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군번이다. 사실상 우리 때만하더라도 가혹행위가 점진적으로 사라지고 있던 것 같긴 하다만, 본인은 보직이 보직인지라, 아직까지 선임들의 무차별적인 폭력행위가 암묵적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선임새끼의 비위에 따라 이유 없이 맞아야만 했던 내가 그들의 폭력을 견디며 생각했던 것은 단 한가지였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전역하기 전까지 후임들을 이유 없이 때리지 않겠다.
그리고 내 다짐은 내가 전역하는 그 순간까지 지켜졌다. 후임들에게 욕은 했었도, 최소한 폭력은 일절 행사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쨌든, 그러다보니 후임들도 꽤나 잘 따라줬었던 것 같고 우리는 선후임이 아니라 친한 형동생처럼 지냈었다.
어느날, 한 후임 녀석이 한 여자애의 사진을 보여주며 내게 어떠냐고 물었다. 꽤나 예쁘장한 여자였는데, 화려하진 않지만 수수하고 귀여운 타입이었다. 굳이 연예인으로 비교하자면 한지민 같은 타입?
평소에도 지 여자친구 자랑을 팔불출처럼 하던 녀석이라 나는 여자친구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여동생이라고 했다. 의외였지만, 나한테 여동생 사진은 왜 보여주는거냐. 소개라도 시켜주려고? 라며 반 장난조로 말했는데 녀석은 진지하게 소개해주고 싶다고 하더라. 순간 기분은 나쁘지 않았지만, 좀 아닌 거 같아서 거절 했다.
평소 녀석을 잘 알고 있던 나는, 그 녀석이 선임에게 여동생을 소개시켜주며 군생활 좀 편하게 풀어보려는 놈이 아니라는 것 쯤은 잘 알고 있었지만 혹여나 남들에게 그렇게 보여질 것 같아 신경쓰였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는 여동생에 대한 언급이 사라졌지만, 그 놈은 종종 집에서 보내왔다면서 내게 소소한 간식거리를 가져다 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는 전역을 하게 되었다. 이일 저일 닥치는대로 하면서 막 사회에 적응을 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을 무렵, 어느날 내 페이스북에 처음 보는 여성이 친구 신청을 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이름이었지만, 얼굴은 묘하게 익숙했다. 비록 알지는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그녀의 프로필상에 보이는 얼굴이 꽤나 예쁘장했었기에 기분은 나쁘지 않았던 나는 친구신청을 받아주었다.
쓰고나니까 귀찮노.. 반응 좋으면 계속 써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