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6학년 졸업식날 썰이다.
초등학교 5학년 애미가 다른 남자랑 눈 맞아서 바람나고 아버지 혼자 나를 키우셨다.
비록 이혼가정 이지만 집안 형편은 어렵지는 않았다 이기
참고로 아버지랑 나는 나이 차이가 상당히 많았는데 아버지가 44년생 내가 90년생 이니까 어른들 말로 늦둥이ㅍㅌㅊ?
아버지도 4남매중 3녀 1남 막내 아들이시고 나또한 형제없이 아들 하나니까 집안에서 상당히 귀한대접 받고 컷음(맨날 할아버지 집가면 우리 애미 욕하면서 어찌 아들을 버릴수 있냐고 ㅂㄷㅂㄷ화를 내시는걸로 인사를 시작하심)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졸업식이 다가오니까 왠지 모를 쓸쓸함?이런게 생김
매일 아버지한테"나 졸업식날 아빠 혼자와?" 하루가 멀다하고 물어봄
그때마다 고모들도 그렇고 다들 바빠서 나혼자 가야지~이러심. 그때마다 나는 시무룩 해서 방에 틀어박힘(소심함 ㅍㅌ?)
그렇게 졸업식날이 되고 아버지랑 같이 학교로 감.전날 백화점 가서 옷도 새로사고 기분 좋았는데 학교에 가니 엄마 아빠 손잡고 사진 찍는걸 보니까 기분이 좀 그렇더라
다시 그렇게 시무룩 해지고 졸업식의 하이라이트 강당에서 상장받는 시간이 된거임
개근상 하나 달랑 받는 나로서는 그 시간이 반갑지는 않더라...
몇학년 몇반 누구누구 올라 오라고 하면 가서 상장 받고 그럴때 마다 가족들이 박수 쳐주는 그런 시간임
그러다 시간이 지나서 내 차례가 됨. 우리반 아이들 하나씩 상장을 받고 드디어 내가 상장을 받는데 진짜 ㄹㅇ강당이 떠나가라 엄청 큰 박수 소리가 쏟아짐
분명 아버지 혼자 있을텐데 의아해서 뒤돌아 보는데 할아버지는 물론 고모들과 고모부 사촌누나 형들 그것도 모잘라서 아버지 친구분들과 그 아내분들 까지 다오셨는데 ㄹㅇ 그 숫자만 30명은 족히 넘더라.
알고보니 엄마없이 졸업식 하는 내가 안쓰러워서 아버지가 할아버지한테 술을 드시고 엄마없이 졸업식 하게 만들어서 아들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울면서 이야기를 하신거임
그 이야기 듣고 우리 할아버지 가만히 계시겠노?당장 고모들한테 전화해서 내 졸업식날 버스를 빌려서라도 전부 다같이 가자고 명이 떨어진거임
고모들도 처음에는 무슨 소리당가?하다가 이야기를 듣고 상황 파악을 하심ㅋㅋ
당연히 고모들도 ok하시고 한술 더 해서 고모부는 물론 사촌 누나 형들까지 전부 데리고 오신거임ㅋㅋ
거기다 아버지 죽마고우 친구분들과 그 아내분들까지 전부 왔으니 그 인원이 좀 많겠노?
그날 졸업식날 온 학교의 관심을 우리 가족이 다 받았고 졸업사진도 거의 무슨 결혼 사진처럼 단상 가득 채우고 사진 찍음
그날 엄마없이 초라하게 보일수도 있었던 졸업식을 아버지하고 할아버지 친척들 그리고 아버지 친구분들 덕분에..
평생 잊을수 없는 졸업식이 됐다 이기야!!
그날 와주셨던 분들 꼭 다시 만나서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참고로 그날 졸업식 끝나고 삼겹살집 갔는데 식대비 엄청 나왔다고 얼마전에 아버지가 말씀해 주시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