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코로나 조심하고 있지
나는 밖순이라서 퇴근하고 집에만 있는 생활에 미쳐가는 중이야
그래서 글 쓰러옴ㅋㅋㅋㅋㅋ
이번에는 학교 다닐 때 알게된 애 쓸 건데
이렇게 쓰다가 기억 안나면 접을지도 모름;
나 대학생 때 학교 홍보도우미를 했었음
장학금 준다기에 했었는데
홍보영상 찍고 사진찍고 찍은 사진 브로슈어에 나오고;;
다른 과 사람들이 알아보고 괜히 했다 싶었음ㅠㅠ
후회 절정은 박람회 였는데
코엑스에서 때마다 대학박람회를 해
스카이 빼고 웬만한 대학은 다 모임
거기에 가면 단복에 구두 신고 하루종일 서있어야 되고
입학상담 받으러 오는 학생이나 학부모 응대해야됨
구두 때문에 아프지 억지로 웃어야되지 힘들었음
박람회에는 학생이랑 학부모만 오는 게 아니었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다들 큰 가방 하나씩 들고 오는데
학교에서 나눠주는 홍보물품 쓸어담아감
황당하지?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처음에는 그랬음
입장료 내고 들어와서
학교 별로 나눠주는 홍보물품 가방 가득 넣고서 기웃거림
또 뭐 다른 거 받을 거 없나;
입학홍보팀 직원들은 익숙한지 다른 건 몰라도
탁상시계는 단가도 비싸고 수량 적으니까
어르신 주지 말고 지켜가지고
입학상담 받은 학생들만 주라고 그랬음
진짜 말 그대로 지키라고 그랬음
아침에 공지할 때는 뭔 말이지 했는데
진짜 지키는 거 였음ㅋㅋㅋㅋㅋ
어르신들이 학교 부스 안까지 저벅저벅 걸어 들어와서
아무말 없이 시계를 그냥 집어감
말 붙이면서 잡을라치면 손자 줄거야 하면서 가버림
몇 번 그러니까 윗 기수 언니가
너네 제대로 안 하냐면서 짜증냈음
그 언니가 챙겨 줄 때는 잘 챙겨주지만
자기 기분 안 좋은 날은 하루종일 괴롭혀서
신경 안 거슬리게 하려고 애썼는데
또 시계를 가져가는 할아버지가 내 옆으로 지나가는 거임
살짝 잡으면서 어르신 이건 입학상담 받은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거라서 다른 거 챙겨 드릴게요 웃으면서 얘기했음
그러니까 하나만 줘 하나만 이러면서
쳐다도 안 보고 나가려고 하는 거
어르신 하면서 한 번 더 불렀더니 그제서야 내 눈을 보고
다짜고짜 막 욕을 퍼부었음
우리엄마 찾고 세상에 있는 쌍시옷 다 나옴
무슨 년 무슨 년 막 소리지르는데 내가 벙찌니까
유유히 시계 가지고 나감ㅋㅋㅋ;;
입학홍보팀장이 나한테 와서 괜찮아요? 하고 묻는데
눈가에 막 눈물이 차오르는 게 느껴짐
네 괜찮아요 했지만 괜찮을리가 있겠음?
살다가 그런 욕을 들어본 건 처음이라서 놀라고 서러웠음
내가 막 새빨게 져서 울것 같으니까
팀장이 어디가서 조금만 쉬다 오라고 했음
어디가서 진정 좀 하려고 했는데 갈 데가 없었음
화장실에 가서 좀 쉴까 했지만 되게 좁고 불편했음
학교 대표로 오는 데다가
단복 입은 여자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생각해봐
얼마나 견제하고 힐끔힐끔 쳐다보는지
기 쎈 언니처럼 있을 성격도 아니라서
좀 앉아서 쉴 곳 찾다가 뭐가 막 쌓여있는 구석으로 갔음
포장마차 의자가 있는 거 보니 코엑스 스텝이 쉬는 곳 같았음
의자에 앉아서 구두 벗고 쉬면서 멍하니 앉아 있었음
언니들이 단복 핏이 망가진다고 자켓에 휴대폰 못 넣게 해서
휴대폰 없이 할 것도 없이 앉아 있는데
자꾸 할아버지한테 욕 먹는 순간이 떠올라서 울컥 올라왔음
떨쳐버리려고 애쓰는데 뒤 통로로 누가 들어왔음
단복입고 있는 남자였는데
의자 끌어서 나랑 좀 떨어진 자리에 앉았음
발은 아팠지만 사람이 왔으니 구두를 다시 신었음
내가 움직이자 그 사람이 말을 붙였음
처음에 어느 학교냐고 물어봤던 것 같음
간단하게 대답하니까 자기 학교 말하면서
편하게 있다 가라고 그랬음
여자들은 그렇게 높은 거 신고 어떻게 걸어다니냐고 물어봄ㅋㅋ
신다보면 익숙해진다고 대답해줬는데
힘들어서 그런지 표정이 안 좋다고 그러는 거임
나도 모르게 울먹 울먹 하면서 아까 있었던 일을 얘기함
그 남자가 내가 막 울먹이니까
내 앞으로 의자 가까이 끌고와서 얘기 들어줌
그렇게 욕 먹는데 아무도 안 도와준 거냐고
나 대신 화내면서 기분 나쁜 일은 잊어버리라면서
