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만 하다가, 스물두살때 만났던 많이 사랑했던 포도녀와
아줌마의 맛을 알게해준 순두부 누나 생각이 나서 풀어본다.
5월에 전역하고 대학교 복학이 어중간했던 스물두살 그해,
학비라도 벌고자 이마트 농산파트에서 알바를 시작하게 됫다.
이마트 농산파트는 주류와 함께 3대 헬파트 중 하나다.
회전이 빨라서 매대 진열이 잦았고 유통기한 내 과일이 안팔리면
마치 시장통 내 과일장수 처럼 멘트치며 영업까지 해야했기 때문이다.
일이 힘들고 영업적 기질까지 필요했던 이유로 꼴랑 알바 뽑으면서
면접도 두번이나 봤던 기억이 나는데, 뽑히고 보니 일하고 있던 사람들이
다 서글서글하고 용모단정하고 잘 웃는게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만 뽑아놓은것 같더라 ㅋㅋ
일이 존나 빡셌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으니 즐겁게 일했다.
3개월차 8월 여름, 많이 친해진 풀무원에서 파견된 성격좋은 순두부 여사님이랑
니 언제 누나랑 술먹을껀데 ㅋㅋ 치맥 사줄께 한잔하자~ /
/ 으 싫어요 ㅋㅋ 누나 아니고 이모잖아요 ㅋㅋ / ㅋㅋ 야 12살 차이면 누나아니가? 안잡아먹을께 한잔하자 ㅋㅋ/
/ 한번쯤은 잡아먹혀보고 싶었는데 누나는 .. 쫌 ㅋㅋㅋ / 씨발 ㅋㅋㅋㅋ 후회하지마라ㅋㅋㅋ / 하면서 놀고 있었다.
(이때는 이 누나랑 4년을 섹파로 지내게 될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런데 그날, 그 이름도 유명한 제스프리 포도회사에서 시식 알바를 뽑아서 보냈다.
농산팀에 온 유일한 20대 여자였다.
걔가 시식용 카트 끌고와서 자리잡을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예뻤다. 까무잡잡하면서 작은 얼굴에 쌍커플 없는 큰 눈과 일자로 쭉 뻗은 다리,
가슴이 크진 않았지만 날씬한 몸매에 제스프리사의 청포도색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첫날 쑥쓰러워 하면서도 판매용 멘트와 눈웃음으로 손님들 한명한명 아이컨텍 하면서 열심히 일하는데
약간은 허스키 하면서도 높낮이 있는 생기있는 목소리가 기분 좋았다. 목소리와 포도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내가 포도를 좋아하기 때문일까. 그날따라 시식용 포도의 향이 달달해서일까.
일하는데 자꾸 눈길이 갔다.
손님과 수박관련 얘기를 하면서도 내 목소리가 옆 포도 알바에게 들릴까 신경이 쓰여서
목소리를 자꾸 가다듬는 내가 웃기기도 했다.
동생 한놈이 능청스럽게 걔한테 가서는 말 몇마디 걸고 뛰어와서는
걔 이름 알아왔다면서 아무도 안알려 줄꺼라고, 자기만 알고 있을꺼라고
이름조차 이쁘다고 좋아했던 표정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ㅋㅋ
매일 나이많은 여사님들과 일하다가 예쁜여자애가 오니
당연히 같이 일했던 형 동생들도 난리가 났다. ㅋㅋ 첫날 포도녀라는 별명이 생기고
퇴근하고 집에 가기 바빴던 놈들이 주말에 술먹자고 근무 스케줄을 새로 짜는 등
일터에 활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썰 중간에 끊는거 짜증났었는데 직접 써보니 내가 끊게되네.
빡시다 ㅋㅋ 서론 끝났고 여유날때 이어서 쓸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