에는 '러닝 센터' 라는 곳이 있는데,
수요가 많은 수업 한정으로 강사를 고용해서 학부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도와주는 곳이야.
수업마다 다르지만 보통 주 2회, 하루 2~3시간 정도 강사가 사무실에서 대기하면 질문이 있는 학생들이 찾아오는 시스템이야.
그 러닝 센터에 사람이 부족해서 일할 사람을 급하게 모집한다는 내용의 메일이었어.
메일을 찬찬히 보니 내 전공 과목이 있더라. 그래서 소속된 연구실과 조율해서 허락받고 파트타임 강사 자리를 얻었어.
그런데 웬걸... 첫날부터 학생들이 바글바글 찾아왔는데, 반절 이상이 한국인 유학생이더라.
내가 일하는 대학이 유학생 비율이 높은 대학이고, 전공 역시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전공이라 그런지... 정말 10명중 6명은 한국인이었어.
한 학기간 강사 생활을 하면서 정말 많은 한국인 유학생들과 만나게 되었어. 한국인 유학생들의 특징을 조금 나열해 보려고 해.
좋은점-
1. 다들 스타일이 좋다
- 하나같이 옷 잘 입고, 헤어스타일 깔끔하고, 멋 잘 내더라.
다른 곳에 있는 대학에서도 비슷한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일하는 학교는 대도시에 위치해 있어서...
시골 대학에서는 대체로 누구나 대충 입고 다닌다고 누가 말해줬거든.
여하튼, 여기 여자애들은 정말 연예인같이 하고 다니는 애들도 많고, 남자애들은 아주 깔끔하거나 멋드러진 스트릿패션으로 입고 다녀.
아, 입고 다니는 것들도 메이커인 경우가 많더라. 다른나라 학생들이랑 비교해서 확실히.
내가 브랜드는 잘 몰라서... 특히 여자꺼는... 뭘 입는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명품 가방 많이 들고 다닌다.
학교에 루이비똥 백이나 코딱지만한 발렌시아가? 가방같은거 많이 들고옴...
책도 안 들어가서 공책만 들고 다니는 경우도 많이 봤고...
남자애들은 겐조같은 브랜드 맨투맨에 깔끔한 바지 한때 많이 입었는데.
물론 메이커 하면 중국애들도 빠지지 않지만, 중국애들은 뭐랄까... 스타일은 잘 모르고 메이커만 덕지덕지 입은 느낌?
한국애들은 정말 누구나 패션잡지처럼 멋드러지게 입고 다니는 경향이 있어.
시작한지 일주일 지나니까 학생이 문 열고 들어오는 순간에 걸친것만 봐도 한국인인 줄 알겠더라구.
2. 취업에 꽤나 신경쓴다
내가 가르친 과목이 인문대에서 그나마 취업률이 높은 축인 전공의 졸업 필수 과목이었어.
나중에 조금 친해진 애들한테 들었는데, 한국인 유학생들은 정말 취업률 높은 전공만 하려고 한다더라.
나쁜점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유학까지 왔는데 본전 뽑으려는 생각이 기특해서 좋은점에 넣었어.
미국 대학은 전과가 자유로운 편이라서, 문사철로 입학해도 결국 취업률 높은 전공으로 바꾸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가 보더라.
비슷한 양상을 띄는 애들이 인도애들. 인도애들은 정말 공학이나 상경에만 몰려있다.
중국애들은... 쪽수가 많아서 그런가 어느 전공에나 꽤 있음.
3. 유학생들끼리 잘 돕고 산다. 인맥관리에 신경씀.
이것도... 어떻게 보면 나쁜점인가;;?
유학생들끼리 끌어주고 밀어주고 한다.
흔히들 아는 족보;; 같은 수상한 게 있는 학교도 많기는 하지만, 건전하게 멘토-멘티와 같은 선후배 관계만 있는 경우도 있더라.
유학 생활의 팁이나 상황 대처 방법 등등을 공유하는 관계라고 할까.
학교 생활 전반을 보살펴주는 선배가 있는 애들이 많더라구.
