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6때 있었던 일인데 시작은 초 5때 였음.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만 해도 난 솔직히 별 탈없이 잘 살아온것 같음.
문제는 초 5때 처음으로 숨쉬는게 힘들만큼 슬프게 울었던 적이 있었는데.
평소처럼 학교 마치고 집에 오니 늘 있던 엄마가 없는거임.
아빠는 평소에도 늦게까지 일하셔서 늘 엄마랑 같이 저녁먹고 나 잘때쯤에 아빠 오시는거 보고 잠들고 했는데.
막상 늘 있던 엄마가 없으니까 뭔가 허전한거임. 그래서 엄마 잠깐 어디 간거라고 생각하고 한 1시간 정도를 티비보면서 기다렸음.
아무리 기다려도 현관문이 열리지 않길래 괜히 초조해져서 이것저것 안좋은 상상들이 떠올랐음. "엄마 안오면 어떻하지.?"라던가.
이렇게 기다리다가 집전화가 울렸고
가서 수화기를 귀에 가져다 대니, 익숙한 목소리인 엄마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음.
엄마가 그때 했던 첫마디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데 바로 "미안해, 아들"이였다.
그때 당시엔 어려서 그말을 듣고 갸우뜽 하며 "엄마 왜?"라고 되물었고
그랬더니 엄마가 연신 미안하다며 앞으로 사랑하는 아들이랑 못살꺼 같다고 미안해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는데
난 그말 듣고 철렁하면서 주저앉아서 정말 살면서 제일 서럽게 울었던 것 같음.
한 2시간은 훌쩍이며 저녁도 안먹고 있으니까 아빠가 와서 아무말없이 나한테 밥차려준 다음에 차근차근 엄마랑 이혼했다며 설명을 해줬음.
이 일이 있기 전까지는 솔직히 학교에서도 애들이랑 장난 많이치고 밝고 좀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자주 했었는데
이 일 뒤로는 급격하게 성격이 소심해져 버렸고 애들이라면 다 해볼 자기중심적인 사고 방식도 버리게 되었음.
내가 주인공이 아니야 라면서 조금 성격이 확 변하게 되어 버렸지.
흔히 말하자면 철이 들었다고도 할 수 있는 시기랄까.
평소에 아빠와는 같이 놀아본적도 잘 없고 평소에 늦게 오다보니 자연스레 아빠가 아빠같지 않았음.
그래서 엄마랑 이혼한 이후로는 아빠한테라도 그나마 폐안끼치고 싶어서 내가 먹은 그릇 내가 설거지하고 자고
그런식으로 점점 성격은 소심해지고 학교에서도 마냥 웃으면서 지낼 수 없었지.
그렇게 초6이 되면서 성격이 조금이지만 애써 밝아지려고 노력해서 그나마 엄마 생각을 안하게 되었는데
그때가 마침 운동회였음.
이때도 진짜 내가 생각해도 너무 초라할 만큼 불쌍했는데
점심 시간때 다른 애들은 전부 엄마가 와서 돗자리깔고 운동회때 자기 아들 챙겨줄때
나는 최대한 그늘진 곳을 찾아서 그쪽에서 걸터 앉아서 점심시간이 지나갈때 까지 기다렸음
내가 기다렸던 곳이 바로 작은 벤치가 있는 곳 이였는데 그곳에 가니까 우리반 애중에서 흔히 말하는 암묵적으로 왕따 당하는 남자애가
혼자서 치킨 먹고 있었음.
어찌보면 웃긴 상황일지 모르지만 나도 내입장이 입장이였던 만큼 그애가 그렇게 슬퍼보일 수가 없었음
그래서 평소에 말을 잘 안나눠본 사이이긴 하더라도 그애가 얼마나 외로울지 지금 상황에서 절실히 공감했기에
옆에 앉아서 말을 건냈고 왜 여기서 이렇게 혼자 먹냐고 하니까 엄마가 바빠서 치킨을 시켜줘서 먹고있다고 했었음.
그때 그애가 나한테도 넌 왜 여기왓냐고 하길래 어영부영 난 밥 다먹고 심심해서 돌아다니다가 발견했다고 둘러댔음.
