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별 친하지는 않았지만
짝꿍한 적이 있는 일진애가 있었음.
참고로 이 친구는 뭐 담배는 펴고 껀들껀들 행동하긴 했어도
약한 애들 때리거나 돈 뺐거나 그런 행동은 없었고
선생님한테도 개기지도 않았음.. 오히려 선생님들 하고 농담도 잘 하고
사교성도 좋아서 주위에 친구도 많았음.
그리고 노래도 잘 해서, 수학여행을 간다든지 이런 데서 장기자랑을 할 때
꼭 무대 나가서 노래 부르던 친구였음.
아무튼 유쾌하고 남자답고 괜찮은 녀석이었는데
고등학교는 서로 다른 곳을 가서 그 이후로 어떻게 지내는지 몰랐음.
참고로 내가 A 고등학교 다닌다 치면
그 친구는 B 고등학교를 갔음.
난 그 친구와 친하지 않았지만
내가 어울려놀았던 친구들 중에는 B고등학교 간 친구들이 많아서
어느날은 친구들에게 그 친구는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어보니
반에서 시비가 붙어서 교실에서 맞짱 떴는데, 상대놈이 키는 좀 작지만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날렵한 넘이라서 털렸다고 그럼..
그 이후로 찐따처럼 무리에 끼지도 못 하고, 항상 수업시간에 엎드려 잠만 쳐잔다 그럼..
아마 그 친구가 잠을 자는 이유는 괴로운 학교생활의 현실 속에서 도피하기 위해
그냥 잠이나 퍼질러 잤던 듯..
아무튼 그 친구는 잘 놀던 친구가 한 순간에 찐따가 돼서 아싸가 됐음.
뭐 그 이야기 듣던 나는 좀 안 됐다는 생각은 했지만, 솔까 남의 얘기라서 그리 심각하게 듣지도 않았음.
그리고 그 친구는 내 기억속에서 잊혀져갔고
그렇게 쭈욱 근 10년이 흘렀지..
그러다 며칠 전 집 앞 약수터산에 등산하러 가서 산 둘레길 코스를 돌고 있는데
그 친구와 우연히 마주쳤다...
근데 옛날에 그 활기차고 밝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얼굴은 좀 다크한 표정에
수척해 있고, 그냥 표정 자체가 마치 생기 없이 재미없고 고단한 인생을 사는 자의 표정 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옛날에 활달해 보이고 밝은 얼굴이 아니더라...
먼저 가서 인사하니까, 그 친구도 슬며시 웃으며 인사했지만 크게 반가워하는 기색은 없었고
좀 어색해 하더라고..
근데 옷차림새를 보니까 그 친구는 옛날에는 그래도 멋 부리며 다니던 친구 였는데
솔직히 말해서 영락없이 좀 찌질이들이 입는 패션처럼 옷을 입고 다니더라고..
아마도 고등학교 시절 그 안 좋은 경험이
그 친구 인생의 전반을 망가뜨린 것이 아닌가 싶었음...
아마 그 친구는 대학에 가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 했을 테고
군시절에도 그런 어두운 성격 때문에 제대로 적응 못 했을 것 같음.. 내 생각이지만..;
나는 그 친구를 보면서 느낀 게, 살면서 어떤 작다면 작을 수도 있는 한 사건이
한 사람의 인생의 전반을 송두리째 흔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지...
마치 조선시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권력가 집안의 양반 가문이
하루 아침에 대역죄인으로 모함당해서 삭탈관직당하고
재산은 전부 몰수당하고 가족들은 죄다 노비로 팔려나가는 그런 것을 보는 것처럼
잘 나가던 사람도 한 순간의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공든탑 무너지듯이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