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에서 야간에 청소일을 한적 있었다..
20대중반 군대도 다녀왔지만 여전히 어둡고 낯가림하는 성격을 고려한 직업선택이었다..
밤10시가 되고 폐장을하면.. 티켓을 파는 안내원, 20대초중반의 캐스트들이 모두 퇴근을 하기시작한다..
곧 보안요원에 의해 모든 불이꺼지고 텅빈 롯데월드에서 이제 청소직원들은 일을 시작할 채비를 챙긴다...
지하주차장에 숨어있는 작은 창고에서 대걸레와 진공청소기(붕붕이), 껌떼는 칼, 화장실을 청소할 물통대야와 대변냄새를 없애줄 탈취제 등을 꺼내오고..
화물엘리베이터를 타고 각자의 구역으로 가서 작업을 시작..
일하는사람들의 나이대는 5~60대 머리희끗한
은퇴하신 분들이 절대다수였고.. 제일 어린 내가 하는일은 일이 적응될때까지 어드벤처라는 곳에서 38살의 사수 뒤를 따라다니며 붕붕이 전선이 꼬이지않게 들고다니는 일이었다..
12시가 되면 야간직원들을 위해 밥이 칼같이 나왔고.. 1시간동안 휴식이주어졌는데.. 이정도면 저질체력인 내가봐도 할만한 일이란 생각이들었다.. 예상대로 손님들의 시선과 간섭에 시달릴 필요도 없었다..다만 어르신들은 저나이에 왜 이일을 하고있나는 눈으로 다소 의아하게 날 볼뿐이었다..
밥을먹고 옥상에 올라와 바람을 쐬다 찍은 롯데월드타워... 음료수캔을 하나따서 저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취업경쟁에서 낙오한사실, 막막한 현실이 다 잊혀지고 마치 사연있는 영화속 주인공이 된기분이 들었다..
새벽이라 바람이 차서 다시 내부로 들어오면 우리들은 청소부에게까지 따로 쉴곳이 마련되어있지않기 때문에 아이스링크 옆편에 있는 불꺼진 롯데리아에 가서 휴식시간동안 테이블에 앉아 쪽잠을 청하고나 수다를떨며 쉬곤했다..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광경은 매일 새벽마다 많아봐야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어린여자애들이 피겨스케이팅을 연습하는 광경이었고.. 고요한 롯데월드에 울려퍼지는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피겨를 타는 애들은 허름한 작업복을 입은 나와 대조되기 짝이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