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 학생일 때의 이야기다.
초중을 같이 다닌 엄청 친한 여자친구가 있다.(여자인 친구)
같은 지역에서 초중을 다니며 친구들끼리 많이 친하게 지내다가 이 친구가 공부를 많이 잘해서 옆 지역 유명한 명문고등학교로 진학을 하더라. 학교는 달랐지만, 주말이나 야자가 없는 날은 만나서 다같이 노래방도 가고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난다.
여기서 잠시 내 친구의 프로필을 약간 말하자면,
이쁘다.
이쁘다기 보단 예쁘장한 얼굴에 173cm의 큰 키를 가졌고 조금 마른 편이긴 하지만 골반이 굉장히 발달되어 있다.
하지만 단점이 있는데, 거절을 못한다는 거다.
중학교 때 이 친구에게 처음 남자친구가 생겼는데, 좋아하지도 않는데 사귀고 있다고 나중에 우리에게 말하더라.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사귀냐고 당연히 물어봤지만, 거절하기가 뭐해서 사귄다고 했다.
이런 성격 때문에 나와 친구들은 항상 남자친구에게 가서 대신 헤어지자고 말해주고, 우리가 보는 앞에서 고백을 받을 때는 대신 거절해주기도 많이 했다.
귀찮기는 했지만 친한 친구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교제를 한다는건 당연히 친구로써 두고 볼 수는 없는 일.
아무튼 고등학교 생활을 잘 하는 중에 친구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번에는 좋아하는 사람이랑 사귀는거지?"
"저기... 그게..."
"역시 이번에도?"
여전히 유유부단한 친구의 성격에 우리는 다들 혀를 찼지만 이번에도 도움의 손길을 주기로 하고 친구네 학교에 가주기로 약속을 잡았다.
근데 이번만은 친구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왜?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라면서."
"지금 남자친구가 그 지역에서 조금 노는 날라리인가봐."
"인가봐? 남자친구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고 사귀는거야?"
"같은 학교 친구들이랑 시내에서 놀다가 만난 애들인데 질이 좀 안좋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미 사귀고 있는 중이었다고."
"그래도 사귀기 싫은건 싫잖아? 우리가 항상 하던대로 가서 거절해줄께"
"그래도 이번에는 내가 잘 해볼께."
친구가 이번에는 단단히 결심이라도 한 듯한 태도라 우리는 이제 고등학생도 됬으니까 혼자서 할 수 있을꺼야 라며 알겠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고 중간에 시험기간도 있으면서 연락이 조금 뜸해졌을 때였다.
시험이 끝나서 친구들이랑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데 그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xx야"
"오, 어쩐일?"
"오늘 만날 수 있어?"
"오올, 우리도 안그래도 시험 끝나서 너도 불러서 간만에 모여서 놀까 했지."
"저기... 오늘은 단 둘히 만나서 할 얘기가 있는데......"
"그래? 그럼 나만 나가지 뭐. 무슨 고민 있어?"
"만나서 얘기하자."
우리 친구들은 서로 단둘히 만나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친한 사이라서 친구들도 순순히 보내줬다.
저녁 7시 쯤 우리 지역으로 온 친구를 만나서 공원에 만났다.(그 때 당시에는 돈 없는 학생이라 만나서 얘기하자면 보통 공원이었음)
"무슨 일 있어? 표정이 되게 우울해 보인다야"
만나서 내가 물으니 친구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면서 펑펑 울기 시작했다.
친구가 우는 것은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 아무 말도 없이 서럽게 우는 것은 처음 봤기 때문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울음이 그칠 때까지 진정하기 위해 달래주고, 다시 한 번 물었다.
"무슨 일이 있길래 네가 이렇게 서럽게 우는거야?"
갑자기 다시 울먹이며 자기 자신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말한다.
"진정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차근차근히 말해봐. 네가 어떤 나쁜 일을 했어도 화내지 않고 비밀 지켜줄테니까."
친구는 다시금 올라오는 울음을 꾹 참기라도 하는 듯이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 부분은 내 친구에게 직접 들은 얘기를 내 입장에서 각색하여 말하는 부분임)
어느 날 남자친구(그 양아치)에게 전화가 왔다고 했다.
"xx야, 오늘 만나서 놀까?"