이애가 착한건지 말귀가 어두운건지 내가 밥다먹고 왓다고 거짓말이긴 해도 말을 했는데 치킨한조각을 건내주는 거임.
마침 배도 고프고 하길래 거절하지 않고 먹었는데 아마 내가 살면서 먹었던 치킨중에 가장 슬프면서도 맛있었다고 장담할 수 있음.
이때 이애를 못만났더라면 고등학생이 되어 곧 대학교를 갈 나에게 부랄친구란 단어를 자주 쓸 일이 없었을 것 같음.
그렇게 미래에 나와 가장 친한 친구가 될 녀석에게 치킨을 얻어 먹었음에도 점심시간은 반정도 밖에 안지나간 거임.
그애랑 같이 딴데 가려고 했는데 좀 낯을 가린건진 몰라도 치킨을 마저먹는다길래 나혼자 터덜터덜 운동장 주변길로 걸어서
마침 할것도 없길래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감 그리고는 점심시간이 끝날때 까지 교실에서 엎드릴 생각으로 교실을 찾아가서
내자리에 엎드려있었음. 건물안은 조용하지만 바깥의 애들이 즐거운 점심시간을 보내는 소리가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데
갑자기 엎드린 상태로 울컥하는 거임. 무려 작년까지만 해도 엄마랑 같이 보낸 시간에 엎드려있으니 내가 너무 초라해 보이고
엄마도 보고 싶고 아직 어렸을 나이에 마음속에 있던 응어리가 풀리지 못해 너무 답답했고 내 상황을 아무나 붙잡고 말하기도
그렇고 엎드려서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다가 여러 생각들이 스쳐지나가면서 펑펑 울어버렸음.
어차피 교실에 아무도 없으니까 우는 소리도 굳이 꾹 참지는 않더라도 조금씩 소리내며 울었는데.
그렇게 울다가 지쳐서 눈물도 안나오고 지쳐서 엎드려 있는데 누가 내 등을 툭툭 건드리는 거임.
그래서 눈이 막 퉁퉁 부은채로 일어났는데 평소에 욕안쓰는 그런 착한애들 부류의 한 여자애가 있었음
그애가 내 얼굴을 보더니 갑자기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되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무말 없이 내등을 토닥여 주는거임.
겨우 등을 토닥여 준것 뿐인데 다시 눈물이 쏟아졌음.
내가 갑자기 우니까 그애가 당황하면서 아무말없이 괜찮아?만 연발하며 나를 달래줫음.
울다가 지쳐서 훌쩍거리고 있을때 그애가 교실 선생님 책상에 있던 물티슈 들고와서 내눈을 닦아 주었음.
그리고 그렇게 그애가 나를 달래고 얼굴에 붓기가 빠질때 즈음에 운동회가 다시 시작했고 나는 뒤쪽에서 구경하며 운동회를 마무리 했음.
어찌보면 여기까진 그냥 초딩때 찌질했던 이야기일진 모르지만 이 이후가 본편임.
그렇게 운동회가 끝나고 나를 달래주었던 여자애가 자꾸 신경 쓰이는 거임.
왜 그때 여기서 이러고 있었냐고 물어보지 않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
학교가 마칠때 까지 기다리다가 조심스럽게 그애가 하교할때 집이랑 반대편길이더라도 옆에 따라 붙어서
말을 걸었음. 그때 왜 안물어 봣냐에서 부터 달래줘서 고맙다까지 말을 했고
왜 안물어봣냐고 물었을때의 답변은 자기도 평소에 소심해서 자주 우는데 그럴때마다 아무말없이 누가 달래줫으면 하는 생각이 많았다고 했음
그래서 나한테도 아무말없이 그냥 달래줫다고 말했는데 그때 너무 고마웠음.
이렇게 궁금증도 해소되고 하니까 그애가 괜히 막 눈에 띄는 거임.
한마디로 반했다고 할 수 있는데 외모는 좀 귀여운 편이였고 단발머리에 여리여리한게 그때 뿅간게 확실하다 싶었음
쓰다보니 시간이 꽤 지나서 제목옆에 급하게 1 이란 숫자를 붙이고 글을 마쳐봄.
어차피 2도 올리긴 할꺼지만 보고 반응이 좋으면 더 빨리 올려보겠음.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