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집에 갇혀있어서 글 쓰러옴
e는 내가 번호따서 쫓아다니다가
결국 사겼는데 어이 없는 이유로 헤어진 사람임
토요일 오후에 친구랑 쇼핑하고 저녁 먹으려고 나가는 길이었음
저녁에 술 먹을지도 몰라서 버스 타고 가려고 기다리는데
스타킹에 구멍이 나있는 거임
다음 버스 탈 생각하고
근처에 있던 홈플러스에서 새 거 사서 갈아신으려고 갔음
스타킹 사서 화장실로 가는데
화장실 통로에서 운동복 입은 사람이랑 지나침
키가 되게 크고 등빨이 좋았음 이게 e 였음
뒤돌아서 보니까 농구복인지 축구복인지 무슨 조끼에
이름이 아니라 별명 같은 게 적혀있었음
다시 돌아보니까 이미 나갔는데
순간 뭐에 꽂힌 것처럼 화장실 가던 거 유턴해서 따라 나옴
멋있는 복장이 절대 아니었는데
그냥 그 뒷모습에 꽂혔던 것 같음
키가 커서 그런지 걸음이 빨라서 저만치 가는걸
막 따라갔는데 웬 사무실 같은 데로 들어감
마트에 이런 데도 있었나 여기 뭔가 하고 두리번 거림
사무실치고는 좀 너무 오픈되어있다고 해야되나
앞에 휴게실 같은 것도 있고 옆에 무슨 데스크 같은 게 있어서
설마 보험회사가 들어와있나 했는데
그 데스크 뒤로 문화센터라고 적혀있는 게 보였음
마트에 문화센터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음
그 남자가 들어간 곳은 강의실이었던 거임
강의실 보니까 애들이랑 아줌마가 가득 했음
그 가운데 e가 서서 큰 소리로 막 뭐라뭐라 함
데스크에 저거 언제 끝나냐고 물어보니까 40분 강의라고 그랬음
일단 스타킹 갈아신고 나와서
친구한테 혼자 쇼핑하면서 1시간 정도만 기다려 달라고함
친구가 심한 말 심한 말 하면서 이유를 묻는데
남자 번호 딸 것 같다고 하니까 심한 말 심한 말 하면서
미쳤다고 그럼
사실 나는 딱 꽂히는 게 있으면 맹목적인 편임
옷을 살 때도 나한테 어울리나, 어떻게 맞춰 입나 보다는
내 눈에 이쁘면 반드시 사야됨
연애도 그랬음
내꺼다 싶으면 그냥 내꺼여야 되는
잘 안 풀리는 경우도 거의 없어서 기다릴 때만 해도
단순하게 내가 번호는 꼭 받아간다는 생각 뿐이었음
기다리면서 문에 뚫려있는 창으로 보니
e가 매트 같은 걸 깔고서 쪼마난 애들을 막 넘기고 있었음
40분 지나니까 아줌마들이 애기들을 데리고 우르르 나왔음
시끌벅적하게 지나가니까 e가 텀블러 들고 나왔음
나오는 e를 붙잡고 잠깐 얘기 좀 하자고 했음
e가 나를 보고 표정이 살짝 얼으면서
무슨 일이죠 어머님이라고 함...ㅠㅠㅋㅋ
저 어머님은 아니구요 하면서
e를 강의실로 도로 데리고 가서 문을 닫았음
아까 우리 저기 화장실에서 스쳐 지나갔었는데 마음에 들어서요
라고 까지 얘기 했는데 e가 표정에 변화도 없이 나를 쳐다봄
가까이서 보니까 약간 울퉁불퉁한 고준처럼 생겼는데
큰 키에 울퉁불퉁한 고준이 무표정으로 내려다보니까
좀 쫄리면서 위압감도 들었음
순간 느낌이 왔음 번호 달라고 하면 백퍼 안 주겠구나
가방 뒤적여서 지갑 꺼내고 지갑에 있던 내 명함을 줬음
다행히 받긴 받았음
저 여기서 강의 하나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고
이렇게까지 하는 건 그만큼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 것 아니겠냐고
아무한테나 이러는 건 아니고 처음인데
여자친구 없고 내가 나쁘지 않으면 나한테 전화해달라고 함
억지로 환하게 웃으면서 나 기다려도 되는거죠 말하고 돌아서는데
아.. 내가 너무 바보 같은 거임
남자들은 왜 스토리가 다 똑같냐 하면서 욕했었는데
나도 똑같은 스토리를 어물어물 얘기하다가
지혼자 뻘쭘해서 급히 돌아서서 오다니;;
친구 만나서 얘기하는데 병신이라고 오지게 놀림받음ㅋㅎ
연락은 당연히 안 오겠거니 했지만 자꾸 휴대폰을 보게 되는 거임
친구가 자기가 아는 동네 친구 불러서 술 얻어먹자고 그랬는데
그럴 기분이 아니라서 저녁만 먹고 집으로 옴
빨리 자서 오늘을 잊자 하고 열시에 자려고 누웠는데 카톡이 왔음
친추가 되지 않은 사람 바로 e였음
근데 카톡으로 온 말이
앞으로 자기를 만나려는 이유로
마트나 백화점을 찾아오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는 거였음
