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맞이해서 온 친척들이 큰 집에 모두 모였다.
나는 3수를 해서 지난 2년동안 친척들을 한번도 보지 못했기에 조금 어색했지만 다들 술 한잔을 하며 분위기가 풀리며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래, 3수까지 하더니 기어이 이번에 결국 의대 들어갔다면서?"
큰아버지가 나에게 물었다.
"네, 큰아버지."
"근데 니가 간 의대가 어디 의대라고 했지?"
"네, 울산대 의대에요."
친척들 사이에서 이렇게 말할수 있다니 지난 2년간의 고생을 보상받는 기분이였다.
"에잉, ㅉㅉ 공부 조금만 더해서 더 좋은 의대 가지 그랬냐, 3수까지 해서 울산대 밖에 못갔냐."
평생을 노가다판에서 살아온 큰아버지가 나에게 훈수를 두었다.
순간 당황해서 횡설수설 대답하였다.
"아...네 ㅎㅎ 큰아버지, 근데 의대는 울산대 의대도 좋아요."
"그래도 지방대는 지방대지, 요즘 의대는 이름있는 대학 아니면 의사라도 먹고살기 힘들다더라, 조그만 더 해서 내 아들내미처럼 고대 가지 그랬냐 고대."
큰아버지가 무척 자랑스러워하듯이 말하였다.
큰아버지의 아들은 나랑 같은 3수끝에 올해 고려대학교에 합격했다는 것은 부모님을 통해서 전해들었었다.
나는 큰아버지에게 말했다.
"의대는 고려대보다 울산대가 더 높아요, 큰아버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 울산대가 고려대보다 높다니.... 요즘 초등학생들도 안 믿겠다. 거참"
중졸 출신인 큰아버지가 나에게 말하였다.
저 옆에 있는 이번에 고려대학교 합격했다는 3수생 친척도 비웃듯이 웃고있었다.
"형님, 그래도 울산대 의대는 장학금도 전부 면제에요."
우리 아버지가 큰아버지에게 말을 했다.
"거, 안좋은 학교들이 장학금으로 애들 꼬신다더라."
평생을 노가다판에서 살아온 큰아버지가 맞받아쳤다.
"거, 근데 형님 아들은 어느 과요?"
아버지가 조금 빡치신듯 큰아버지에게 물었다.
"우리 아들은 수학과여, 수학과."
문레기면 아들새끼 대가리에 포크를 꽂아버리려고 포크를 꼭 쥐고 있었지만 수학과라는 소리를 듣고 포크를 쥐고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그럼 형님 아들은 집에서 학교 다니겠구만? 고대면 바로 형님 집 앞 아니여?"
우리 아버지가 물었다.
큰아버지가 대답했다.
"아니, 우리 아들 세종캠퍼스 합격해서 이번에 원룸 얻어줬어, 고려대 정도 급이면 서울캠이랑 지방캠이랑 별 차이 없다더라."
나는 그날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어기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