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올렸던 술취한 여사친썰에 나온
친구와의 에피소드를 좀 더 적어볼게
지금 생각해보면 남자들사이에서도 느끼기 힘든
진정한 의리(?)를 보여준 사건이 있어서말이야
내가 전역한지 얼마 안되었을때의 일이야
전역하고 이틀뒤인가
얘랑 둘이서 술을 마신적이 있었어
먼저 연락와서는 전역해놓고
친구한테 연락도 안하냐면서
전역 축하한다고 자기가 쏜다길래 만났지
그냥 일반 술집이었거든
테이블 중간중간에 얼굴만 가릴정도의
낮은 칸막이가 있는 곳이었어
얘가 성격은 지랄맞지만
신기하게도 술버릇이 없어서
취한게 티가 안나는 타입이야
말이 많아진다든지, 했던말 계속 한다든지,
소리 지른다든지... 뭐 그런것들 말이야
아무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술을 마셨지
그러다가 술이 좀 되었고 마무리할려는데
여친한테 전화가왔어
친구랑 술마신다는건 내가 미리 말해서
여친도 알고 있었지
늦게 들어가지말고
일찍 들어가라는 전화였어
(만난단 친구가 여자얘란건 말 안해서
알겠다고 말하고 바로 끊었어)
근데 내가 전화를 끊자마자 친구가 큰소리로
"야, 그여자 누구야? 누군데 그렇게
작게 소곤소곤 거리며 통화해?
너 딴여자 생겼어?" 이러는거야
이러니까 옆테이블에 있던 커플이 쳐다보더라
이때만해도 그냥 장난이라 생각하고
"야 누가들으면 진짠줄 알겠어
내 여친이야, 여친. 나보고 집에 빨리 들어가라고"
이랬는데
친구가 작정했는지
"야, 너 진짜 너무한다 내가 너 군대2년
기다렸는데 나말고 또 다른 여친이 생겨?"
이러더라
얘가 목소리는 큰데 그렇다고
듣기 싫게 빽빽거리는게 아니라
발성이 좋아서 목소리가 큰거거든?
암튼 친구가 이렇게 말하니까 주변에 있던
테이블에서 우리 테이블을 힐끔거리는게
느껴지더라
난 놀래서 장난 그만하라고 했고
친구는 "그래, 그만하자 우리 여기서 끝내자"
이러면서 계산하러 가더라
난 당황해서
"아니, 끝내긴 뭘끝내?" 이러며 따라 나갔어
그러니까 친구가 당황한 내표정을 보고
삿대질을 하면서 깔깔대더라
그리고는
"야, 너, 저번에 휴가나와서 술마실때
나보고 술주정 안해서 재미없다고,
술주정하는거 보고싶다며?
그래서 장난쳐봤어" 이러더라
그러더니
"내가 술마실때마다 이런 술주정했으면
좋겠냐? 안하는게 훨낫지?" 이러는데
기가막혀서 말이 안나왔어
내가 정색하고 있으니까 미안하다면서
자기가 쏠테니 2차 가자더라
내가 걔보고 장난 또 치면
바로 나가 버릴거라니까
절대 장난 안친다고 가자고 조르길래 2차를 갔어
이번에는 복도식으로 된 룸술집으로 갔지
근데 우리가 간 자리에 여자애 한명이 있더라
얘 친구였어(편의상ㄴ이라 할게)
알고보니 여사친이 미리 부른거였어
근데 내가 이미 술이 좀 되어서 그런가
처음보는 사이인데도
별로 어색하진 않더라
한참 마시고 있는데 폰이 울리길래
보니까 톡이 엄청 와있더라
뭔가 해서 보니까
눈앞에 있는 여사친이 '야 야야', '빨리 읽어'
이런 식으로 수십개를 보냈길래
뭔가 싶어서 얼굴한번 쓱 보고
왜? 하고 답장을 했지
그러니까 다시 톡이 오는데
'옆에 있는 얘, 니 전역선물이야.
나먼저 계산하고 갈테니까
군대에서 쌓인 스트레스 맘껏 풀어
그리고 아까 장난친건 미안해'
이러더라
뭔소린지 이해못해서
친구 얼굴을 힐끔 봤는데
날 보면서 방긋 웃더니 진짜 가더라
난 좀 당황해서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ㄴ은 이미 알고 있었는지
"잘가" 이러더라
ㄴ을 쳐다봤는데 배시시 웃으며
내 옆으로 오더라
그러더니 내 팔을 잡아끌면서
"우리도 나가자"이러는데
순간 심장이 벌렁거렸어
심장이 두근두근대니까
술기운이 있는데도 긴장돼서 말이 안나오더라
난 찐따처럼 더듬거리며
"어..ㅇ디? 이랬지
ㄴ이 말없이 방긋 웃으며 일어나며 날 잡아끌길래
짐챙겨서 따라 나갔어
내손을 잡아끌고는 근처 모텔로 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