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아버님하고 얘기 좀 많이 하고 싶은데 어머님이 일하시면 제가 못 놀잖아요~ 천천히 하세요~ 이렇게 애교 섞어서 말씀 드렸어요.
그랬더니요.
어머님도 웃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ㅋㅋㅋ
"며느리 왔는데 며느리 설겆이 시켜야지"
이러시는 거에요...
하아
표정 관리가 안됐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며 넘겼어요.
그 날 몸이 안 좋아서 더 예민하게 받아들인건지.. 남편은 장난이시겠지 하는데 저는 상처처럼 남아있네요;; ㅜㅜ
뭐랄까. 애써 부정하던 사실(우리 시부모님은 그래도 다른 시부모님들 같지 않으실거야 라고 마인드컨트롤을 해왔으니까요..)이 있었는데 확인사살 당한 느낌이랄까요.
잠시 딴 얘기지만.. 그 날 또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제가 아파서 혈색이 안좋으니까 어머님 하시는 말씀이
"너 아프면 내 아들이 고생한다"
이것도 남편이 장난이라고 하는데.. 아팠던 저에게는 상처였네요..ㅜㅜ 엉엉
여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두번째 사건이 최근에 있었어요.
보통 결혼 후 부모님 첫 생신 때는 며느리가 생신상 차려 드리잖아요~
어머님은 말로는 너희 공부하느라 힘든데 외식하자~ 하셨는데 그냥 뭐라도 책 잡히기 싫어서 무리해서 생신상 차렸어요.
학교 수업 땡땡이 치고 아침 여덟시부터 일어나서 저녁 여섯시까지요..
그 시간 동안 거의 한 번 제대로 못 앉고.. 요리 잘 못하니까 인터넷 찾아보며 계속 긴장하고 있으니 스트레스에...
남편이 많이 도와줬어요. 근데 거기에 더 고맙게 음식 만든거 챙겨서 시댁 가기 전에
자기 설겆이 하는 거 힘들어 하니까 오늘은 내가 설겆이 하겠다 할게~ 그러는 거에요~
저는 진짜? 진짜? 하면서 너무 좋아했어요
밥을 맛있게 먹고 치우면서
오늘 오빠가 설겆이 해준대요~ 이렇게 또 애교 섞여서 말했어요
근데 어머님이 정색하시면서 오빠한테 넌 그냥 그릇 같은 거 정리나 하라고 그러시는 거에요..
저는 그 상황에서 어머님께 뭐라뭐라 하기 민망하니 오빠가 잘 말해서 해주실 바라고 있었어요 어머님이 오빠보고 하지 말라고 하셔서 이미 형님이랑 싱크대에 서 있었지만요.
오빠가 한 번 더 자기가 하겠다고 했는데
또 그냥 가 있으라는 거에요..
거기서 전 또 마음이 상했어요..
말로는 학교 다니면서 어떻게 생신상을 차렸냐 고생 많이 했겠다 며느리 노릇하느라 힘들지? 말씀해주시는데....
막상 왜 설겆이는 꼭 그 고생한 며느리를 굳이 시키려고 하시나... 싶더라구요
오빠가 집에 와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저는 이 문제에 대한 불만을 얘기했죠
나는 내가 며느리이기 때문에 설겆이를 해야만 하는 게 싫다.
시부모님들이 완전 꽉 막히신 분들도 아니고 ..오빠가 요리하고 청소하고 이런거 다 아시는데 .. 아들이 설겆이 하는 모습 보는 거 싫어하신다 그래도 초반에 밀어붙여서 하면 익숙해지실 거다 받아들이실 거다
그리고 설겆이 자체가 싫다기 보다 이 문제에서 드러나는 나의 위치? 딱 그저.. 그냥 저 자체로 좋아해주고 인정해주는 게 아니라 내 아들의 아내여서 너를 챙겨준다 하는 느낌? 그런 게 적나라하게 느껴져서 싫다
이런 식으로요..
이에 대해서 남편은 이런 입장이에요.
솔직히 왜 너가 이 문제로 이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이는지 모르겠다. 매일매일 부당한 대우 받는 것도 아니고 끽 해봐야 한달에 세네번 설겆이하는게 그렇게 못 견디게 힘드냐. 내가 볼 땐 너가 너무 욕심이 많은 것 같다. 설겆이 그거 하나 때문에 판에 있는 사람들처럼 시댁 시댁 하면서 확대해석하는 거 아니냐.
아버지 생신 때 내가 설겆이하겠다고 두 번이나 얘기하면서 엄마의 수준? 을 떠봤다. 근데 딱 잘라 쳐내는 거 보면서 아. 엄마가 내가 설겆이 하는 거 싫어하시는구나. 하고 딱 느껴졌다. 근데 그 상황에서 내가 우겨서 하면 엄마 마음 속 화살은 너한테 간다.
지혜롭게 살자. 어차피 우리가 어떻게 해봐야 평생 이런 사고 가지고 살아오신 우리 부모님 세대 안 변한다. 내가 집에서는 더 잘할테니 시댁에서는 너가 맞춰줘라. 너가 감수해라.
.......
이해해요. 합리적이죠. 너무 합리적이에요. 너무 합리적이여서 할 말이 없어졌어요. 어른 세대가 변하는 거 쉽지 않은 거 아니까요..
"그래 그럼 나는 평생 이렇게 살라는 거야?"
그냥 이런 마음만 들더라구요....
한편으로는 이렇게 맞는 소리만 하는 남편이 밉기도 하고..
그냥 모르는 척. 부모님이 싫어하셔도 저 생각해서 제 편 들어줬음 해요.
근데 또 현명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요..
정말 모르겠어요..
설겆이 하나 때문에 이렇게 이러는게 제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건지... 남편 말마따나 제가 너무 욕심이 많은건지...
그냥 평생 저는 감수하고 살아가야 하나요..ㅜㅜ
많은 분들이 별것도 아닌 일에 앓는 소리 한다고 하실 것 같아요..
그저 당연히 결혼하면 감수해야 하는건가요..
어마어마하게 부당한 차별받고 살아가시는 며느리 분들이 많으시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고민과 상황이 처음인 저희들에게 진지한 조언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