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전역후 할거없이 뒹굴다 니가 인간이냐며 엄마도 사람이라는 강력한 어머니의 등쌀에 뭐라도 해야겠다 느끼고 알바를 시작했다.
군대를 좀 일찍 간 터라 복학까진 일년 가까이 남은지라 (1학기 마치기 직전 입대)시간도 널널하겠다 좀 오래할만한걸 찾고있었지.
그러다 눈에 띄어서 간 곳이 주점 이었다. 집에서 거리가 좀 있긴했지만 저녁 6시 부터 새벽2시 마감시까지 일하면 택시비+야간수당3시간치 처준다길래 냉큼 한다고 했지. 진상손놈들 빼면 일 자체도 어렵거나 힘든거 없고 돈도 꽤 괜찮았던 터라 주2일 휴무 인데도 한푼 더 벌겠다고 하루 더 나오는둥 제법 열심히 했다.
그렇게 한 5개월쯤 지났을 무렵.같이 일 하던 놈 하나가 군대간다며 그만두겠다고 해서 사장이 다른 여자 알바생 하나를 데려오더라. 11시까지만 일하고 빠지는거라 사실 난 좀 그랬지만(둘이서 하던 마무리 일 혼자 해야하니까 귀찮았지) 근데 스물둘에 학비 벌러 일하는거라 낮엔 학교가고 밤엔 여기 알바하고 주말엔 편의점 일 까지 한다길래 뭔가 나보다 어린데도 대견하구나 싶어서 달게 받아들였다.
막상 일 같이 해보니 꽤나 일을 잘하더라고. 예쁘장하게 생겨서 내숭떠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시키지도 않은것도 척척 하고 빠릿빠릿 움직이는게 얘가 확실히 일을 많이 해본 느낌이 들더라.
그렇게 같이 3달 넘게 일하면서 굉장히 많이 친해졌다. 뭐 홀에 두명뿐이니 당연히 친해질수밖에 없겠지만서도..서로 농담하고 장난치고 나잇대가 비슷하니 더욱 쉽게친해진거지 뭐. 그러다 휴무날 쉬고있는데 저녁 10시쯤 갑자기 사장한테서 전화가 오더라(휴무날은 사장이 대신나옴) 받아보니 빨리 가게 와줄수 있냐고 묻길래 얼결에 네..하고 나갔다
가게 도착하니까 개판이드라 막 바닥에 안주랑 술병 굴러다니고 있고 의자 나뒹굴고있고..왠 아재들이 사장 보고 뭐라뭐라 고함치고있고..와 시발 이게 뭐야 하면서 카운터에서 바들바들 떨고있는 여자애한테 가서 물었다. 뭔일인데?
사정인즉 그날 갑자기 한잔 걸치고 온 아재손님들 넷이 들어오더랜다. 그냥 자기들끼리 놀면되는데 이 아재들이 겁나 시끌시끌하면서 위하여! 지랄 계속 해대는 통 에 다른 손님들이 사장한테 클레임 걸 정도. 뭐 거기까진 흔히 있는상황인지라 그러려니 했는데. 그 여자알바 얘가 서빙하러 테이블 오니까 술된 아재 한명이 갑자기 지 팔을 턱 잡더랜다. 뭐 되도않게 술맛이 없네 안주좀 더달래는둥 시답잖게 이야기하다 여기 앉아서 한잔만 따라주고 가라며 진상을 피운거지. 여자애가 너무 어이없고 화가나서 팔을 홱 뿌리치고 가니까 뒤통수에 대고 "저렇게 지 얼굴 곱다고 생각하는 년들은 침대에서 한번 조져줘야한다" 라며 음담패설을 처날린거. 애가 울먹거리며 카운터 가니까 사장이 뭔가 이상하다싶어서 물어보고..결국 대판 시비붙은거였고.
경찰이 와서 수습이 되는가 싶었드만 사장이랑 그 여자애는 당사자라 같이 서 까지 가야해서 혼자서 마감때까지 일했다 시발... 그러고 다음날 출근하는 날인데 사장이 어제 고생했다며 하루 더 쉬게 해주더라 개이득ㅋㅋ 갑자기 쉬니까 할일도 없어서 여알바한테 연락했다.자기도 휴무니까 간단히 밥이나 먹자고 하길래 여섯시쯤인가에 만나 밥한번 조졌지.
카페에 들러 이야기 하면서 어제 일 이야기 하다 자연스레 달래주기 모드 들어갔다. 그러다 자기도 좀 울컥했는지 한잔 하자며 벌떡 일어나드라. 어..어?어..그래..하면서 따라 나가 근처 술집가서 한잔 꺾고. 소주 팍팍 들이키며 고달픈 자기 이야기 풀어내는데 솔직히 측은했었다. 부모님 이혼하시고 고1때부터 엄마랑 동생하나 셋이서 살며 쓰고싶은거 놀고싶은거 다 참고 대학가서 공부하고 성공해서 엄마 하고픈거 다 시켜주고 싶어서 꾹참고 일하던거라는데 시발..얘가 글썽거릴때 나도 엉엉 울뻔했다.
무튼 그렇게 지 혼자 소주 한병 반 을 퍽퍽 꺾어 마시더니 금새 뻗드라.하...어떻게 데려다주나..막막했지만 계산하고 애 업고 일단 나왔다. 집에 연락할랬드니 잠금비번 걸어놔서 풀지도 못하고 쩔수없이 집에 연락오면받아야 할 상황.. 그렇다고 길거리에 둘수도 없으니 힘겹게 일단 근처 역까지 데려가고있었지. 업고가는데 애가 좀 깼는지 내 어깨를 툭툭치더라? 어 뭐야 하고 보니까 미칠것같다고 좀 누워쉴데 가자고 하길래 근처에 바로 보이는 텔 들어갔지. 눕혀놓고 에어컨 틀고 담배한대 피니까 와..그제서야 나도 정신이 좀 들더라ㅋ
근데 눈을 돌리니 애가 누워있는데 막 욕구가 솟구치더라;; 진짜로 그럴생각 하나도 없었는데 막상 나도 술좀올라왔겠다 여자는 정신없이 뻗었겠다 예쁘고 몸매도 좀 괜찮겠다.... 그렇지만 진짜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아냈다 구구절절 사연 다 들어놓고선 헠헠 거리며 옷벗기는게 짐승이지 사람새끼냐며 스스로 말하면서. 진짜 줘못먹 일 수 있었지만 그날 그때만큼은 진짜 하면 안돼겠다 생각이 들어 꾹참고 나와 집에 들어갔다.
그러고 다음날 아침에 폭풍전화ㅋㅋㅋㅋ 미안했다고 어떻게된거냐며 하길래 그냥 너 혼자 달리다 뻗어서 눕혀놓고 나왔습니다~하고 맘.
근데 이게 또 그때 안하고 그냥 간게 좋게 보였나봄.그 이후로 연락하는 빈도 도 늘었고 서로 휴무날엔 만나서 한명 출근전까지 같이 놀다가기도 하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사귐ㅋㅋㅋ
그러고 나 복학하고 난뒤 서로 너무바빠져서 소홀해지다 보니 크게싸우지도 않고 그냥 자연스레 헤어졌다. 우리 이 상황에서 더 있다간 사이 금 간채로 헤어질거같다~ 심하게 싸우고 맘상해서 헤어지기 전에 지금 헤어지자~ 이런 느낌? 지금은 그냥 아주가끔 안부묻는정도 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