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 지역 변두리 동사무소 공익임
주변에 밥집이 딱히 없고
있어봤자 엄청 큰 고깃집 밖에 없음
나하고 과장님 빼고 전부 여자라
도시락 싸들고 댕기거나 햇반컵밥 같은걸로 먹으심.
나도 과장님도 밥 제대로 안먹으면
허하고 도시락 싸들고 댕기자니 귀찮아서
동사무소앞에 고깃집에 가서 맨날 국밥처먹음
가면 인심좋게 작은 항아리에다가 포기김치랑 석박지 주심
처음엔 과장님하고 갔을때
내가 어린놈이니까 집게랑 가위들고
김치 싹둑싹둑 자르고 석박지도 먹기좋게 싹둑 싹둑 잘라놈
근데 갑자기 과장님이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존나 안절부절하면서
이건 ㅇㅇ이가 먹고~
이러면서 김치 새로 달라하더라
씨발 국밥이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새로 시켜서
지꺼는 줄기 결 맞춰서 찢어서 접시에 담아줌
석박지도 안자르고 뭉탱이로 무 반만한걸 그대로 냅두고
그러면서 국밥처먹는데
김치는 결대로 짤라야한다, 석박지는 통째로 깨물어먹는 맛이다,
김치를 가위로 짜르면 영양소가 파괴된다,
김장김치 할때처럼 찢어 먹으면 더 맛있다
이지랄 하는데 앵간히 하다 말겠지했는데
그때부터 밥처먹는 내내 찢어먹어야된다 설교 오지게함.
먹을때마다 찢어먹으라 소리하는데
진짜 눈앞에서 믹서기로 김치 갈아버리고싶더라
그러진 못하고 과장이 찢어먹자니까
그 담부턴 나도 걍 먹기 좋게 찢어주고 석박지 우둑우둑 끊어먹으면서
이야 이렇게 먹으니까 더 맛있네요~
이 지랄해준게 어느덧 6개월.
나도 모르게 집에서 엄마가 김치 가위로 싹둑 자르면
존나 불편해지고
여친이랑 밥으러가도 여자친구가 김치 가위로 싹둑 자르면
아.. 결혼까지는 아니구나... 생각하다가 아차 싶어서
짤라논거 얼른 처먹고 새로 시킴;;
집게랑 가위로 쭉쭉 찢어놓고
돌돌 말아서 여자친구 먹여주면서 더 맛있지?? 훨씬 맛있지??
이지랄을 꼭 해야 속이 시원하고 밥먹은 것 같더라.
앞으로 남은 1년6개월 과장이랑 김치찢어먹을 생각에
설레기도하고 좆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