특히 처음 유학 온 학생들에게는 정말로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나쁜점-
1. 돈 개념이 없는 경우가 꽤 된다
동부 4년제 사립 대학교로 유학 올 정도면, 집이 꽤 산다는 뜻이거든.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돈 쓰는게 헤픈 경우도 많고, 자기들이 복 받은 편이라는 생각을 잘 못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가 생각하는 흙-동-은-금수저의 개념과 걔들이 생각하는 개념은 전혀 다르더라.
물가 비싼 동네의 4년제 대학을 부모가 지원해줘서 다니고, 알바도 안 해도 되는 애가 자기는 용돈이 적어서 흙수저라고 하더라.
여기 다니려면 일년에 일억씩은 들거든... 유학생은 장학금도 잘 안 나오고...
학부 유학생 부모님들은 대부분 법조계/의사/정치인 이라고 들었는데;;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어려서 그렇지 뭐~ 하고 넘기기는 했지만 어이는 조금 없었다...
2. 수업 땡땡이를 많이 치는 편이다
아까 10명중 6명은 한국인이라고 했쟎아,
진짜 수업을 듣는 학생 비율로 따지면 한국인은 10%도 안 되는데... 왜 보충 수업에만 한국인이 몰리는 걸까 궁금했는데...
애들 얘기를 우연치않게 엿듣다가 깨달았다... 얘들은 수업에 잘 안간다 -_-;;
한국에서는 대학 가면 고등학교때보다 많이 논다고 들었는데...
미국에서는 대학 와서 공부를 훨씬 더 열심히 해야 하는 느낌이라, 수업을 빼먹기 시작하면 곤란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한국 대학교의 로망? 이 있어서 그런지... 빼먹어서는 절대로 못 따라갈 수업도 막 빼먹더라.
그리고 땡땡이 치면서도 A를 바란다... 그리고 A받게 도와달라고 나를 들들 볶는다...
미적분이 뭔지도 모르는 애들이 졸업반 수업에서 A를 받게 하는건 아인슈타인 할아버지가 와도 불가능한데...
3. 근무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다/호의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일주일에 4시간씩, 사무실에 있는 동안만 질문에 답변하는 게 나의 역할이었는데,
한국인 유학생들은 내가 자기들 과외선생님인줄 아는 경우가 많더라...
구글링으로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서 근무외 시간에 질문하는 경우도 많았고,
시험 2시간 전에 이메일로 급하다며 질문하거나, 연구실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전화로 질문하는 경우도 많았다.
전화의 경우에는 정말 진상이지. 나만 쓰는 전화도 아닌데...
결국 내 직속 상관인 교수가 전화 받아서 나한테 바꿔주게 되는... 나로서는 정말 할 말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질문에 대답해줄 수 없다고 딱 자르면, 처음에는 살려달라고, 자기 유급한다고 설설 기다가 나중에는 짜증섞인 목소리로 화를 내더라.
그러면서 저번에는 근무 시간 지나도 대답해주지 않았냐고 막 따지기 시작하는데...
아니 그 날은 내가 기분이 좋았나보지 -_-... 아니면 한가했던가...
그런데 이런 떼쓰기가 더 심해진 계기가 있었다.
내가 항상 영어만 쓰고, 특히 한국인 유학생들 앞에서는 한국인인 티를 잘 안 내려고 노력했는데,
한 명이 내가 한국인인 걸 어디서 들었던지 봤던지 어쨌든 알았어.
그걸 알자마자 개떼처럼 덤벼들더라 -_-... 근무시간에 안 오고 이메일 폭탄을 날리기 시작하는데...
정말 노답이었다. '한국인들끼리 좀 도와줘요' 하는 느낌인가?
그렇게 나는 한국인 유학생들과 알력싸움을 하며 5개월 가량을 보내야 했다.
어린 나이에 유학와서 마음 고생도 많이 하고... 허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어려서 그런지... 어린 나이에 유학을 해서 그런지... 사회생활하면서 사람들하고 부딪힐 만할 태도가 간혹 보여서 안타깝더라구.
그냥 술 마시다가 삘받아서 적어봤다. 게이들도 좋은 하루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