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어서 2편도 빨리 쓰러 옴 ㅎㅎ
-----
와. 예쁘고 참한 여자 한명이 분위기를 이렇게 유화시킬 수 있구나 라는걸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포도가 온 이후로 남자들 ㅋㅋ BB크림에 향수 뿌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얘가 이쁜데 싹싹하고 무엇보다 일을 잘했다. 다양한 일을 많이 경험한게 느껴졌다.
(나중에 사귀고 나서야 밝음 이면의 아픈 가정사와 상처도 알게 되었다)
한 2주만에 남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여사님들 마음도 사로잡더라.
여사님이 수박 시식 시작하려고 창고에서 수박 낑낑대면서 들고 나오면
포도가 가장 먼저 뛰어가서 같이 들어주더라. 우리도 저렇게 안했는데..
여사님을 부르는 호칭도 첫날부터 언니 ㅋㅋ 누가봐도 최소 열살, 많으면 스무살 차이나는데 ㅋㅋ
그 기 쎈 여사님들이 언니 소리 들으니까 어머나~~하고 광대가 귀에 걸리더라.
포도는 어느새 녹아들었고, 난 그녀가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한날, 일이 터졌다.
손님중 14시 되면 와서 전 시식코너 다 돌며 배 채우던 진상이 있었다. 하나도 안사면서.
딱봐도 조금 지저분하고 정상은 아닌것 같은 사람이었는데
매일 14시에 칼같이 와서 끼니 떄운다고해서 십사끼 라고 부르던 사람이었다.
그날도 풀무원 두부누나 시식코너 앞에서 한참을 서서 두부가 구워지는 족족 먹고 있었는데
매출이 안나와서 누나 기분이 안좋은 상태였다. 원래 십사끼 와도 별 내색안했는데
그날은 누나가 참다참다 뭐라뭐라 한마디 한것 같았다.
순식간에
십사끼 언성 높아지며 욕과 삿대질 퍼부었다. 옆에 다른 여사님들 슬금슬금 피했다.
두부누나 화나서 덩달아 목소리 높이니, 십사끼가 철썩하고 두부누나 싸대기를 때렸다.
시식카트 넘어가면서 프라이팬과 버너가 땅바닥에 타당탕 떨어지는 동시에
두부 누나 비명과 함께 바닥에 털썩 쓰러지고
다들 벙쪄서 쳐다보고만 있는 와중, 포도가 두부누나에게 뛰어갔다.
포도녀가
언니, 괜찮아요? 손님 왜 그러세요!!!
십사끼가
이 ㅆ... !#@&* 점장나오라 그래 개ㅅ$&^*&
계속 소리 지르고 점점 더 흥분해서 난리 치는데 다들 보고만 있더라.
이마트 CS교육이 진짜 빡시다. 당시 고객제일주의라고 진상이건 난동이건 무조건 받아주라고
교육받고 투입되었다. 고객과 트러블 생기면 무조건 직원이 징계받는 시절이었다.
이런 일 담당하는 보안팀 여자돼지는 지도 겁나니까 무전만 때리고 남직원 올때까지 기다리고만 있는걸 봤다.
나도 망설이느라 바로 말리지 못했다.
십사끼가 흥분 가라앉히지 못하고 포도까지 때리려고 할때, 나도 용기내서 십사끼 앞 가로막고 말했다.
손님, 죄송합니다. 화 그만 내시고 저쪽으로 가서 얘기하시죠. /
십사끼가 날 쳐다보면서 눈이 마주쳤는데, 그때 이사람 눈이 반쯤 맛이 갔다는걸 느꼈다.
날 대뜸 보더니 주먹으로 내 얼굴을 쳤다.
비껴맞으면서 내 안경이 날아갔고 안경 알이 깨지면서 왼쪽 눈 밑이 깊게 베였다.
쓰린 통증과 함께 피가 나는게 느껴졌고, 나도 모르게 십사끼 멱살을 퍽 소리나게 잡았다.
나는 178에 80kg, 도대표 수영선수 출신으로 어깨가 넓어 등빨과 힘이 좋았다.
멱살을 잡힌채 흔들려보니 그제서야 십사끼가 내 덩치와 눈 밑의 피를 보게 되었고
정신이 돌아온 것 같더라. 주변을 둘러보고 사람들의 적대적인 눈빛을 보더니
뭐라뭐라 욕하면서 도망치더라.
잠시 후 보안직원들 왔고 상황 보더니 십사끼 잡으러 나갔다. 포도와 두부누나는 매니저 사무실로 불려갔다.
