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때 때 음악을 했어. 이적같은 싱어송라이터가 목표였지. 여러 회사에 데모CD 뿌리며 돌아다녔는데, 신생 기획사에서 연락을 줬어. 아이돌 만들려고 하는데 생각 있냐고. 원래는 아이돌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데뷔를 하고 싶단 생각에 연습생 하겠다고 했지.
나는 그 회사의 첫 연습생으로 들어간 거였고, 당시에 나 말고도 다섯 명이 더 들어왔어. 나 포함 여섯 명 - 남자 셋 여자 셋. 남녀 한 명씩은 비쥬얼이 엄청났고, 나머지 나 포함 네 명은 못생긴 건 아니지만 아이돌 급이었던 건 아니었어. 처음 여섯 명이 모였을 때, 사장은 돌아가면서 한 명씩 어디를 성형해야 할지 얘기해주더라. 비쥬얼 엄청나다고 생각했던 그 두명도 포함해서. 수술은 데뷔가 확정되면 시켜주겠다고 했고.
비쥬얼 되는 둘은 실력이 개판이었어. 남자애는 래퍼였는데 목소리는 좋지만 랩을 진짜 못했고 여자애는 춤 포지션이었는데 뭔가 어설펐고. 나머지 넷은 확실히 실력으로 뽑은 느낌이 났어. 나는 작사 작곡 담당, 다른 남자 애 하나는 메인 보컬. 여자애 둘 중 하나는 래퍼인데 비쥬얼 되는 남자애보다 랩을 훨씬 잘 했고, 나머지 여자 애 A는 락 하던 애였는데 체리필터 보컬같은 파워 보컬이었어.
A는 그냥 겉모습만 봐도 쌘케 느낌이었어. 키가 170이 넘었는데 항상 힐 신고 다녔고, 가죽 자켓에 망사 스타킹 신고 다녔어. 얼굴 자체는 순해보이는 편이었는데 화장을 엄청 세게 했어. 가인같은 느낌으로. 근데 가장 대박이던 건 몸매. 가슴이 대충 봐도 C컵이더라.
나랑 A는 성격이 잘 맞았어. 다른 연습생들보다 우리는 친했고, 연습 끝나고 따로 만나거나 따로 연락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났어. 근데 A가 점점 나한테 들이대더라. 나도 A한테 호감이 있긴 했지만 사귈 생각은 없었어. 회사에서 연애하다 걸리면 퇴출이라고도 했고 A가 섹시하긴 했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거든. 좀 싸보이는 느낌도 있어서 그게 싫기도 했고. 근데 사귀지만 않을 뿐 하는 건 거의 연인이나 다름 없었어. 맨날 카톡하고 만나서 손 잡을 때도 있었고(걔가 먼저 잡았어) 엔지니어 형 놀리겠답시고 둘이 키스하는 사진도 찍고. 한 번은 노래방 같이 갔는데 걔가 내 허벅지에 올라타더라. 개꼴렸는데 여기서 키스하면 사귀는 게 될까봐 일부러 키스 안 하고 가슴 건드리면서 "오 말랑말랑하다" 이지랄 떨었어. 그 전에 섹드립은 서로 쳤었고.
그러다가 내 생일이 왔어. 그때쯤 사장한테 개인적 일이 생기고 비쥬얼이던 여자애는 다른 회사로 튀고 해서 분위기가 개판이었지. 연습을 해야 하는데 춤 선생님도 안 나오고 그래서 그냥 연습실을 거의 일주일에 한두 번 보컬 선생 올 때만 가고 그랬어. 자연스레 남는 시간 많아졌고, 연습생들끼리도 "여기 조만간 좆되겠다" 이런 얘기 하며 살 길 찾고 있었고. 아무튼 그런 상황에 A가 나를 자기 동네로 불렀어. "오빠가 여기 오면 생일 선물 줄게"라고 해서. 가보니까 A가 자기 학교 친구랑 같이 있더라. 그래서 셋이 같이 저녁 먹었고, A의 친구는 학원 가야한다면서 떠났어. 나랑 A랑 둘이 남아서 걔네 동네 산책하는데, 걔가 손을 슬쩍 잡더라.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걷다가 어느 아파트 정자에 같이 앉았어. 그리고 십 분 정도 얘기했는데, 걔가 묻더라. "오빠, 생일 선물 뭐 받고 싶어?"
나는 A를 바라봤어. A도 나를 바라봤지. 그리고 말없이 키스했어. A도 받아주더라. 그렇게 몇 분 정도 키스를 하다가, 내가 손을 A의 가슴으로 옮기니까 A가 막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