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을 꼭 붙잡고 성형외과에 상담을 받으러갔다. 내내 아무말없이 침묵을 유지하던 엄마는"많이 아플텐데 정말괜찮겠어?"라며 말을 꺼냈다. (그야 당연하잖아? 생으로 살과 뼈를 도려낸다해도 생관없다. 지금이 좆같은 고통에서 벗어날수만 있다면 난 정말 상관없었다) 수술에 필요한 모든 준비와 과정절차를 밟고 드디어 성형수술을 받는 날이 찾아왔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나는 두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하느님.. 저는 이제 더이상 특별한 꿈따윈 꾸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느끼면서 살고싶습니다.) 기도가 끝나기도전에 마취약이 내 정신이 흐릿해짐을 느꼈다.
마취가 풀리고 정신을 차렸을땐 어지러움과 함께 얼굴에서 극심한 고통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눈은 누군가 가위로 내 눈두덩이를 찢어발기는것 같았고 코에서는 계속해서 칼로 쑤셔대는 느낌이 들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밤세 잠도들지 못했지만 혹시라도 엄마가 걱정할라 난 애써 웃으며 "생각한것만큼은 안아픈데? 몇군대 더 해도 되겠어"라고 말했지만 전혀 괜찮지않았다. 오히려 말을 하는것 만으로도 얼굴에 자극이와서 고통이 더 크게 몰려왔다.
괜찮아 육체적 고통은 시간이 흐르면 끝이야 지금 이 고통을 못버티면 난 평생을 지옥에서 살아야돼... 그렇게 난 고통과함께 한달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실밥을 풀고 며칠뒤 고등학교 입학을 하게됐다.
초등학교, 중학교때랑은 다를거라며 내 자신에게 최면을 걸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학교 정문에 올라섰다. (교실에 들어가기전 한번 더 거울을 보며 "괜찮겠지? 이정도면 괜찮은거겠지? 설마 성형티난다고 욕하지는 않겠지? 설마 중학교때 알던에 마주치진 않겠지? 일부러 멀리떨어진 곳으로 지망해서 온건데..") 혼잣말을 다 끝내고 교실안으로 들어왔고 *자율 착석*이라는 충격적인 문구에 몸이 한번더 얼어붙고 과거 자리 착석에 대한 트라우마가 떠올려졌다. 괜히 여자 옆에 앉았다가 또 울리진않을까? 남자옆에 앉았다가 욕박고 걷어차진않겠지? 결국 제일 인상이 선해보이는 친구옆에 가방을 올려놓고 자연스럽게 웃으며"옆에 앉아도 되지?" 먼저 말을 걸어보았고 이내 그친구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줬다.
이런말하기 한심하지만 솔직히 그때 감격스러워서 울컥했다. 옆에 앉았는데도 싫은티 하나도없이 받아줬다니 이런 경험은 처음이였다.
등교 첫날을 기분좋게 마친 나는 집에 오지마자 공책을 펼치고는 그곳에 학교생활 버킷 리스트들을 줄줄이 쓰기 시작했다.
1. 친구한테 먼저 인사하기
2. 여학생한테 '저기'가 아닌 이름으로 부르기
3. 상대방 칭찬하기
4. 휴대폰에 친구 연락처 저장하기
5. 체육시간에 애들이랑 같이 축구하기
6. 졸업하기전에 여자친구 만들기
지금도 이 공책을 버리지않고 책상서랍 맨 밑에 간직하고있다.
당시 내가 얼마나 찌질했는 알 수있는 증거가 바로 이거다. 기껏 쓴 버킷리스트가 저딴거라니 얼마나 유치하고 한심하단 말인가
이후 난 리스트에 있는것들을 실행하려 노력했고 그 내용을 공책에 줄줄이 메모했다. (EX: 오늘 체육시간에 애들과 같이 축구를 했다. 이제 앉아서 구경만하지 않아도된다. 매우 즐거웠다. 방과후에 PC방도 가기로했다. 게임은 잘 못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해야겠다. 오늘 옆자리 여학생에게 민서야 너 이거 떨어뜨렸어 라며 물건을 건내줬다. 내 손이 닿았는데도 싫어하지 않았고 오히려 고맙다고 했다.)
맞아 이때 난 사소하고 당연한 일상 하나하나가 행복이였지
그리고 그 행복이 내 자신감또한 높여줬고 고등학교 학예회때 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는 일이 일어났지. 중2때 이후로 두번다시 무대에 올라선적도 없고 사람들 눈앞에 띄는 일도 하고싶지않았지만 이번엔 다시한번 마음을 먹고 도전해보기로했다.
정말 오랜만에 마이크를 손에 쥐고 열싱히 노래를 불렀다. 부르 또 불렀다 정말 울부짖는것처럼 안간힘을 쓰며 불렀고 결과는 당연히 통과였다.
그리고 학예회 당일 다시 무대위로 올라섰다. (옛 생각이 교차하여 처음엔 온몸이 떨리지만 괜찮다.그때와 지금은 다르니까) 복잡한 마음을 추스리고 음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맨 처음 부른 노래는 Missing you였다. 첫 곡을 잘 마치고 객석을 바라보자 모두 웃으면서 좋은 반응을 해줬고 나또한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기분좋게 2번째 곡을 시작하려는 순간 내 귀에서 들려온 목소리 ("벌레새끼가..") 너무 당황하여 옆을 봤지만 당연히 내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시 진정하고 감정 이입을 하려하자 또다시 날 비아냥거리는 말과 비웃는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난 노래른 중단하고 무대 뒤로 들어가버렸다. 당시 스테프 도움이들은 왜 그러냐했고 난 목상태가 안좋다라는 거짓말을 하며 홀로 보건실에 들어가 누웠다.
어째서일까 분명 난 그때의 일들을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 생각해보니 난 극복을 한것이 아니였다. 단지 내가 처한 현실에서 도피를 했을 뿐 내가 성형이라는 것으로 얼굴을 고치고 당장 내가 처한 상황에서 벗어났을뿐 그것은 정말로 극복한것이라고늕햘 수 없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내가 아직도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는 이유가 얼굴 때문이라고 좀만 더 잘생겨지면 자존감도 높아질것이고 그러면 트라우마도 사라질 것이라는 삐뚤어진 생각을 하게됐다.
그렇게 얼마 뒤 나는 다시한번 얼굴에 칼을 갖다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