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요일 오후4시쯤, 남친이랑 영화 곡성 보러갔어.
나름 이쁘게 보이려고 짧은 원피스 입고 화장도 좀 하고 갔어.
그 영화가 특별히 무서운 장면은 없으면서도 외국 공포영화 보는 것처럼 긴장감이 있고, 중간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고 그랬어.
잔인하게 살인하는 장면도 있고 피가 사방에 묻어있는 장면도 있었어.
난 남친옆에 착 달라붙어서 남친 팔을 꼭 끌어안고 오들오들 떨면서 영화를 봤어.
팝콘에 콜라는 살찌니까 안먹고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홀짝홀짝 마시면서 영화를 봤어.
영화 다 끝날 때 쯤 갑자기 오줌이 마려운거야.
그래서 영화 끝나고 자막 나올 때 빨리 일어나서 화장실로 갔어.
근데 출구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니까 오줌은 급한데 빨리 못나가겠더라구.
하여간 겨우겨우 나와서 여자 화장실에 갔는데 줄이 길게 서있는거야.
오줌이 급해서 안되겠더라구.
그래서 좀 떨어져 있는 다른 화장실에 갔어.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좀 어둡더라구.
다행히 거기는 줄서있는 여자들은 없었어.
세칸자리 화장실이었는데 두 칸에는 사람들이 있었고, 맨 오른쪽 화장실에서 마침 어떤 여자가 나오는 거야.
근데 그 여자는 긴 생머리에 좀 창백한 얼굴이었어.
나는 오줌이 급하니까 빈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닫고 앉아서 오줌을 누고있었어.
많이 참았던 오줌이라서 좀 오래 나오더라구.
하여간 오줌을 다 누고 화장지로 거기 닦고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화장실 문에 피가 묻어있는게 보이는거야.
마치 손바닥에 피를 묻혀서 20센티 정도 문질러서 묻혀놓은 것 같았어.
순간 영화에서 본 사방에 피묻어있던 장면이 생각나면서 섬찟해지는거야.
화장실 문에 피가 왜 묻어있지???
앞에 나간 여자가 묻혀놓았나???
거기 닦은 화장지를 휴지통에 버리는데 언뜻 누군가 버린 피묻은 생리대가 보이는거야.
여자들은 피묻은 생리대를 버릴 때는 대개 돌돌 말아서 화장지에 싸서 버리거든.
근데 그 생리대는 화장지로 싸지도 않고 걍 피묻은채로 팬티에서 빼서 바로 버린 것 같았어.
저게 뭐람,,, 더럽게,,,,
그러면서 좀전에 나갔던, 긴 생머리에 얼굴이 하얗던 그 여자가 생각나는거야.
그 여자가 저렇게 했나???
생긴 것은 멀쩡하게 생겼던데,,,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피가 화장실 문에 묻어 있을까???
혹시 영화에서 봤던 그 여자????
허걱,,,,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무서운 생각이 들었어.
빨리 나가야겠다고 생각하고 화장실 문을 열려고 하는데, 갑자기 밖에서 남자목소리가 들리는거야.
허걱,,,, 이건 또 뭐야???
여자 화장실에 웬 남자 목소리????
좀 있다가 밖이 조용해져서 문을 살며시 열고 밖을 내다보았어.
남자는 아니고 60살 정도된 아주머니였는데 목소리가 굵더라구.
그래서 내가 남자목소리인줄 알았던거야.
하여간 화장실에서 나와서 남친 만나서 무서워서 팔짱 꼭 끼고 걸어갔어.
남자목소리인줄 알았던거는 내 착각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화장실 문에 왜 피가 묻어있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남친한테 피묻은 생리대 이야기는 차마 못하겠더라구.
오늘 정말 이상한 하루였어.
아우,,, 소름끼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