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짧은글이라 잡게에 올렸는데
이번편은 글이 길어져서 썰게에 올렸어
9시쯤에 친구를 만나서 술집에 갔어
술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도
내 머릿속은 속옷얘기를 할까말까
고민중이었지
그런데 만약 말하게 된다해도
머릿속으로 멘트를 정리해서
하려고 했는데 술이 되니까
머리속으로 생각만 하던게
어느순간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나오더라
"그...너 어제 우리집에서 담배폈잖아"
"응, 근데 왜?"
"사실 담배피고 세탁기에서 내팬티 꺼내서
냄새맡는거 봤어"
"..."
얘는 평소 술을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지 않는데
내말을 듣고는 얼굴이 완전 빨개져서
말도 못하고 자기 술잔만 쳐다보더라
뭔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거 같아서
나도 말없이 있었지
물한잔 마시면서 얘얼굴을 슬쩍 봤어
자기손을 계속 만지작거리며
진짜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을 하고 있길래
얘가 무슨 말을 꺼낼지 기대와 걱정이 되는데
그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긴장되고
굉장히 기분이 묘하더라
한 3분이 지나서 친구가 날 쳐다보더니
애써 미소를 지으며 하는말이
"그래서?" 였어
생각지도 못한 말에 난 말문이 막히더라
아니,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어
저번에도 말했지만
얘랑 나랑은 서로 싫은소리 못하고
서로 잘못한거 있어도
괜찮다고 하면서 넘어가고 그런 사이인데
약간 공격적으로 말하니까 당황스러웠지
난 시선처리도 못하고 양옆으로 눈알을 굴리며
무슨 말을 해야할지 필사적으로 생각하는데
친구가 먼저
"미안...미안해 그건 진짜 미안한데
그래서 니가 하고 싶은말이 뭔데?"
이러더라
이런식으로 말하니까 딱히 할말이 없어서
"아니, 뭐 어쩌자는건 아니고 그냥
왜그랬는지 궁금해서..." 이랬지
이러니까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호기심에 그런거 같아, 니가 좋아서
그런것도 있고..." 이러더라
난 아무말도 안하고 안주만 계속 집어먹었어
전에 말했지만 얘랑 둘이서 술먹으면
적당히 기분좋을 정도로만 마시는데
이날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친구 혼자서
아무말없이 계속 술을 들이키더라
나한테 그걸 들킨게 얼마나 부끄러웠으면
계속 술을 들이킬까싶어서
아무말 없이 놔뒀어
소주한병을 순식간에 먹더니
"너 나 싫어진거 아니지?" 이러길래
고개를 끄덕였어
그러니까
"우리 아직 친구 맞지? 너 그거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응?" 이러더라
그래서 내가 알았다고 하니까
"진짜지? 진짜로 말하면 안돼" 이래서
절대 말안한다고 했어
근데 좀만 더 마시겠다고 하면서
소주한병을 더 마시더라
난 얘 주량을 몰라서 나까지 취하면
안될꺼 같아서 안마셨어
아까전까지만 해도 진지하던애가
많이 취했는지 히죽거리면서 웃더라
많이 취한거 같다고 집에 가자니까
알겠다고 따라 나오는데
얘를 집앞에 데려다 주고도
마음이 안놓여서 따라들어갔어
근데 얘가 자기 팬티를 들고오더니
"너도 내꺼 냄새맡아볼래?" 이러더라
난 속으로 '얘가 원래 이런애였나?' 싶었어
근데 한편으론 자기가 잘못한걸 들킨케
얼마나 부끄러웠으면 술취해서까지
이렇게 신경을 쓸까 싶더라
물론 냄새 맡진 않았고 뺏어서
세탁기에 가져다놓고
얘를 침대에 눕히고 재웠지
옆에 작은 소파가 있어서
앉아서 한참을 생각했어
'얘랑 앞으로 어떻게 되는거지?'
그러다가 잠들었고
눈뜨니까 9시쯤이더라
친구는 술을 많이마셨는지
아직도 뻗어서 정신을 못차리길래
혼자 나왔어
그리고 일어나면 연락달라고 톡을 남겼어
점심시간 지나니까 답장이 오더라
근데 집에 가기전부터 기억이 안나서 그런데
뭐 실수한거아니지?
이러길래
아무일 없었다고 했지
그뒤로 지금까지 별말없이 연락하고 있어
뭐 니들이 바라던 결과는 아니지만
앞으로 친구와의 관계에 변화가
생기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것 같아
여기까지가
일요일에 작성한거고
오늘까지의 내용을 추가하자면
서로 그냥 모른척 하고 원래처럼
아무렇지 않게 지내고 있는,
뭔가 살얼음판 위에 있는 그런 느낌이야
금방이라도 깨질거 같은데 깨지지 않는
아슬아슬함?
이썰은 여기서 끝내고
담엔 다른글 올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