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이 끝나고 장맛비가 반지하 창문을 때릴 무렵
여치니랑 나는 좁은 자취방 책상에 노트북을 놓고
떠나갈듯이 환호했다
나는 30퍼센트, 여친은 전액장학금을 받게 된 것
여친은 여름방학 동안 알바를 풀타임으로 바꿀까 고민하고 있었고
나는 고향에 내려가서 공부방을 본격적으로 뛰어서 다음학기 등록금을 벌어올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둘이합쳐 거진 600만원 장학금을 받았다는건
여름방학동안 다음학기 등록금을 걱정안해도 된다는 것
진짜 좋았다
재수해서 대학 합격했을 때보다 더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입사 최종합격 통지서 받았을때보다 더 좋아서 길길이 날뛰었던 것 같다
여친은 알바를 점심에서 저녁파트로 바꿨을 뿐이었고 나는 과외를 늘리지 않았다
방학엔 당연히 수업이 없고
그럼 그 시간은 뭘로 채워질 지 뻔하지
내 20대에서 했던 섹스 횟수의 95% 이상이 그 두 달이었던 것 같다
진짜 미친 듯이 했다
인터넷에서 콘돔 큰포장 찾아볼 정도로...
아침에 눈뜨면 하고
밥차리기도 귀찮아서 짜장면 시켜먹고 하고
일 끝나고 돌아오면 또 하고
새벽까지 하고
해 뜰때까지 하고
장마라 밖은 서늘한데 방안은 우리둘 땀냄새랑 습기로 가득차 있고
빗방울이 아스팔트에 튀기는 소리가 반지하 창문으로 다 들리고
창문엔 습기 다 끼고
타이타닉 같다면서 낄낄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