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내가 초등학교 1학년 아니면 좀 더 전 유치원 다닐때라고 생각해
그전에 우리 부모님은 경남 창원에서 분식점을 좀 크게 하셨는데 잘 됐었어 나름 잘 살았어
그리고 사업도 번창해서 확장을 하시고 분점을 내실때 IMF가 터지고 부모님은....큼....ㅎ
다들 알지? IMF..급식들은 모르려나? 그냥 망했어 난 어릴때라 몰랐음 그냥 이사 가네 정도?
그리고 이사 간 곳은 시골 할아버지 댁! 나는 부모님 사업으로 바쁘시니
예전부터 할아버지 댁에 몇 개월 단위로 맡겨져서 전혀 거부감 없이 행복했음^오^
뭐 그후로 잘 지내다가 그 일이 생겼음
엄마한테 '오락실 갈거니 용돈 주세요'하면 항상 주셨는데 힘들어지시니 그런 용돈은 없지ㅠㅠ
하지만 난 그걸 알기엔 어린 나이였고 어느날 거실 테이블에 놓인 할아버지 지갑을 봤는데 현금이 진짜 많더라고
왜 어르신들은 현금만 들고 다니시니까
무튼 와 정말 많길래 거기서 천원을 슬쩍했음ㅋㅋㅋ
그땐 도덕적 개념? 하지말라는 이야기는 들어도 왜?하면 안되는거지? 이런 의문을 가지지도 않음 걍 없음ㅋ
그게 하루가 되고 이틀이 되고 액수도 늘어가고 점점 대담해짐
내가 용돈을 안 받고 계속 오락실 가고 군것질하니 엄마가 수상했나봐
그러다 내 지갑에 5천원을 보셨어!
엄마가 '이거 어디서 났어?'
나는 할아버지 지갑에서 났다하면 혼날게 뻔하니 '앞 집 할머니 문 앞에서 주웠어'라고 나름 짱구를 굴렸고
내 짱구 돌아가는 소리는 엄마한테 들렸지ㅋㅋㅋㅋ
엄마가 침착하게 '그래?' 하시더니 부엌으로 나를 데려가더라고
그러고는 내 손을 도마 위에 올리더니
'너 그거 도둑질인거 알아 몰라? 그 할머니는 5천원이 없어서 얼마나 난처하시겠어?' 화를 엄청 내시더라
그러곤 큰 부엌칼 하나를 꺼내서 '도둑놈 손 자르자 손을 잘라야 도둑질을 안 하지! 진짜 할머니꺼 맞아?'
큰 소리로 화 내시는데 난 진짜 손 잘릴까봐 울고불고 잘못했다고 아니라고 할아버지 지갑에서 꺼냈다고
한번만 살려달라고 엄마 엉어엉어어ㅓㅠㅠㅠㅠㅠ울었어
엄마는 '거짓말까지해? 넌 진짜 손 짤라야겠다' 이러시더니
부엌 칼을 든 손을 높이 들어서 쾅 찍으시는데....
난 진짜 손 잘린 줄 알고 울고불고 발 막 동동 구르고 엄마앙아아ㅏㅇ으우ㅜ어ㅓ으으아우웡 울부짖었어
엄마가 내 손을 놓으시더니 그냥 부엌 의자에 앉아 멍하니 도마에 꽂힌 칼만 보시더라
난 손이 안 잘렸단 기쁨과 공포에서의 탈출이 기뻐서 손을 연신 만지며 기뻐 울었어ㅋㅋㅋ
우리 엄마는 정정당당하시고 도덕적이시고 바르신 분이거든 근데 자식이 그러니 허탈감이 컸나봐
그 후로 엄마는 나에게 도덕 교육을 집중적으로 해주시고
지금은 남의 물건 손은 물론 눈으로도 훔쳐보지 않아
엄마가 주신 참교육으로 도벽을 지워서 감사드려
엄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