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소싸움 대회 하면 '청도 소싸움 대회'밖에 모르겠지만
촌구석 가면 소싸움 대회 허벌나게 많음. 유흥거리 없는 촌에선 나름 거대한 도박판이거든.
아무튼, 그날도 소싸움대회 있는 날이라서
새벽에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버스에 짐챙기고 출동했지.
한 두어시간 시골길 뺑뺑 돌아가니까, 두엄냄새도 나고...
드디어 벌판에 세워진 소싸움장 보이더라.
(근데 의외로 삐까뻔쩍하게 잘지어놓음. 전체적으로 황량한데, 소싸움장만 삐까뻔쩍해서 좀 부조화스럽다.)
암튼 머, 근무표 나왔는데.... 내가 그땐 짬이 딱 중간쯤이라서 그냥저냥 괜찮은 자리 걸렸음.
3거리에서 교통 통제하면 되는데 차도 별로 많이 안오고 해서 할만함.
포장 트럭 뒷자리에 도박하는 할배들,
은행트럭(ATM기가 트럭에 실려있다.)에서 돈뽑는 할배들.
휴지조각된 배당권 찢으면서 울부짖는 아재들, 구경하면서 설렁설렁 통제하고 있는데....
씨발, 경찰관 한명 오더니 저쪽 지휘본부 (컨테이너 박스) 가라더라.
가니까 구겨진 박스에서 썩어가고 있는 포돌이 포순이 옷주면서
여긴 사람 필요없으니 이거나 갈아입고 대회장 안에서 사람들 안내나 하거라.
라고 하는겨....
별수있냐....
나보다 3기수 높은 고참이 포돌이 옷을 입고
좆밥인 내가 어쩔수 없이 포순이 옷을 입게되었다....
그데 포순이 포돌이 옷 입어본 게이들은 알겠지만, 일단 입어보면 존나 덥고
몇년동안 빨지 않았는지 안에서 쉰내가 쩔게 난다.
눈까리 부분에 철망같이 처리되 있어서 앞이 보이긴하는데 반 장님이나 다름없음.....
암튼 그거 입고, 대회장안으로 걸어들어갔는데 우리가 뭐 소싸움장 길이나 제대로 아나....
그냥 입구에 서서 멀뚱하니 있다가 영감들이
'아이구 씨벌거. 대회장 길이 왜이리 뺑뻉이여?'
하면 대충 소싸움장 가르키면서 '저쪽으로 가보세요.' 하는게 다임.
그렇게 할매, 할배들이랑 사진찍어주고
그... 절냄새? 나는 아줌마들이랑도 사진찍고 서있었다.
교대 시간 되서 매점가니까 에쎄는 다떨어지고 라일락이랑 디스, 장미 밖에 없다고 해서
어쩔수 없이 라일락 피고, 옷에서 냄새나고 땀나서 기분 슬슬 존나 나빠졌음.
그렇게 교대 끝나고 다시 서있는데
저쪽에서 막걸리 취한 키작은 영감이 흐흐 하면서 걸어오더니
내 엉덩이를 '주물럭 주물럭' 두번 만지고 저쪽으로 걸어가는거야.
씨발 순간, 피꺼솟 해서 '어이 할아부지' 하며서 쫒아가는데
할배 인파속으로 사라지고, 못찾겠음.
글고 근무는 근무라서 어쩔수 없이 다시 자리에 돌아와서 근무섬.
포돌이 옷입은 고참한테 이야기하니까 존나 쳐 쪼개면서 좋아함 씨발 ㅋㅋ
와... 진짜 성추행 당해보니까 기분 존나 드럽고 나쁘고 화가 머리끝까지 났었는데
생각해보니까 그할배도 나 남자인거 알면 기분 드러울거 같아서 걍 넘김.
미친 영감쟁이 손에서 똥냄새나 났으면 좋겠다.
1줄 요약.
의경가서 포돌이 포순이 옷 입을 일 있으면 포돌이를 입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