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아니나 다를까 두명의 아이들이 과외를 그만두게 됐다는 소식을 들으셨는지
다운이의 어머니께서도 제게 자기 딸도 과외를 그만해야 할 꺼 같다고 하셨습니다.
겉으로는 자기딸 하나 떄문에 선생님께서 너무 번거로울꺼 같다고 하셨지만
사실, 진짜 이유는 여자아이 혼자서 남자 선생님께 과외받는것이 걱정스러우셨던 겁니다.
저는 거기서 더 권유드릴것 없이 어머니의 통보에 수긍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다운이와의 마지막 과외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운이는 오늘 수업이 마지막이라는 걸 모르는지 너무나도 밝게
들어오더라구요 "안녕하세욧~~^^"
회색 후드티에 칠부반바지에 평소 자주하던 반묶음 머리를 하고 온 다운이.
오늘따라 다운이는 더 이쁘고, 더 귀엽고, 더 사랑스러웠습니다.
"안녕 다운아^^" 다운이의 밝은 미소에 마지못해 씁쓸한 마음을 감추고 밝게 화답하였지만
오히려 그런 다운이의 밝은 모습이 저를 더 가슴 아프게 했습니다.
수학 문제집을 펴고 공부하려는데 도저히 집중이 안돼더라구요..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던 저는 문제풀이 하던 도중 책을 덮었습니다.
다운이는 해맑게 "에? 벌써 쉬는시간이예요?"라고 물어보더라구요
"다운아.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만 하고 선생님이랑 맛난 거 먹으러 갈.."
제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네네네네네네!!!! 갈래요 갈래요! 앗싸!!!"
그러곤 정말 빛의 속도로 눈깜짝할 사이에 책가방에 싸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정말 그동안 제가 참 재미없는 사람이었구나 라고 느껴지더라구요
과외하는 반년동안 아이들이랑 맨날 방구석에서 공부만 가르쳐왔지
뭐 한번 제대로 애들 데리고 잠깐 나가서 맛난 거 사준적도 없었으니...
제가 밖에 나갈 준비를 하는 그 몇분도 못참겠는지
다운이는 거실 쇼파에서 발을 동동구르며
"선생님 아직 안됐어요? 아놔 왜케 느려요!! 빨리! 빨리! 쪼오옴!!!!"
다운이의 재촉에 급하게 얼른 지갑만 챙기고 전 다운이와 밖으로 나갔죠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도중에도 다운이 입에서 콧노래가 끊이지 않았어요
"공부 안하고 나가는게 그렇게 좋더냐?"라고 아무생각 없이 물어봤는데
다운이가 이러더라구요 "흐~음 그냥 선생님이랑 같이 어디 가는게 처음이자나욧!"
저는 왜 이 아이의 이런 한마디, 한마디가 달콤한 솜사탕 같이 달달한지..
'그래.. 마지막까지 그냥 웃으면서 밝게 끝내자.. 그럼 되는거지뭐..'
함께 화기애애하며 향한 곳은 저희 집에서 큰 길 건너에 있던 베스킨 라빈스였습니다.
파인트 컵에 제가 좋아하는 엄마는 외계인 맛과 다운이가 좋아하는 슈팅스타
그리고 쿠키앤크림, 이렇게 세가지 맛을 주문하였죠.
창가쪽 탁자로 가서 서로를 마주보고 앉았습니다.
그런데 다운이가 그냥 저를 멀뚱멀뚱 쳐다보는겁니다. "왜 안먹어?"
다운이는 숟가락을 저한테 건네며 "아이 참! 어른이 먼저 먹어야죠!!!"
전 그런 다운이가 대견스러워서 "이야 다운이는 예절도 바르네~?"
"안 그럼 엄마한테 맞아 죽거든요" 그 다운이 한마디에 전 빵 터져버렸습니다.
한없이 웃는 저를 보며 "아 쫌! 그만 웃고 드세요! 완전 먹고 싶은건 참고 있는데"
"알았어 알았어" 저는 얼른 한 숟가락 떴습니다.
그리고 그 숟가락을 제 입이 아닌 제 숟가락만 쳐다보는 다운이 입 앞에 대었죠
다운이 깜짝 놀라서 입을 막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음!!! 선생님 먼저!!!"
전 웃으며 "어른이 양보해서 먼저 주는건 먼저 먹어도 돼^^ 자! 아~~"
"그럼 슈팅스타로.." "야 이.." 쿠키앤크림을 덜어내고 슈팅스타를 떠서 주니
다운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 작고 빨간 앵두같인 입술로 냉큼 앙~ 하고 받아 먹었습니다
이가 시린지 몸을 배배 꼬며 어쩔 줄 몰라하더라구요
그렇게 우리는 한동안 깔깔 거리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한참 이야기하고 아이스크림 한 숟가락 정도 남았을 떄
제가 남은 거 먹으려고 숟가락을 갖다 데려는데 갑자기
다운이가 급하게 자기 숟가락으로 남은 아이스크림을 허겁지겁 뜨는겁니다.
"야야. 안 뺏을꺼니깐 천천히 먹어" 하니깐 다운이녀석 입을 삐쭉 내밀며
"치.. 그게 아니라" 하더니 자기 그 숟가락을 제 입에 갖다 데는겁니다.
"나도 선생님 먹여주려고 한 건데.." 저는 너무 미안하고 민망해서
냉큼 다운이가 떠 준 아이스크림 한 덩이를 입속에 넣었습니다.
지금껀 먹어본 그 어떤 음식보다 달콤하고 맛있었습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우리 다운이가 떠 먹여 주니깐 더 맛있는데?"
그런 저에게 다운이는 수줍어하며 트레이드 마크인 눈웃음을 지어주었습니다.
이 아이의 눈웃음을 또 볼 수 있을까....
그렇게 저와 다운이와의 마지막 과외 수업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그러곤 다운이 집까지 저는 데려다 주었죠.
다운이네 아파트 앞에 다다랐을 때, 저는 다운이 손을 잡고 다운이 눈을 보며
오늘이 마지막 과외수업이라는 것을 애기해주었습니다.
제 말에 당황한 다운이는 "왜요? 왜요?"를 반복하더라구요.
저는 다운이가 상처받지 않게 하기 위해 제가 이제 과외할 시간이 없어서
그런거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다운이 반응이 절 너무 섭섭하게 하더라구요
약간 아쉬워 하는거 같긴 한데 이윽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알겠어요.. 그럼 선생님 안녕히가세요" 하고
자기 집으로 올라가 휙하고 올라가 버린 겁니다.
저는 그런 다운이의 마지막 인!사가 아니었거든요..
나만 특별하게 생각한건가, 괜히 나 혼자서 김칫국 들이마신건가...
허무함과 서운함에 저는 힘없이 저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힘없이 소파에 쓰러지듯 누워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래 솔직히 내가 다운이한테 그렇게 잘해준 것도 없었잖아.
다운이에겐 특별한 것도, 아쉬울 것도 없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마음을 달랬지만, 그래도 아쉽고 허탈한 마음은 지워지지 않더라구요.
"선생님 모하세요? 선생님 일어나셨어요?" 매일 보내던 다운이의 문자도,
과외시간에 늘 초인종을 누르며 밝게 인!사하던 다운이의 모습도, 더이상 볼 수 없었습니다.
저는 몇일간 밖에 나가지도 않고, 정말 집안에 틀여박혀 반 시체처럼 지냈습니다.
그렇게 몇일이 지난 어느날 저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