졷고딩 1학년.
아버지가 이직하시면서 나는 부산에서 서울로 가서 1년 있었다.
그런데 2학년이 된 순간 IMF로 아버지가 실직하셔서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다시 왔다.
부산에 할아버지 집이 있었고 거기서 걸어서 3분거리에 고등학교가 있었다.
(처음에는 있는줄도 몰랐음)
근데 그때 봤을때는 대학 캠퍼스인줄 알만큼 존나컸다.
이래 저래해서 첫날에 반에서 인사하고 뒷자리에 앉았다.
(그때 177CM 정도)
한 3일 정도 지났었나.....
복도에서 친구랑 매점가는데, 친구가 창문쪽 가르키면서 체육관 저기있다라고 해줬고 창문을 보고나서 앞을 본 순간 누가 부딪혔다.
순간적으로 입에서 욕이 나올뻔했는데, 여자애가 쓰러져있더라.
(이름표 색보니까 딱 동갑이었음)
근데 어쩔줄 몰라서 일으켜줄려는데, 얘가 계속 눈을 감고 있는거야.
그래서 옆에 친구한테
'야 얘 왜이러노?'라고 물었는데.
귓속말로
'장애인 빙시야, 보면 모르겠나.'라고 하더라.
나는 그 말듣고 반사적으로 여자애 손 잡아서 일으켜줬다.
그리고는 '미안하다.'라고 하고 얼굴도 안보고 존나 튀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가정교육 참 잘받았다고 생각함)
존나 튄 다음에 매점에서 헐떡이다가 친구랑 우유 마시면서 얘기를 좀 했다.
'장애인이라고?'
'어, 불구다. 불구.'
'에헤이 불구는 뭔 불구고. 걔는 어디 아픈데?'
'눈깔삐꾸.'
솔직히 친구가 저 말할때 존나 웃겼는데 참았다.
'눈만 안보이나?'
'어, 도우미랑 같이다니는데, 오늘 안보이네.'
'그래..... 불편한데, 도우미가 있겠지.'
여기까지만 딱 물어보고 나는 바로 교실로 간다고 했다.
'나 먼저 교실로 간데이.'
복도 맨 끝이 매점이고 그담부터 1에서 15반까지 있었는데, 나는 7반이었다.
근데 내 반에 다와갈쯤에 아까 봤던 그 여자애가 벽을 짚고 가고 있더라.
나는 달려가서 말할려고 했다
근데 개쪼리더라.
그래서 한 1M 정도 뒤에서 불렀다.
'야.'
그러자 여자애가 멈칫 하더라.
그리고는 존나 두근거리고 쪽팔렸지만 말했다.
'아까 부딪힌거 쪼매 미안했는데...... 좀 도와줄까?'
여자애가 이 말을 듣고는 진짜 구라 안치고 내가 지금까지 들은 목소리 중에 제일 예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난 저 한마디만 듣고 소오름 돋았다.
'니 몇 반이고?'
'8반.'
(지금은 7반 앞이었다.)
'여기 7반인데.'
그러자 또 존나 예쁜 목소리로
'아......'라고 하며 벽을 짚고 몸을 반대로 돌렸다.
'어디까지 도와주면 되노.'
'내 자리까지만.....'
나는 흥분되는 마음으로 여자애 옆에 섰다. 그리고는 옆으로 얼굴을 돌려서 말했다.
'근데 니 이름이 뭐고?'
그 순간 눈에 여신이 들어와있더라.
'설윤하.' (가명 아님)
이름만큼 생긴것도 고왔다.
'근데 어떻게 안내해주면 되노?'
'...... 손.'
순간 잘못들었나 싶었지만 망설임 없이 오른손을 잡아챘다.
'가자. 근데 니 자리는 어디고?'
'맨 뒤에..... 창가쪽.'
나는 윤하의 손을 잡고 쭉 갔다.
뒷문까지는 10초도 안되는 거리였는데, 얘가 겁이났는지 내 손 꼭 잡으면서 천천히 걸어가더라.
근데 뒷문 열고 내가 들어갔을때까진 괜찮았는데, 윤하가 들어가니까 분위기가 180° 바뀌더라.
입 털던 여자 얘들은 속닥거리고 남자 얘들은 슬슬 피했음.
나는 마음속으로 '좆됐나.' 싶었다.
자리에 윤하를 앉혀주고 나갈려던 참에 8반 애새끼 하나가 내 팔목 잡고 끌더라.
그래서 나는 윤하한테 '먼저 간다.'라고 하고 칠판 앞까지 끌려갔다.
다이깨는건가 싶어서 주먹 쥐려했는데, 얘가 나한테 말하기를
'야, 전학왔제?'
'어.'
'점마 건드리지마라.'
'와?'
'불구자는 건드리면 안된다이가. 만지면 니도 저래된데이.'
나는 이 소리 듣고 존나 빡쳤다.
근데도 참았다.
'저래되긴 뭘 저래되노 인마.'
'아무튼 건들지 말라 안카나. 충고 해준거데이?'
뭔가 뒤숭숭하고 좆 같았지만 일단 나왔다.
일과시간 끝나고나니 담임이 나보고 좀 보고 가자더라.
교무실로 가니 담임이 의자 내주면서 앉아라 했다. (여자쌤)
그리고는
'강현아 니 윤하 알제?' (가명 아님)
'네.'
'눈 안보이는것도 알제?'
'네.'
'니가 도우미 좀 해줘라.'
이때 뭔가 좋은 한편으로는 꾸리했다.
'갑자기 왜....? 그러시는지요?'
얘기 좀 들어보니까
도우미년이 어제 담배 피다가 걸려서 좆됐고 도우미가 필요했던 참에 나랑 윤하 집이 1분 거리인걸 등본으로 알아내서......
결론은 나보고 도우미를 해라, 불쌍한 친구다, 부모님 맞벌이.....
40분 동안 얘기 듣고나서 오늘부터 도우미가 됐다.
'아마 8반 가면 윤하 있을거니까, 단디 챙겨줘라잉.'
'예.'
설레는 마음에 존나 달렸다.
왜 설렜는지는 모르겠다.
여자애라서 였나?
존나 뛰어서 8반에 도착하니 누군가 창가에 팔 올리고 자던 모습이 보였다.
'야.'
부르니까 기지개를 펴면서 일어났다.
'늦었네.'
솔직히 조금 당황했다.
'내가 올 줄은 어떻게 알았노?'
'부탁했거든, 쌤한테.'
자다깨서 그런가 뭔가 허스키한것 같기도 했고 억양은 분명히 서울말이었다.
'일단, 가자. 가면서 들을게.'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