나는 보안팀직원과 응급실 가서 꿰맸다. 14바늘 꿰맸다. 존나 쓰리더라. 흉터는 지금도 약간 티난다. 썩을 ㅋㅋ
다 꿰매고 나서 침대에서 쉬는데 포도랑 두부누나가 왔다.
나 보더니 두부누나가 자기때매 내 눈에 상처났다면서 미안하다고 우는데
옆에서 포도도 긴장 풀렸는지 같이 울고, 나도 씁쓸해서 눈물나는거 참고 괜찮다고 달래주고 그랬다.
발광하는 십사끼도 무서웠지만 아무도 안도와주고 보고만 있는 주변 사람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며
너네 둘한테 너무 고맙다고 하더라. 누나가 다음에 자기 집 놀러오라고 맛있는거 해준다고 했고
어우 난 이모집이 더 무섭다고 ㅋㅋ 포도 먼저 보내서 안전한거 확인되면 가겠다고 ㅋㅋ
너스레 떨면서 기분 풀었다.
마트 복귀하니 그래도 주변 직원들이
매니저한테 잘 얘기해줘서 징계 받지는 않았고 병원비도 처리해주더라.
십사끼는 쫓아갔는데 못잡았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새끼 바로 다음날에 또 와서 시식코너 처먹음.
보안직원들도 매니저도 십사끼 봤는데 그냥 두더라. 씨발... 더러운 세상속 서러운 알바생.
이 경험이 복학하고 공부 존나해서 대기업 취업하게만든 존나 확실한 동기부여가 됬음.
십사끼 뻔뻔한 얼굴 보고 어이가 없어서 뭔 말을 하고는 싶은데 그냥 입을 다물게 되더라.
아우 씨바 지금생각해도 그때 그냥 보낸게 개열받네 ㅋㅋ 줘패기라도 했어야 했는데.
그때 포도랑 두부누나랑 서로 쳐다보니 셋다 입 쩍벌린 똑같은 표정 ㅋㅋㅋㅋ
도저히 화를 못참겠어서 그날 퇴근하고 셋이서 술 존나 마셨다. ㅋㅋㅋㅋ
그날 1차 삼겹살 2차 노래방 3차 치맥 4차 또 노래방ㅋㅋ 5차 캔맥사서 누나집까지 달렸다.
나는 원래 주량이 소주 반병 이고 술먹으니 꿰맨곳이 쓰려서 술 안먹었는데,
포도랑 두부누나는 3차에서부터 슬슬 취하기 시작하더라. 나는 안취한채로 취한 사람들 보니 재밋데 ㅋㅋ
첨에 막 장난치면서 재밋게 놀았다.
포도 너 인기 많은거 아냐고 ㅋㅋ 남자들 향수뿌리고 오는거 너 때문이라고 ㅋㅋ
자기 이쁜건 알았는데 그정도인줄은 몰랐다며 ㅋㅋ 그와중에 두부누나 갑자기 끼어들어서 라떼는 말이야 남자들이 나 보려고 말이야 시전하고,
내가 눼눼 이모님 하다가 옆구리 존나 쎄게 맞고 ㅋㅋ 막 놀다가 술좀 들어가니 서로 가정사 얘기하고 그랬다.
그때 누나가 애없는 돌싱인거 알게됫고 포도녀도 어린나이에 왜그렇게 일을 잘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나만큼이나 가정에 큰 문제가 있다는것도 알게됫다. 분위기에 취해 나도 힘든거 얘기하고 서로 위로해주고..
같이 일하는 직장 사람들이랑 이렇게 공감할 수 있다는게 정말 좋았다. 서로 고마웠던 것 같다.
두부누나는 예전부터 나를 좋게 생각했었는데 이번 일로 폭발해서
4차 노래방에서부터 취한듯 내 허벅지 만지고, 어깨에 기대고 빤히 쳐다보고 막 대놓고 신호를 보내더라.
포도는 두부누나 눈치보더니 알아서 4차 끝나고 집으로 갔다.
그게 아닌데... 너는 왜 누나 눈치만 보냐... 나는 사실 너랑 더 있고 싶었는데... ㅠ.ㅠ
나중에 포도랑 사귈 때 이 얘기 했더니 ㅋㅋ 자기 후회하는 일 중 하나라고 했다. 오빠랑 두부언니랑 음... 그런 밤을
보냈다는거 생각하면 그땐 아무사이도 아니었지만 지금도 화나고 신경쓰인다고 했다. ㅎㅎ
그렇게 포도는 집으로 갔고, 나는 두부누나와 함께 두부누나의 집으로 입성 했다.
----------------------
아 얘기가 너무 길어져서 미안하네 지루하진 않나?
자고 여유날때 또 쓸께. ㅎㅎ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