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능력이니 돈이니 외모니 하는데
나의 경우엔 외모도 평범하고, 집도 가난하고, 학벌만 서울 중상위권인 대딩이었다
그나마도 여친이 같은학교 다녔기 때문에 우리가 사귀는 데에 내 학벌이 메리트가 되진 못했다
같잖은 허영심은 그 여자애보다 내가 더 많았다
그 애는 등록금 번다고 카페알바부터 시작해서 누드모델, 단기알바, 임상병리까지 다 뛰었는데
나는 저녁타임에 잠깐 버스타고 가서 과외만 하루에 두 개씩 뛰었다
꼴에 대학생이라고 펜대굴리는 거 미만은 잡이라고 생각했던거지
마지막 과외가 끝나고 여친이랑 같이 사는 500에30짜리 자취방에 도착하면
밤 열한시 반이 넘었다
문 열고 들어가면 여친이 미리 퇴근해서 기다리다가
오늘도 수고했다고 내 옷 벗겨주고 키스하고 눕히고
무슨 남편 퇴근 기다리는 가정주부도 아니고
자기도 일 다 끝마치고 와서 피곤할텐데
섹스하고, 또 하고
하루종일 피곤에 쩔어서 땀난 몸 샤워하지도 않고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씩 꺼내서 어두운 방 안에서 같이 마시고
다음날 아침수업 들어가고
인생이 절망뿐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20대의 좋은 추억을 꼽자면 이거다
반지하 자취방에서의 궁상맞은 낭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