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들렀다가 썰재밌게 읽고 나도 한번 풀어본다. 공포쪽으로 가야 될것 같지만 그쪽은 쓰기가 없더라고..일단 이 이야긴 내가 백프로 겪은 실화고 단 1프로의 허구가 섞여 있지 않았다. 사실 별거 없을수도 있지만 나한텐 엄청 트라우마가 됬던 일이거든. 그럼 시작할게.
지금으로부터 5년전, 난 대학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대구 경산에 위치한 y대였고, 통학이 버거웠던 나는 자취를 하고 있었지. Y대 앞쪽엔 원룸촌이 엄청나게 늘어서 있었는데, 아마 거의 전국에서 규모가 손꼽히는 수준일거야. 하도 많다보니 가격도 쌌지. 그당시 내가 살았던집이 신축이었는데도 달에 22인가 그랬을걸. 다만 위치는 학교에서 좀 멀리 떨어진 깊숙한 곳이었다.
12월로 기억한다. 기말시험 공부한다고 10시쯤인가 도서관에서 나왔지. 집으로 가려면 원룸촌을 한참 걷다 작은 공원을 통과해 조금 더 가야됬어. 공원을 막 지나갈 무렵, 뒤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근데 그때까지 나는 촉이라던가 뭐라던가 이런거 느껴본적이 없었거든? 근데 그땐 뭔지 모르게 싸하더라. 뒤를 흘깃 보는데 어떤 남자가 내뒤로 걸어오고 있었다. 키는 178정도?( 내가 174인데 나보다 좀 컸던것 같다.) 검은 모자에 정강이까지오는 패딩 코트. 뭐 싸하긴 했지만, 그냥 나랑 가는 곳이 비슷한가보다하고 넘어갔지. 공원을 지나면 골목을 구불구불 거쳐서 사야 되는데, 슬쩍 뒤를 보니 이 사람도 내뒤를 따라 걷고 있더라고, 거리는 6~7 발자국 뒤정도. 살짝 의식이 되더라.
우리집이 위치가 약간 특이해 골목길에서 경사진 진입로를 10m정도 올라가면 단독으로 2동있는 원룸이었어. 약건 언덕위의 집이랄까? 창문열고 보면 잔디밭과 고분(집뒤에 고분군이 있어)이 쫙트여있는 나름 운치있는 집이 였지. 집이름도 '전망좋은 집'ㅋ 여튼 설명을 좀 돕기위해 발그림을 그렸는데 그림에 B가 그 진입로야. 진입로로 올라가면서 슬쩍뒤로 보니 C쪽으로 지나가더라고. 아 내가 괜한 사람 의심했네 ㅎㅎ 하며 집에 들어가기전에 담배한대 피려고 꺼내 물었지.
불붙이고 진입로 위에 도착해서 딱 뒤를 돌아서는데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그림에보면 c부분.
그놈이 지나갔던 건물 모퉁이에서 고개만 빼꼼히 내놓고 쳐다보고 있더라. 난 나름 강심장이라 자부하고 깡도 좀 있다. 비록 좆호빗에 등치도 작지만 어릴때부터 지기 싫어해서 싸움났을때도 암만 피터지게 맞아도 미친듯이 덤비곤 했었지. 그런데 이번에는 다리가 후들거리더라. 그놈에게선 살기 같은 진득한 기운이 느껴졌고 '잘못하면 죽겠구나' 이런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그래서 후달리는 와중에도 손떨리는거 티안내면서 담배 천천히 피면서 그놈눈을 계속 쏘아봤다. '안광'이라고 알지? 난 아직 기억난다. 푹 눌러쓴 모자 밑으로 시리게 빛나는 그 눈을.. 진짜 저 눈을 피하면 바로 튀어 올라올것 같았다. 머리속으론 오만 생각이 들었다. 필통에 있는 커터칼을 꺼낼까. 그러기엔 가방열고 필통 열고..안된다 돌.돌.돌을 찾아야 된다. 막 이런 생각으로 주변 슬쩍슬쩍 곁눈질하면서 돌을 찾고 있을때. 그놈이 움직였다. 나랑 그놈이 걸어들어왔던 쪽으로 너무나 태연스럽고 천천히. 난 담배가 타는줄도 모르고 그놈을 끝까지 쳐다봤다.
갑자기 전봇대 (a지점) 밑에서 폰을 꺼내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하더라. 그것도 폴더폰으로. 물론 그와중에도 날 뚫어지게 봤지. 나도 지지않았고. 잠시뒤에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는걸 확인하고 현관 자동문 비번 누르고 들어왔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하려고 했지만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우리집이 2층인데 2층으로 가는 계단 쪽에 창이 하나 있다. 나는 혹시나 하는 심정에 2층센서등이 꺼질때까지 구석에 있다가 꺼지자마자 창으로 살짝 밖을 봤다. 진짜 개놀라서 소리지를뻔했다.
아까 내시야에서 사라진 그놈이 차뒤에 쭈그리고 앉아서 우리집쪽을 보고있었다. 센서등으로 내가 몇층사는지 볼려고 그런듯. 심장 미친듯이 뛰고.머리를 굴렸다. 3층에 빠르게 올라가서 센서등 꺼지기전에 미친듯이 뛰어내려와서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 들어오는 순간 다리가 풀리더라.
혹시나 불켜진거 보고 내방 알아챌까봐 불도 못키고 있었다. 바로 경찰에 신고 하고 상황설명하니 5분만에 빽차오더라. 인상착의랑 그런거 적어가고 하는데 십새들이 심드렁하더라. 순찰해보고 연락준다고 하고 내 연락처 받아가고. 10분인가뒤에 순찰해봤는데 그런사람 없다고 안심하란다.
그후로 별일 없었지만 나는 그때이후로 밤에 혼자 걸어가면 뒤를 몇번이고 확인하는 습관이 들었다. 과연 그놈은 왜 나를 따라왔을까? 아직도 의문이다. 뭐 이쪽동네가 짱개들도 엄청많고 인구수 대비 강력범죄율 통계가 매년 상위권에 드는걸 생각하면 짐작가는바가 없는건 아니지만... 이상이 내 평생 최고로 소름돋는 썰이었다. 니들도 밤길 주의해라. 남자라고 안전한건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