기분이 좀 상했음 무슨 스토커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별로 였으면 그냥 연락을 안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고
뭐라고 답해야 되나 고민하는데 또 카톡이 옴
이런 식으로 연락처를 주고 받은 게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는데 밥 한 번 먹자고 그러는 거임
좋다고 하고 약속부터 냅다 잡음ㅋㅋㅋㅋㅋ
저녁 약속 잡고 사소한 묻고 답하기 하는데
나보다 4살 많고 유아체육 강사라고 했음
원래 토요일은 강의가 없는 날인데 오늘 한 건 몇 개월에 한 번씩
수업 안 듣는 사람들 체험해보라고 하는 강의라고 그랬음
내가 얘기 좀 하자 그랬을 때 많이 놀랐냐고 하니까
좀 극성인 애기엄마인줄 알았다고 그랬음
생각해보니 거기는 e가 일하는 곳인데
내가 원하지 않은 반응이었다고 속상해 할 일이 아니었음
e가 직원들 다른 아줌마들 눈치가 보였을 것 같았음
그래서 다짜고짜 번호 달라고 한 건 미안하다고 했음
e는 괜찮다고 하면서 다른 극성인 사람이 보면
뭐라고 할까봐 걱정이 되서
앞으로 일하는 데는 안 찾아와줬으면 한다고 얘기한거라고 했음
어째든 이렇게 카톡을 시작으로 연락도 하게 되고
저녁도 먹고 데이트 다운 데이트도 자주 했음
자주 만나서 데이트는 하는데 진전이 없었음
관계정리할 타이밍인데 e는 그럴 기미가 안 보였고
나는 여사친으로 남을 까봐 걱정되서 망설이고 있었음
술 마시면서 손을 괜히 잡고 있거나
걸을 때 팔짱끼거나 영화 볼때 스르륵 기대거나 하는데도
뭐 서로 만나보자 사귀자 말이 없으니 데이트메이트 그 뿐인 정도
내가 이정도로 시그널을 주면 넘어올 법도 한데 답답한 상황
그러다 어느날 밤에 카톡하다가
뭐하고 있냐고 그래서 드라마본다고 어머 쟤네 키스한다고
유연석은 키스를 잘한다고 나도 키스 하고 싶다고 이런 얘기를 했음
근데 e가 읽기는 읽는데 답이 없는 거임ㅜㅜ
내가 답답함이 폭발해서 오빠가 나랑 키스하자
글자 그대로 보내버림
e는 바로 읽었는데 답이 한동안 없다가
갑자기 집 앞으로 가고 있으니까 전화하면 내려오라고 했음
두근두근
그거 읽자마자 심장이 터질만큼 두근거렸음
재빨리 양치 다시 하고 화장을 다시 했음
20분정도 뒤에 e한테 전화가 왔음
잠옷 위에 패딩 입고 내려가서 e 차에 탔음
e가 잠옷 귀엽다고 막 웃는데 e 머리가 젖어있는 거임
왜 젖어있냐고 물어보니까 그사이에 씻고옴ㅋ
e는 오는 길에 캔커피 사왔다고
컵홀더 있는 캔커피를 주려는데
커피 먹으면 입에서 똥내난다고 안 먹겠다고 했음
e는 웃으면서 나한테 가까이 오는데
내가 잠깐만 저 사람 지나가면 잠깐만 하고 멈췄음
앞에 빨간색 패딩 입은 남자가
느릿느릿 휴대폰 보면서 지나가고 있었음
마음 같아서는 야이 새끼야 길을 걷을 때는
앞을 보고 씩씩하게 걸어야지 하고 싶은데
손만 까딱까딱 하면서 빨간 패딩이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기다림
e도 나랑 같은 마음으로 빨간 패딩을 뚫어지게 쳐다봄ㅋㅋ
빨간 패딩이 사라지니까
e가 이번에는 웃음기 없는 얼굴로 가까이 다가왔음
다들 알다시피 차는 뭘 하기에는 좋긴 한데 편하지는 않잖음?
그래서 나도 e쪽으로 살짝 기울여서 땡겨줌
입술이 닿고
서로 입을 살짝 벌려서 바로 움직이는데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음
e는 너무 과하지도 지저분하지도 않게 키스를 잘 했음
아직도 생각하면 떨리기도 함
e는 키스를 하면서 옷 지퍼를 살짝 내려서 손을 넣어
목을 한 번 쓸고 어깨에 올린 다음 엄지손가락으로 쇄골을 만졌는데
이게 너무 자극적이었음
내 손은 e 허벅지 위에서 꼼지락거렸음
입술을 뗐다 붙였다 얼굴을 뗐다 붙였다 하면서
키스를 하는데 차유리가 하얗게 김이 서렸음
늦은 시간에 만났던 거라
키스 하다가 얘기 좀 하다가 그냥 그렇게 헤어지려는데
마지막에는 나를 안더니 내 목에 얼굴을 묻고 냄새 좋다고 하고
손등에 뽀뽀하고 보내줌
집에 들어와서 조심히 가라고 도착하면 카톡하라고 보내고
침대에 누웠는데 뭔가 뿌듯하고 산을 하나 넘은 기분이었음
쓰다보니 너무 기네.. 또 지금 새벽 네시 반이야
금방 와서 나머지 쓸게 다들 푹자 코로나 조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