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제거하고 본론으로 넘어가자면
제일 처음으로 겪었던 가위는 고2 4월 중순이었음. 정확히 기억함.
그때가 시험이 거의 일주일정도 남았던 때라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거든.
그날은 3시까지 주구장창 영어만 공부하다가 잠자리에 누웠는데
여름도 안돼서 모기가 날라다니길래 짜증나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잠을 청했음.
근데 잠이 존나게 안오는거야 한 30분정도 눈을 감고 있었는데.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있어서 후덥지근한게 짜증이 솟구쳐서 이불을 내리려고 팔을 뻗으려는데 움직이지를 않더라.
그런거 있잖아. 단순히 힘이 안들어가는게 아니라 누군가 잡고 있는듯한 느낌?
몸이 안움직이니까 뭔가 이상해서 뒤척이려는데 그것도 안되고,
그 다음엔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건드리더라. 처음엔 엄마인줄 알았는데 직감적으로 엄마가 아닌거같았음.
처음엔 톡톡 건드리다가 점점 세기가 세지더니 한 3분쯤 지나니까 체중을 실어서 날 못움직이게 하려는것처럼 엄청 세게누르더라.
그땐 가위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도 없었기 때문에 가위에 눌리면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정말 1도 몰랐다.
그렇게 그 엄청난 압박감을 30분정도 버텼던거 같아.
너무 무서워서 소리라도 지르려고 했는데 목소리가 목젖에 걸려서 안나왔음. 진짜 존나 무서웠다.
눈을 뜨면 귀신이라도 있을까봐 눈도 못뜨고 식은땀은 막 줄줄 흐르는데 이불도 못걷어냈음.
30분쯤 지나니까 자연스레 풀리고 그 뒤로 잠도 안오다가 새벽 5시쯤에 겨우 잤다.
두번째 가위는 얼마 안가서 발생했다.
6월달이었나 정확하진 않은데 그냥 그때도 늦게까지 공부하다가 잠자려고 했었음.
더워서 창문 열고 선풍기 틀고 이불 걷어놓고 누웠는데 시발
너무 뜬끔없이 몸이 안움직이더라ㅋㅋㅋㅋ
선풍기는 탈탈탍ㄹ라ㅏㅌㄹ 거리면서 돌아가는데 몸은 진짜 좆도 안움직임.
아 시발 가위눌렸구나 하고 인터넷에서 봤던 가위눌렸을때 대처방법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새끼손가락을 슬금슬금 움직이려는데 내 의지가 부족한건지 새끼손가락도 안움직였다.
진짜 좆같았지.
절망한 순간에 방충망이 시끄럽게 소리내면서 흔들리더라.
단순히 바람같은게 아니라 누가 잡고 흔드는것처럼 일정하게 소리가 났음.
당연히 도둑은 아니었고 창문엔 아무도 없는데 소리가 딱 멈추더니
이젠 시발 내 발목을 콱 잡더라
여기서 소름이 쫙 돋았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방안에서 누군가 내 발목을 세게 잡으니까
소리는 지르고 싶은데 목소리는 당연히 안나오고 손가락은 말을 안듣고.
첫번째 가위랑은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엄청난 공포에 저절로 풀리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있는 신 없는 신 죄다 불러내서 기도했던거같음.
그렇게 한 10분정도 지났나 발목을 잡고 있던 느낌은 어느새 사라지고
땀으로 흥건해진 이불만 느껴졌다. 난 진짜 가위가 이렇게 무서운 건지 몰랐다.
친구들한테 가위눌린 썰만 듣고 신기해서 '와 나도 한번 눌려보고싶다' 했는데
내가 쫄보인 걸수도 있지만 절대 눌려볼만한 그런 가치있는 경험은 아니다.
그냥 그 순간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만 가득차고 세상 좆같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것 같음.
세번째 가위는 비교적 시간을 두고 발생했음.
고2 12월 말이었다.
이때 전까진 아직 귀신을 보기 전이라 귀신에 대한 두려움이 좀 컸다.
그때 가위눌린건 임팩트가 상당히 컸는데
귀신을 본다는게 그렇게 충격적이고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지 처음 알게됐음.
그 전에는 방바닥에서 이불깔고 자다가 12월 말에 침대를 사고 포근하게 잠들 참이었음.
근데 시발 아니나다를까 몸이 안움직이더라ㅋㅋㅋㅋㅋㅋㅋ
가위는 항상 몸이 마비되는 것부터 시작하는것같음. 나만그러냐?
세번재 가위니까 하.. 좆같다는 생각밖에 안들고 그냥 빨리 벗어나야지 하는 생각만 들었음.
새끼손가락을 계속 움직이려는데
몸만 안움직이고 별다른게 없더라?
그래서 오 개꿀ㅋㅋㅋ 하고 그냥 눈감고 손가락 움직이는데
옆에서 뭔가 어깨를 툭툭 치더라
그때 보면 안되는거였다.
툭툭 치길래 반사적으로 눈을 확 뜨고 옆을 봤음.
근데 씨발 어떤 손이 침대 밑에서부터 침대로 올라와서 내 어깨를 치고있더라
내 생애 최고의 공포였다. 귀신의 전체형상을 본건 아니지만 정체불명의 손이 내 눈에 보였다는 것만 해도 쇼크사할 지경이었음.
식은땀이 나다못해 그냥 눈물이 나올라고 그러드라
그거 보자마자 바로 눈감고 손가락 존나 움직였음.
그때 손가락의 속도로 지금 오버워치를 했다면 마스터까진 가지 않았을까?
존나 움직이다가 손가락이 확 움직이면서 가위는 풀렸다.
세번째 가위가 제일 충격적인 걸로 기억함.
뭐 혹시나해서 가위를 눌려보고 싶다거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음.
나도 미스테리한거 굉장히 좋아하고 담력도 만만치 않은데 단순한 공포보다는 그 상황에 느끼는 압박감이 더 컸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몸은 안움직이고 목소리는 안나오는데 뭔가 기괴한 소리나 형상을 봐야한다는건 그야말로 고문인거 같다.
지금은 그나마 익숙해져서 그때만큼은 무섭지 않은데 적어도 가위를 5번까지 눌릴때까진 굉장히 무서웠다.
이 세가지말고 다양하게 눌려봤는데 너무 많아서 한번에 쓰기는 너무 힘들거같다.
반응 좋으면 더 올리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