나한테 사탕을 줬음
막대사탕이었는데 막대에 라벨이 감겨 있음
펴보니까 학교이름 프린팅 되어있음ㅋㅋㅋㅋㅋㅋ
아까 말할 때는 흘려들었는데
버스 타고 1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지역이었음
물끄러미 사탕을 보고만 있으니까
맛이 마음에 안 드냐고 여섯개 더 꺼내면서 고르라고 함
내가 예? 하면서도 진지하게 고르니까
오늘 안 좋은 일 있었으니까 그냥 다 가져가라고 다 줬음
넣을 데가 없어서 자켓 주머니에 사탕 줄줄이 꽂으니까
그 남자가 웃으면서 오 사탕 콜렉터 같다면서 웃음
별 시답지 않은 얘기 하는데
아까 짜증냈던 언니가
나랑 그 남자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들어왔음
내가 벌떡 일어나서 오리언니하니까
(주둥이가 오리 같으니까 오리라고 하겠음ㅋㅎ)
좀 쉬라고 보냈더니 여기서 뭐해? 그랬음
쉬고 있었는데 다 쉬었어요 이제 갈까요? 하면서
오리언니 팔짱꼈음
팔짱끼고 가면서 뒤로는 그 남자한테 빠빠이 했음
부스로 돌아가는 길에 역시나 오리언니가 트집을 잡음
학교 대표로 와서 그것도 단복 입고 남자랑 그러고 있으면
좀 그래 보이지 않겠냐고 하면서 뭐라고 했음
나는 너를 잘 알지만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학교 이미지가 뭐가 되겠냐고 조심하라고 함
대충 알았다고 하고 언니한테 사탕 몇 개줬음
사탕주니까 기분 나아졌는지
우리 모해 우리 모해 하면서 또 챙겨줌ㅠㅠㅋㅋㅋ
박람회는 학교 부스를 계속 지켜야 되기 때문에
끝날 때까지는 아무 일도 없다가
마지막 날 정리하고 있는데 그 남자가 울 학교부스로 찾아옴
자기 학교는 부스 정리 다 했는데
사탕이 많이 남아서 주고 싶어서 왔다고 그랬음
작은 지퍼백 가득 사탕이 들어 있었는데
그거 주면서 조심히 돌아가라고 인사하고 갔음
순식간에 오리언니부터 직원들까지 나를 쳐다보는데 민망했음
같은 기수 동기들이 뭐야 뭐야 하면서
가까이에 왔는데 사탕 하나씩 돌리고
오리언니는 또 뭐라고 할까봐 사탕 더 많이 줬음
나눠주고도 많이 남아서 내 가방에 그대로 쑤셔넣었음
나중에 집에 와서 꺼내보니까
지퍼백 안에 사탕이랑 같이 노란색 포스트잇이 한 장 있었음
펴보니까 역시나 학교이름이 프린팅 되어 있곸ㅋㅋㅋㅋ
휴대폰 번호랑 꼭 연락해 라고 적혀있었음
다들 짐작하겠지 얘가 f임
휴대폰 번호 저장하고 카톡을 보냈음
안녕 나 누구게요 ☞ ☜
저렇게 보냈는데 바로 칼답이 왔음
서로 이름이랑 나이 알려주고 카톡을 꽤 오래 주고 받았음
나이는 같았고 미대생이었음
연락하면서 친해져서 페북친추도 하고
올라오는 사진마다 좋아요도 눌러줌
각자 친구들 사이에서 사탕남 사탕녀로 소문도 났는데
학교생활 하면서 관계가 느슨해지고
f는 군대 가고 나도 남자친구 생기면서 더 멀어짐
시간이 많이 지나서 나는 졸업하고 취업까지 했음
학교에서는 제일 선배고 뭐든 다 능숙했는데
입사하니까 나는 그냥 병아리에
업무량이 많아서 버겁고 적응하기가 조금 힘들었음
쉬고 싶다 쉬고 싶다 생각하면서 출근하는 길에
페메가 와서 봤더니 오랜만에 연락한 f였음
f는 잘 지내고 있냐 타임라인 보니까 취업한 것 같다면서
안부를 물었고 내 번호가 없으니 알려달라고 했음
번호 알려주고 자연스럽게 카톡을 다시 하게 됐음
f는 4학년이 됐고 열심히 졸업작품 만들고 있다고 했음
나는 회사생활 힘들다고 하소연 하다가
월차 쓰고 하루종일 자거나 혼자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다고 했음
그러니까 f가 혼자 여행갈거면 다른 데 가지말고
자기한테 오라고 했음
그게 무슨 여행이냐고 그러니까 여행이 별 거냐고
와서 맛있는 거 먹고 좋은 거 보고 편하게 쉬면 된다고 그랬음
그말 들으니까 좀 솔깃했음
무섭다고 택시도 못 타는데 내가 혼자 여행을 갈 수나 있겠음?
그 날은 에이 뭐야 하면서 넘겼는데
다른 날 또 여행 얘기를 하다가
결국 f네 집으로 여행 가기로 했음
어제 쓰다가 그냥 잠들어가지고..
조금 더 써서 마무리하고 올리는 건데...
또 끊었다고 욕하겠지...ㅋㅋㅋ;;;
그..금방 쓸게.. 그..그럼 점심 맛있게 먹고..
ㅇ..이따.. 저녁에 보쟈...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