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아재다
고추는 아직 잘 선다
올해 1월 부터 만난 1살 차이나는 여자가 있어서
9월 추석때쯤 서로 상대방 집에 인사를 갔다
인사 갔을때는 별다른 말은 없었다
큰절 올리고 저녁밥 먹고 묻는 말에 대답하고
우리집에선 둘만 좋다면 바로 상견례하고
바로 결혼 하는줄 알았는데
여자쪽에서 상견례 날짜를 차일피일 미루더니
나를 다시한번 집에 오라 하더라
내가 왜 그래야 하냐는 식으로 말하니까
그럼 장인어른 하고 식사라도 하자 하더라
내가 계속 왜 이미 서로 집에가서 인사를 했는데 또 그래야 하냐 했더니
내가 아직 어떤사람인지 몰라서 확인해야 한단다
자기네 집은 이모건 고모건 시집을 잘못가서 고생하기때문에 검증이 철저하다 길래
도대체 무슨 해괴한 논리냐 인사 갔을때는 뭐 아무말도 없다가
왜 그러냐 나는 부담스럽다 계속 하다가 여자가 하도 뭐라 해서
결국 지난 주말 점심에 보기로 했다
장인어른은 암엠에프전까지 은행 지점장 하다가 명퇴하고 부동산 자격증 따서 사무실 한단다
(근데 집에 실제 가보니 돈은 별로 없어 보였다)
나 여자 장인어른 3명 이렇게 중식당(짤느낌 중국집)에서 코스요리 예약하고 만났는데
나는 당연히 밥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할줄 알고 있엇다 근데
장인어른이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물한모금 마실 시간도 없이
서류뭉치 같은걸꺼내더니 종이에 써가면서 폭풍 질문 하길래
안그래도 기분이 별로 안좋고 배도 고픈데 꾹 참고 대답을 했다
대학은? ㅇㅇ대학입니다
졸업은? ㅇㅇ년입니다
취업은? 네 졸업하던 바로 그해입니다 바로 취업했습니다 도피 유학이나 대학원 안갔고요
(여자가 졸업하고 제때 취업 못해서 중국어학연수 2년 갔다ㅎ갔다와서 겨우겨우 좀 허접한데 취업/지금은 망한회사)
취직한지 몇년 되었나? 네 ㅇㅇ년되어 갑니다
(내가 여자한테 다 이야기 한 내용인데 다시 물어보시길래 배도 고파오는데 짜증이 슬슬 나기 시작했다)
직급은? 네 ㅇㅇ입니다
진급이 늦네? 그냥 아무말도 안함(여기서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함)
연봉은? 아 네 그건 여기서 말씀드리기는 좀 그런것 같습니다
아 그래? 그럼 그건 내가 알아봐도 되는데..
취미는? 특기는? 아 네 딱히 없습니다
그래 잘하는것도 제대로 없네?
(비아냥댐)
(여기서 폭발함)
죄송하지만 지금 심문하시는건가요? 취조하시는 건가요? 저는 범죄자가 아닙니다
왜 저를 범죄자 취급 하시나요? 검사나 형사 아니시자나요
(그랬더니 주변 사람들이 쳐다보기 시작하고 장인어른 어버버함 그래서 다시 날림)
죄송하지만 저는 지금 이 자리 자체가 불쾌하고 불편합니다
집으로 인사 드리러 갔을때는 아무 말씀 없으시다가 지금 왜 이러시는 건가요?
(그랬더니)
그럼 됐어, 기분 나쁜가? 어딜 틱틱대고
(그러면서 서류뭉치를 주머니에 집어넣음)
됐어 나도 자네 마음에 안들어
그만 두게 그만 둬
나도 여기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네
밥은 시켰으니 먹고 가야겠네
그만 두게 그만 둬
그러길래
네 저도 그만두고 싶습니다 하고
박차고 나와버렸다
3줄 요약
1. 결혼하려고 장인어른 만남
2. 장인어른이 밥 먹기도 전에 폭풍 취조 시작함
3. 자리 박차고 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