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신청을 받고나서 그녀의 페이스북에 들어가 일상을 살펴보니 그녀는 친구들하고 놀기 좋아하고 공부도 나름 열심히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 전형적인 20대 초반의 여대생이었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올린 글은 거의 없었고, 담벼락 대부분의 글은 친구의 태그가 걸려있는 글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아 페이스북은 잘 하지 않는 편인 것 같았다.
페이스북을 보더라도 그녀가 누구인지 짐작이 되지 않았고, 주변 친구에게 자문을 구해보자 요즘은 친구 숫자에 민감하다보니 아무 이유없이 친신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였다. 어느정도 납득이 되어서 그녀도 이와 같은 부류일 것으로 생각하고 넘어가려 했으나, 이상하게도 그녀는 내가 올리는 페이스북 글마다 "좋아요"를 눌렀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나와 그녀의 사이에는 그 이상의 대화가 오고가지는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좀 더 오래 흐르고, 이제는 그녀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잊혀지려고 할 때 쯤이었다. 그 후임녀석이 전역 했다며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반가운 마음에 녀석과 만나 간단히 술이라도 한잔 하려고 했는데, 그 녀석의 옆에 페이스북의 그녀가 서 있었다. 나에게 자신의 여동생이라고 소개시켜주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평소 날 좋게 봤었던 후임녀석이 휴가에 나올 때 마다 가족들에게 내 얘기를 했었고, 계속 얘기를 듣던 동생은 내가 어떤사람인지 궁금해졌다고 한다. 그 당시는 순수하게 호기심만 갖고 있던 상태로, 오빠에게 먼저 자신을 소개시켜달라고 했었는데 내가 거절했던 것이다. 이후로 나에 대해 직접 찾아보기만 했는데 어쩌다보니 호감을 느꼈다고 한다.
내가 전역을 하고 나서 닿게 된 페이스북으로 먼저 친구 신청을 하긴 했는데 사실 자신을 어떻게 소개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어색한나머지 먼저 소개는 못하고 있다가 오빠가 전역하고나서 한번 만나게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누군가가 뒤에서 날 좋아해주었다는 사실은, 정말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그 뒤에 우리가 어떤 일이 있었고, 또 어떻게 되었는지는 굳이 구구절절하게 말하지 않겠다. 그녀와 나는 지금까지도 사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