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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때 이야기인데 갑자기 생각나서 써본다
나는 남자 고등학교를 다녔었고
학교규정 탓에 늘 빡빡머리였다
그 당시는 조금만 잘 못 하면 싸대기 날라오던
시절이라서 학교가 정말 싫었지만 유일하게
행복했던 시간은 수학시간이었다
당시 서른한살 미혼 수학 선생님... 정말 예뻤다
우리반 양아치 놈들도 수학 시간에는 안잤다
170cm 정도의 키에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
쌍커풀이 없지만 큰눈, 작은 얼굴과 단발머리...
지금 생각해보면 이토준지의 토미에를 닮았다
맨날 어두운 옷만 입고 다녀서 애들이
선생님 뱀파이어 아니냐고 유치한 소리들을 했다
차가운 외모와는 달리 잘 웃고 농담도 많이 했다
수학 선생님이 야자 감독일때 샤프심 줍다가
의자소리를 크게 내는 바람에 "조용히 좀 하자"
라는 소리를 들었고 "네 죄송합니다." 라고 말했다.
쓴소리지만 첫대화여서 그런지 심장이 두근거렸다
선생님과 친해지고 싶어서 수업 시간에 질문을
많이 했고 가끔 매점에서 캔커피를 사다줬다
이런 노오력을 하니까 내 이름을 기억하더라
한번은 수업시간에 너무 졸려서 졸았는데
내 뒷목을 잡으면서 " OO이 정신안차려~?" 하더라
선생님 손은 차가웠는데 내 얼굴은 뜨거워졌다
양아치중 한명이
"선생님~ OO이가 선생님 좋아하나봐요" 하는데
내 얼굴은 어찌나 뜨거워지고 빨개지던지 애들이
나보고 "야 너 지금 얼굴 홍당무야." 하고 놀렸다
선생님은 피식 웃더니 수업을 계속 했고
그날밤 나는 잠을 이루기가 힘들었다
선생님이 피식 웃었던건 설마 나에게 좋은 감정이
있는게 아닐까라는 망상에 빠져서 화장실가서
거울을 보고 "저 어른이 될때까지 기다려주시죠."
라는 븅신같은 대사를 읊기도 했다
선생님과 친해진 나는 아주 가끔 문자도 했었다
물론 늘 내가 먼저 문자하고 선생님이 답장하고
늘 선생님이 먼저 씹으면서 대화가 끝났지만...
그렇게 봄 여름 가을이 갔고 겨울이 다가왔다
나는 당시 버디버디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놨고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버디버디 친구는
"용기란 겁을 안내는게 아니라 겁이 나는데도 실천하는게 용기래" 라는 말을 했다
이 말에 자극을 받은 나는
선생님에게 내 마음을 고백하기로 다짐했고
손편지와 용돈을 모아서 7만원짜리 목걸이를샀다
그리고 조그만 선물상자에 담아서 수업이 끝난뒤
복도를 걸어가는 선생님에게 "집에가서 보세요."
하고 나는 재빠르게 교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날밤에 선생님의 문자가 왔고
주말에 역 근처에 있는 카페로 오라고 하더라
나는 짧은 머리임에도 왁스를 발랐고
아빠의 정장을 입고 불가리 향수도 뿌렸다
들뜬 마음으로 카페에 갔는데 선생님은 나보고
선생님 좋아해주는 마음은 고마운데 못받겠다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선생님은 결혼 할 사람이 있다고
그러면서 나보고 공부 열심히 하면 예쁜 여자가
생길거라고 내가 사춘기라서 이러는거라고 하면서
밥을 사줄테니 먹고 집에가서 공부하라더라
나는 선생님이 결혼 할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서 귀가 멍멍했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자리에 일어나서
"목걸이 그거 엄청 싼거에요 그거라도 받아주세요"
하고 집까지 달려갔다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했고
샤워기 물을 맞으면서 흐느끼면서 울었다
월요일에 내 책상 사물함에는 조그만 쪽지와
목걸이가 있었다.
쪽지에는 "공부 열심히하자 OO이 화이팅!" 이렇게
적혀있었다 나는 목걸이를 주머니에 넣고
쪽지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나는 수업시간에 더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2학년이 되었고 선생님은 우리반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고 학교에서 만나면 인사정도 하고
예전처럼 문자를 한다거나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2학년 가을이 되었을때
선생님의 결혼 소식을 들었고 몇몇 애들이랑 갔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선생님이 정말 예뻤다
꼭 천사 같았다
사람이 하도 많아서 인사도 못했고
밥만 먹고 집에왔다 그렇게 내 첫 짝사랑은 끝났고
나는 공부를 정말 열심히해서 졸업후 지금은
지잡대를 졸업후 집에서 놀고있다
실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