"이제 곧 시험 기간인데?"
"시험 기간에 공부를 확실히 하려면 그 전에 신나게 놀아도 된다고 생각해"
"이번 중간고사 나 되게 중요한데......"
남자친구는 무작정 나오라고 자신이 데리러 가겠다고 떼를 썼다고 한다.
'학교 핑계로 자주 만나지도 못했고,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남자친구니까 가끔은 만나줘야겠지...'
이렇게 생각한 친구는 가겠다고 말했다.
"시내에 xx쯤에 있는 xx모텔에 방 잡고 애들이랑 술먹고 있어."
"모텔...? 술 먹고 있다고?"
(고등학생이면 다는 아니라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친구들이랑 술을 먹는다. 이 친구도 우리랑 같이 술을 먹은 적이 있지만 술이 약해서 우리랑 만날 때는 항상 음료수를 먹는 편이었다.)
술이라기보다 모텔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생겼나보다.
가지 않겠다고 하는 친구에게 남자친구(그 양아치새끼)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뭘 두려워 하냐고, 자기가 지켜준다고 꼬드겼다.
일단은 남자친구고 옆에 친구들도 있는걸 생각하니 괜찮겠다 싶어서 갔다.
모텔을 처음 들어가보는 내 친구는 많이 당황스러웠으나 남자친구가 건물 밖으로 나와서 데리고 들어가줬다고 한다.
방에 들어가니 남자친구의 친구들이 네 명이 먼저 술을 마시면서 놀고 있었다고 한다.
친구는 방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한다.
남자만 다 섯명이고 자기 자신만 여자라는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내에서, 그리고 남자친구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옷차림에 조금 신경을 쓰고 나왔다는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편한 차림으로 올껄 그랬나.'
오자마자 술을 따라주기 시작하는데 자신이 술을 전혀 못한다는 말을 미처 꺼내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전에 남자친구의 친구가 "설마 고등학생이나 되서 술도 못먹는다는건 아니지?" 라고 말해서 괜한 오기가 생겼다고 한다.
(여기서 고등학생 때 술을 마셔본 사람은 알겠지만 소주면 소주, 맥주면 맥주만 먹는게 아니다. 소맥. 냅다 말아먹는다.)
두 잔을 마시고 이런 저런 시덥잖은 얘기를 하다가 슬슬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조금씩 혀가 꼬이고 어지럽고 눈꺼풀은 자꾸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뭐야, 벌써 취하는거야?"
남자친구의 친구가 날 조롱하기라도 하듯이 웃으며 말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아직 멀쩡하다고 얘기를 했다.
"역시 그렇지. 고등학생이나 되서 이거 먹고 취하면 쪽팔리지. 한 잔 더 마시자!"
연거푸 세 잔을 더 마시고 나니 이제 진짜 힘들어졌다.
남자친구에게 귓속말로 "나 이제 진짜 못먹겠어. 네가 좀 말려주라."
아마 이 때 남자친구는 친구들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교환했으리라.
"내 여자친구가 술이 많이 취해서 이제 더는 못마시겠대."
"그래? 뭐 이정도면 많이 먹은 편이지."
"내가 나가서 음료수 뭐 마실 것좀 사올께."
남자친구의 친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잠시 뒤에 이온음료와 콜라 같은 것을 사왔다고 한다.
(다들 잘 알겠지만 포카리같은 이온음료와 술을 마시면 훅간다. 수분흡수를 돕는게 이온음료의 효과라나?)
"뭐 마실래?"
술을 마시면 당연히 갈증이 나고 갈증해소를 하는데에는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포카리좀 따라주라"
갈증이 나서인지 포카리를 종이컵에 네 잔을 연속으로 마셨다고 한다.
그렇게 내 친구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화장실을 다녀오고 자리에 앉아서 애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갈증이 나서 포카리를 한 잔 더 달라고 하고 마시는데 포카리에서 소주맛이 강하게 났다고 한다.
내 친구는 술을 많이 마셔서 이젠 음료수에서도 소주맛이 나는구나라고 생각했고, 두 잔을 더 마셨다.
그리고 남자친구의 어깨에 기대고 있다가 잠이 들었다.
눈을 뜨는데 부시럭 부시럭 하는 소리가 들었다.
감각은 많이 떨어지지만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