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친구 아들 중에 고대 법대에 들어간 형이 있다.
어릴 때부터 맨날 상철(가명)이는 이번에 외고 갔다더라~ 고대 갔다더라~ 상철이 형은 그렇게 나의 열등감을 자극했다.
일면식도 없는 형이었지만 죽이고 싶었던 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개새끼 공부 좀 덜하지 씹쌔끼 하면서.
엄마는 상철이형 엄마네 공부법이라면서 공부를 안 하면 옷걸이로 뚜까패는 그런 몰지각하고 무지몽매한 학습법을 강요하기도 했다.
나는 아 상철이형은 메이드 인 똑똑엄마고 나는 메이드 인 깡통엄마고!! 팬다고 잘 돌아가는 거면 우리집 컴퓨터는 걷어차면
잘 돌아가냐고 소리 지르고 안 맞아도 될 매를 더 쳐맞은 적도 있었다.
근데 어느 날부턴가 엄마가 상철이 형에 대해 말을 안 했다.
나도 자연스럽게 상철이 형을 잊고 살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갑자기 엄마가 상철이 형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시몬아 너 상철이 형 기억나니?"
"그 고대 법대 들어갔다며?"
"응 그 상철이형."
"왜? 검사라도 됐대?"
엄마가 해준 말은 충격적이었다.
고대 법대를 나오고 10년간 고시를 준비하며 나이 서른일곱살을 맞이한 상철이 형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이야기였다.
고시에 합격도 못하고, 고시 준비로 학점을 망쳐 로스쿨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나이가 많아 취업하지도 못하게 되자
절망한 나머지 긴 수험생활에 종지부를 자신의 죽음으로 찍으려 했다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상철이가 그렇게 똑똑했는데...반에서 맨날 1등만 했는데 그래도 고시가 안 되나보데.."
나이 서른 일곱,
자기 길을 가지 못하는 사람에겐 너무 늦어버린 나이였다.
나는 자살을 기도한 상철이 형이 갑자기 안타까워졌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어떻게긴...수면제 좀 먹고 그랬다가 살아서 지금 병원이라는데...미주(상철형 엄마)가 아주 말도 못하게 울고...
에그. 다 늙은 나이에 애 뒷바라지나 하다 그게 무어야. 그저 남자는 너처럼 몸 튼튼하고 애미 속 안 썩이고
그냥 우직하게 일이나 하는 것이 최고여."
엄마 말이 맞았다.
그래.
비록 어려서는 공부를 못했지만, 몸 성히 튼튼하게 일 잘하는 내가 상철이 형보다 더 낫지 않은가.
고대법대면 무얼 하는가. 결국 자살이나 기도하는 병신 아니겠는가.
나는 의기양양하게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내가 상철이 형보다 더 낫지?"
엄마가 말했다.
"그러고보니 너 어제 월급날 아니냐? 용돈 왜 안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