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가 남자네, 주작이네 하는 댓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처음 썰을 푸는 저에게 긍정적 피드백은 큰 힘이 됩니다.
그럼 1편에 이어서...
분위기가 한참 달아오르고, 그가 서랍장을 열어서 콘돔을 꺼내왔다. 사실 그전 남친중에 콘돔 쓰기 싫어하는 놈이 있었다. 내 동의 없이 안에다가도 맘대로 싸던 놈. 근데 이 오빠는 너무 자연스럽게 콘돔을 준비하니까 그것도 또 옛날 생각 나면서 비교가 됐다. 사실 여자도 성감은 노콘이 더 좋다.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다.) 하지만 노콘의 위험부담과, 혹시라도 생리가 하루이틀만 늦어져도 노심초사 하는 걸 생각하면, 남자 쪽에서 미리 콘돔을 준비하면 여자는 고마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남자는 섹스 매너가 좋았다.
삽입은 특별하지 않았다. 나와 눈을 맞추면서 천천히 들어오다가 내 반응을 살피는 듯 했다. 그러다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고, 어느 순간 나를 꽉 껴안은 채 허억 하면서 꿈틀대다가 그대로 멈췄다. 체위를 바꾸거나 다른 걸 시도하거나 할 틈도 없이. 그때 그 마지막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잔뜩 찡그린 미간과, 한숨같은 신음과, 계속 안겨있고 싶게 만드는 어깨. 이전 남자들과의 섹스에서 느껴보지 못한 섹시함이었다. 이미 충분히 만족했기 때문에 조금 이른듯한 사정도 아쉽지 않았다.
그렇게 한판 하고 씻고 와서 둘이 백허그 자세로 누웠다. 오빠가 내 가슴을 쪼물딱 거리면서 너 얼굴은 볼살 통통 귀염상인데 몸매는 반전이다, 몸매 진짜 좋다 라며 칭찬했다. 근데 난 그게 정말 부끄러웠다. 내 키 165에 그때 몸무게가 56~58 나갔으니까 날씬한건 아니었고 그땐 특히나 스스로가 뚱뚱하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근데 이 오빠가 계속 뭘 모르는 남자들이나 마른 여잘 좋아한다, 너 지금이 딱 좋다 살 빼지 말라고 했다. 외모 칭찬하는데 어느 여자가 기분 안 좋겠나? ㅎㅎ
그러다 내가 문득 오빠 여자친구에 대해서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는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그런 얘긴 별로 하고 싶지 않다며 입을 닫았다. 그날은 그렇게 잠들었다.
그 날 이후 별다를 것 없는 날이 이어졌다. 스터디 모임은 계속됐고, 스터디원들 모여서 공부하고 가끔 술마시고 헤어지는 날의 반복이었다. 우린 서로 아무 일 없었단 듯이 대했고, 난 그 오빠에게 딱히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거나 자괴감이 들거나 하지 않았다. 아, 얼굴도 모르는 그 오빠의 여친에게 좀 미안한 마음은 있었다.
그런데 문제의 여친을 만나는 날이 왔다. 두 사람은 동갑내기 롱디커플이었고, 여친 직업은 학교 선생님이라고 들었다. 보통 선생님이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있지 않나? 얌전하고 나긋나긋 할 것 같은. 그런데 그 여친은 정반대였다.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얼굴 하얀 제시'였다. 키는 170이 훌쩍 넘어보였는데 연예인 처럼 말랐고, 화장도 쎈언니 스타일로 진했고, 몸매가 도드라지는 화려한 옷을 입고 등장하셨는데, 포스가 어마어마했다. 외모 만큼이나 말투도 거침없고 화끈했다. 그에 비하니 난 그저 순한 양일 뿐. 와 저 언니한테 잘못 걸리면 ㅈ되겠다 싶었다.
그 오빠는 여친 앞에서 세상 다정한 남자였다. 멀리서 오느라 힘들었겠다, 뭐 먹고 싶냐 이지랄. 난 좀 떨어진 자리에 앉아서 그 꼴을 보고 있었는데 그냥 좀 웃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한테 안겨서 헐떡거리던 놈이. ㅎㅎ 자리 파하고 헤어질 때 다들 각자 집으로 향했고 그 둘은 손 꼭 잡고 그 남자 집으로 갔다. 기분이 나쁘다기 보단, 아 저 쓰레기 새끼 이런 생각이었다. (그게 그건가?) 나도 뭐 잘한 건 없으니 비난해도 할말은 없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