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http://www.mhc.kr/index.php?mid=ssul&page=1&document_srl=5908141
나는 3층에서 부터 그녀가 행여나 넘어질까봐 한걸음 한걸음 조심해서 내려갔다.
손을 잡고, 계단이랑 얼굴을 번갈아가면서 내려갔는데.
그때가서 느낀거지만 손이 참 곱더라.
'다왔다. 근데 지팡이 같은건 안들고 다니나?'
솔직히 부산 사람이 좀 그런게 있거든. 친해지면 직설적인거.
그래서 우스갯 소리로 경상도 사람은 대화가 싸움 같다고도 하더라.
'지팡이.....가 집에....'
'학교는 어떻게 왔노.'
'아빠.'
이렇게 짧은 대화로도 뭔가 애틋해 보였다.
'너네 집은 어디쪽에 있노.'
'OO고.... 옆에. 2차...'
내 기억에는 그 학교는 주례에 있었다.
홈플러스도 있었는데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음.
게다가 거긴 존나 큰 아파트만 15채 정도 있었음.
더 중요한건 우리집에서 1분거리 였다는거 정도?
'가깝네.'
'....'
교문까지는 쭉 내리막길이고 그다음엔 거의 평지였다.
교문까지 손을 잡고 가는데.
농구부 얘들이 쳐다보더라.
'븅신.'
이나
'사시년?' 같은 말도 들었음.
'야, 니는 저런 말 들으면 안빡치나?'
'별로.....'
저 말 들었을 때 참 안쓰러웠다.
그 뒤로는 아무말 없이 그냥 계속 걸었다.
근데 제과점이 보이더라.
지갑을 열어보니까 2천원 있었는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뭘 살려고 꽁쳐둔 돈이었음.
'야.'
'.....'
'과자 좋아하나?'
'......응.'
그때 미니 케이크 한 개가 400원이었는데, 타르트 같은거였음.
'저기 앞에 빵집 있는데, 갈까?'
'맘대로 해.....'
나는 윤하의 손을 잡고 제과점을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고소한 빵 냄새가 퍼졌는데, 나중에 25살때 독일 기차역에서 내리자마자 빵 냄새 맡고 눈물이 핑 돌았었다.
옆에 대기석? 같은게 있더라.
'앉아있어라.'
카운터로 가니 쇼케이스에 키위,오렌지,딸기,초콜렛 올려진 미니 케이크가 있더라.
'저거 딸기 2개랑 남은거 하나씩 다 주세요.'
부자된 기분이었음.
계산하고나서 왼손에 케이크가 담긴 비닐을 잡고 오른손에는 윤하 손을 잡고 나왔다.
'집에가서 도착하면 줄게.'
'......'
진짜 과묵해 보였었다.
제과점에서 2분 정도 걸으니까 아파트 단지가 나왔다.
근데 어디가 얘 집인지 모르겠더라.
'너네집이 어디있노.'
'2차...... 13층.'
2차 아파트면 조금 더 가면 되는거였다.
'가자.'
조심히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질뻔했는데, 개쫄리기도 했다.
다리도 매끈한데 저기에 상처라도 내면 좆되는줄 알았음.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니까 뛰어놀던 애새끼들이 다 도망가더라.
오르막길 올라서 놀이터 지나갈때도 다 숨더라.
맘같아선 빠따로 다 조지고 싶었는데 참았다.
우여곡절 끝에 엘리베이터 까지 탔고 13층에 내리니까.
두갈래 길이 나옴.
'오른쪽이가 왼쪽이가?'
설하는 잠깐 멈칫하다가, 말했다.
'오른쪽....'
'아니다. 몇 호냐?'
'1320호.'
집도 바로 옆이었다.
나는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조용했다.
'띵동.'
근데 갑자기 쿵쿵 소리가 나더니
'덜컥.'
'아이고, 설하야...!'
설하 어머니가 나오셨다.
'안녕하세요.'
인사하자마자
'네가 강현이구나, 일단 들어오렴.'
갑자기 아줌마가 끌어당기면서 어쩔수 없이 들어가게 됐는데.
집이 씨발 존나 크더라. 내가봤을때 40평 정도였던걸로 기억함.
'저기 저 방 들어가 있으렴.'
'네.'
무슨 방이지 하고 열었는데.
침대 하나랑 꽉 안 찬 책장, 그리고 헤드셋?이 보였다.
누가봐도 윤하 방이 었음.
한 2분 정도 지나니까.
아줌마가 상이랑 음료수를 갖고왔고 윤하는 뒤에서 지팡이를 짚으면서 오더라.
'잠시만요.'
나는 케이크 꺼냄ㅋ
'이건 윤하건데 나중에 같이 드세요.'
'아이구, 고마워라, 네가 윤하 도우미지?'
'네.'
'이야, 키도 크고 공부도 잘하게 생겼어~.'
'아이, 아니에요.'
그냥 그저그런 말들이 몇 번 오가고 나는 그냥 바로 질문했다.
'근데 윤하 눈은 왜 저런거죠?'
3부는 내일, 일 때문에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