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 야채크래커라고 아냐?
사진에 있는 저 크래커인데
저 두 줄짜리말고 한 줄짜리.
내가 그걸 되게 좋아하거든.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IMF가 터졌다.
98년때 너무 어렸거나 이후 출생 게이들은 잘 모를꺼야.
당시 사회 분위기가 어땠냐면
나라 없어질 것처럼 호들갑이었다.
( 지금 생각하면 개돼중 이 씹새끼가 지가 정권 잡으려고
그런 분위기 더 선동한 것 같기도 하고..)
우리네 아버지들 태반이 회사에서 명예퇴직 당하셨다.
우리 아버지도 마찬가지이고.
당시 처음엔 문제있는 회사들 위주로
감원하다가 언젠가부터 명예퇴직이 유행처럼 번지더니
멀쩡한 회사들도 일단 나이 많으면 짜르고 보자는
분위기로 변모해서 당시에 사오십대 아버지들이
많이 직장을 잃으셨다.
아무튼.
우리 학교는 천주교 학교라 수요일에도 4교시만
했거든.
어느 때와 같이 수요일에 학교 끝나고
낮에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갔다.
동인천역에서 급행전철을 타는데
동인천에서 출발하는 전철이라 동인천역에
꽤나 오랫동안 정차하고 있었어.
왜 있잖아.
급행들 시발역에서 오랫동안 문 열고 정차하고 있는거.
그래서 그 전철을 타고 앉아있는데
어떤 우리 아빠 또래 아저씨가 전철 밖 플랫폼에 있는
당시 홍익회 앞을 서성이더라.
그러다가 야채크래커 하나를 사서 전철을
타더라고.
정장은 입었는데 타이도 안 하시고
가방 하나 안 들은 걸보니
영업사원은 아닌 거 같고.
그 시간에 전철을 타시는 거보니
그 아저씨도 명퇴자였던거 같은데
나랑 같은 칸 내 맞은 편 자리에 앉으시더라.
그 칸에 나랑 아저씨 둘 밖에 없었음.
그러더니
야채크래커를 드시더라고.
한줄짜리 야채크래커.
당시에 그게 8백원이었거든.
내 바로 건너편에 앉으셔서
난 생각없이 걍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저씨는 나를 똑바로 안 보시고
야채크래커를 드시며
천장 한번 봤다가 야채크래커 하나 드시고
바닥 한번 봤다가 야채크래커 하나 드시고
옆에 한번 봤다가 야채크래커 하나 드시고
우연히라도 나랑 눈이 마주칠 법도 한데
한번 그러지않으신거보니 일부러 시선을 회피하셨나
싶기도 하고.
그 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갑자기 뭔가 울컥했음.
우리 아빠도 어디선가 저러고 있지는 않나
싶기고 하고 해서.
그 전까지는 야채크래커.
당시엔 존나 ㅎㅌㅊ 과자라 돈 주고 사먹어 본 적이
없었는데
부평역에 내리자마자 나도 하나 사먹었다.
맛있더라.
그때부터 야채크래커 존나 좋아함.
먹을 때마다 그때 그 아저씨 생각남.
지금은 다시 재기하셨겠지?
아직도 야차크래커 좋아하시려나.
그냥 이유없이
그 아저씨도 그때 본 날 기억해주셨으면 하네
내가 십몇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저씨를 기억한다고.
힘내시라고
1 줄 요약.
1. 야채크래커 마시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