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뭐 먹었는지 제대로 기억도 못하는 붕어 대가리인데
10년도 전에 겪었던 그 일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공포썰은 아니고 그냥 미스터리한 썰임
초등학생 때 살던 집에서 겪은 일인데 아직도 그게 뭐였는지 모름
시간은 그때 시계를 안봐서 정확하게는 모르는데 근처 고등학교에서 9시마다 울리던 종소리가 나기 전이었고
한여름에 해는 완전히 떨어져있었으니 오후 8시~9시 사이일거다
아버지는 퇴근하기 전이었고 어머니는 운동하러 가셔서 집에는 누나랑 나 두 초딩밖에 없었고
거실에서 누나랑 TV 보다가 방에 뭐 볼 일이 있었나 아무튼 내 방으로 갔음
방 구조가 문 바로 옆 벽에 전등 스위치가 있었거든 그래서 거기에 손 뻗으려고 방안을 들여다보는 그 순간 내가 벙쪘는데
진짜 방 안이 안개가 엄청 심하게 낀 것처럼 뿌예가지고 내가 선 그 바로 앞에 바닥만 조금 보이는거야
방이 큰 것도 아니고 거실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있는데 안에 책상이나 침대같은게 진짜 하나도 안보일 정도로;;
순간 머릿속은 ?????로 가득차고 내 눈이 이상해진건가???하고
TV 보고있는 누나 존나 불러가지고 한번 와서 내 방좀 보라고했는데
누나도 보자마자 어???하면서 나랑 똑같이 벙찜
그러고 둘이 이거 왜 그러냐고 마주보는데 순간 오싹한거야
초딩들이 생각하기에도 집 안에 안개가 낀다는건 들어본 적도 없고 내가 태어날 때부터 거기서 살았는데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거든
그러고 또 그때가 귀신의 고향 할 때였는데 거기서 귀신 나올 때마다 안개효과를 존나 쳐넣었던거 그게 딱 생각나니까 갑자기 너무 무서운거야
둘 다 거실로 뛰어가서 쇼파에 껴앉고 앉아가지고 TV 볼륨 최대로 틀어놓고 내 방쪽 코너만 쳐다보면서 벌벌 떨고있었는데
얼마 안되서 어머니가 오셨음
들어오시자마자 TV소리는 뭐 그렇게 키워놨냐고 뭐라 하시는데
누나랑 나랑 둘이 내 방좀 봐보라고 막 말하니까 ???하는 표정으로 내 방 앞에서 좀 보시더니 니 방이 왜??해서 내가
방 안에 막 뿌옇고 아무것도 안보이지 않냐고 하니까 무슨 소리냐 멀쩡하다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불 키고 하셔서
그래서 나도 가서 보니까 진짜 멀쩡한거야 불을 다시 꺼봐도 안에 침대랑 책상이랑 잘만 보이고;;
그러고 뭐 아버지도 집에 오시고 장난치지말고 잠이나 자라해서 내 방에서는 못자고 다른 방에서 잤는데
그 뒤로 다시 그런 적은 없었지만 그 때 기억이 워낙 강렬하게 남아서 몇년 뒤에 이사가기 전까지도 내 방에서 잠을 못 잤다
이거 쓰면서 그 때 기억들 곰곰이 되짚어보니까 하나 더 생각난건데
그 왜 좀 높은 담벼락들 보면 거기에 담쟁이 덩굴이나 개나리가 타고 올라가고 밑에는 잡초 막 피고해서 엄청 우거지잖아
내가 태권도 그...노란 승합차 타고 집 오는 길에 그런 담벼락이 하나 있었는데
그때도 좀 어두컴컴했었어 완전히 밤은 아닌데 해가 완전히 가라앉기 직전이라 가로등 같은거 없어도 보이긴 보이는데 엄청 어두울 때
자리도 어디었나 기억난다 차 운전석쪽 창가 맨 뒷자리 구석에 앉아서 피곤해가지고 그냥 멍때리면서 가는데
그 담벼락에 우거진 풀들 사이에 왠 여자가 몸은 안보이고 얼굴만 내놓고 있는데 멍때리던 그 시선이 스쳐지나가면서 눈이 마주쳤는데 잠 확 깨면서 소름이 확 끼치는거야
해는 다 질락말락하는 그 시간에 왜 거기서 벌래도 많은 풀숲에 들어앉아서 그러고 있는데;;;
주변에 애들은 지들끼리 장난치느라 못봤다하고....
진짜 내가 살면서 가위 한번 눌린 적 없는데 유독 그 동네 살면서 특이한 경험 많이 했었던 것 같다
한겨울에 집 앞에 뜬금없이 닭이 죽어있기도 하고
그 사람 시야에서 중심에서 먼 쪽을 주변시라 하잖아 거기서 사람형태나 무슨 물체가 슥 지나가는 것도 것도 많이보고
지금도 운전하고 가다가 그 동네 근처 지나갈 일 있으면 그래도 옛날에 살던 동네라고 추억생각나서
골목동네라 차 끌고 들어가기 힘든거 알면서도 그냥 한번씩 들어가서 예전에 살던 집이랑 슥 둘러보고 나오는데
이제는 비록 입구 쪽만 그렇지만 도로도 확장해서 차 2대 지나다니기에도 널널하고
바로 옆에는 편의점이랑 구청도 들어와서 예전에 그 음산한 동네 분위기는 많이 탈피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