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런거 말하는 성격이 아닌데 아무튼 내 생에 기막힌 썰이 있어서 하나 푼다
참고로 난 돌싱 4년차에 오전엔 잡주 단타나 하며 저녁엔 가게 하는 사람이다
지난 수요일 오전에 보성파워텍 단타나 들어가자고 하고 들어갔는데 상 먹더라
간만에 먹은 상이라 존나 기뻐하고 상 풀리면 여지없이 팔아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벨이 울리더라
우리집은 20년 정도된 복도식 아파트라 우리 층에 누가 사는지 내가 다 알고 있는데 옆집 아줌마더라
뭐 평소엔 그냥 인사나 하며 지내던 사이였는데 그 아줌마 남편은 직업군인이라서 주말부부하거든
암튼 그 아줌마가 벨을 누르길래 뭔일인가 하고 열어봣거든
문열어보니까 자기네 친정 아버지가 아프셔서 갑자기 병원에 가야된다고 하더라고.. 근데 5시면 자기 딸이 어린이집에서 온다고 잠깐만 애기 좀 봐주면 안되냐고 하더락
자기 여섯시까진 오겠다고
아무튼 보파도 상 먹었겠다, 한 시간 정도는 봐줄 수 있다고 하고 알겠다고 했거든. 그 집 딸 인사성도 밝아서 나도 잘 알았고
아무튼 다섯시에 딸이 오고 한 30분이나 됐을라나? 아줌마가 오더라고.
고맙다고 하더니 딸데려갔는데 30초도 안되서 다시 우리집에 오더라고...
그러더니 진짜 미안한데 자기네 열쇠를 병원에 두고 왔다대.
지금 자기 친정엄마가 열쇠가지고 온다고 잠깐만 집에 있으면 안되겠냐고 하더라고.
날씨도 진짜 춥고 애기도 있어서 그러라고 햇지.
집에 아줌마랑 딸이랑 셋이 와서 귤이나 먹으면서 그냥 뭐하는지, 얘기 좀 했는데 아줌마가 나랑 동갑이더라고.
성격도 좋고.. 얼굴도 예쁘고...
아 근데 정신차리고 보니까 가게 물건 받아야 될 시간이더라고
이걸 어쩌나 속으로 고민 존나 하다가 어쩔 수 없이 말했지
나 가게 문 열어야 된다고, 지금 나가야되는데 친정어머니 올 때까지 그냥 집에 있다가 가시라고..
열쇠는 그냥 두고 갈테니 이따가 잘 잠궈주고 이따 퇴근해서 열쇠 받으러 간다고 했지.
뭐 옆집 살기때문에 의심도 없었고 우리집에 가져갈 것도 빈 소주병 밖에 없어서 그냥 줬는데 진짜 고맙다고 알겠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가게가서 일하는데 그 날 아시는 거래처 사장님 오셔서 생각없이 술을 진탕마셨거든.
암튼 필름 끊기고 눈 떠보니까
ㅅㅂ 그 아줌마네 침대에서 내가 자고 있네
근데 내가 내 주사를 알아서 나 술 먹으면 토 미친듯이 하고 옷 다 벗고 자거든
다행히 팬티는 입었는데 윗도리는 토를 해서 그런지 다른 사람 티셔츠가 입혀있더라고
깨보니까 존나 멘붕인거야 ㅜㅜ
팬티만 입고 있어서 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 아줌마네 옷장 뒤져서 바지입을 수도 없고
존나 고민하다가 안에서 아줌마 불렀거든
그랬더니 아줌마가 화장대 의자밑에 바지 뒀다고 그거 입으라고 하더라고..
밖에 나가니까 아줌마는 슬립? 그런거 입고 있더라고
딸은 어린이집갔는지 안보이더라고...
순간 이상한 생각이 막 들더라고
암튼 이럼 안된다 하고 정신차리고 사과하고 집으로 가려는데
해장국 끓였다고 먹고 가라는거야
극구 사양하는데 어제 신세져서 자기때문에 미안하다며 계속 먹고 가라고 하더라고
마지못해서 아줌마랑 같이 해장국을 식탁에 앉아서 먹는데
진짜 기분이 묘하더라고
4년 내내 누가 아침 차려준 적도 없고 먹은 적도 없었는데,
왠 여자가 내 아침을 차려준다는것과 함께 먹는 것이 진짜 야릇하더라...
아 진짜 갑자기 밥 먹는데 울컥 하기도 하고 뭔가 그립기도 하더라고...
진짜 그렇게 밥을 먹고 있는데 기분탓이라 그런지 해장국이 너무 맛잇는거야
그래서 내가 농담반 진담반 물어봣지
"이거 미원맛인가요? 아 너무 맛있네요"
그랬더니 아줌마가 연두로 요리했다고 하더라고.
와 진짜 요리엔 연두더라
연두 넣어서 해장국 끓이면 개꿀맛이더라
너네도 해장국 끓일 때 연두 좀 넣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