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출근을 안하면서 푹쉬었다.
기다린 형동생들 늦어서 미안하다.
지나간 썰 이어서 풀어본다.
그렇게 아무문제 없이 우리는 9개월간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었다.
내가 학교를 복학하고 중간고사 전까지 무단히 룸빵을 들락날락 거릴때만해도 말이다.
누나가 출근하는 날이 늘어나고 점차 우리가 보는 시간들이 달라져갈때 나는 불안에 휩싸였다.
대게 늦어도 3시 쯤이면 들어와서 같이 영화도보고 ㅅㅅ도 했는데, 다음날 수업때문에 술은 못마시겠더라
9시 수업을 듣기위해 나는늘 일찍 잠을 자야했고 ,, 마치고 바로 퇴근하던 누나는 점차 집에 오는 시간이 늦어지기 시작했다.
7시면 일어나서 준비하고 자고있는 누나 점심거리 챙겨놓고 학교를 갔는데.. 어느샌가 부터 내가 학교가는 시간까지도 들어오지 않고
폰도 꺼져있더라. 당시 2g폰이라 문자 답도 없고 전화도 꺼져있으면 연락할 길이 없었다.
지나온 9개월동안은 늘 같이 붙어있었는데 어느새 내가 챙겨주는 시간도 줄고 나는 그시간에 자고있으니 누나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시간들도 줄고
이해심도 점차 사라져가던 시기가 아닌가 싶다.
물론 주말은 같이 함께 근교 드라이브 가고 그랬었는데.. 점차 어느날 부터인가 피곤하다며 자기 바쁘고 나만 겉도는 느낌이 들더라.
최대한 누나기분에 맞춰서 행동하려 했고 이해하려 했고 , 너무 큰 이해심들이 누나의 긴장을 풀어논게 아닐까 싶었다.
중간고사가 끝이나고 그 주 금요일은 시험이 없던날이라 누나에게 말도 안하고 늦잠을 잤다.
근데 눈을뜨니 시간은 10시가 조금 넘는시간이었는데, 문자로 10시 쯤 "나 이제 집에 들어간다 시험잘쳐 ♥"
뭐 한동안 콜도 많고 마치고 다른누나들이랑 술도 많이 마시던 때라 별의심없이 놀래켜 줄려고 답장을 안하고 침대속에서 선잠을 자고있었다
도어락이 열린 그순간 누나가 누군가와 같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누난가 싶어서 그냥 자고있었는데 물고빨고 자기야 라는 소리가 들리더라?
고민하다가 방에서 나가자
술취해 해롱거리는 반쯤 벗은 누나와 왠 남자가 키스하고 목덜미를 빨고 있더라
"뭐하는데 너거"
나는 누나 눈이 그렇게 커지는 걸 그때 처음봤다
누나는 "아 아니다 그런거 아니라고 아니 그냥 나이트에서 만났다 그냥 아는 오빠라고 소리쳤고"
자기야라는 소리도 들었고 내눈이 지금 너네둘을 보고있는데 그소리가 나오냐고
같이온 남자는 죄송하다고 도망가기 바빳고 ,,
나는 그렇게 헤롱거리는 누나를 침대에 눕히고 술깨고 얘기하자고 일어나면 연락하란 말만 남기고
그렇게 그 집에서 뛰쳐나왔다.
자괴감이 들었다.
그 집에서 나와 공터에 앉아 수많은 생각을 했다.
궁금한게 많았다. 물어보고 싶었던 일들이 많았다. 모든걸 따지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그래.. 요근래 내가 해주지 못했던 일들을 누군가 대신에 해준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아팠다.. 정말 사랑이란 감정은 조금밖에 없을거라 생각하고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그감정들을 부정하고
다독이며 아닐 거라 저울질 했던 내마음이 그렇게 아파오더라.. 일은 일이라고 부정했던 마음들 ..
많은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나이트에서 만나서 술에취해서 그 기분에 취해서 아침 그 시간까지 놀다가
내가 처음 그 집에 왔던 그날 처럼 상대방 남자도 그렇게 오게 된게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허탈했다.. 지난 1년여의 시간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지나갔다.
늘 함께할거고 조금만더 버티고 내가 졸업할즈음에 우린 서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것이란 착각에 빠졌던게 아닌가 라고..
그 따스한 햇살이 쬐던 가을날에 마음이 너무아파서 정리가 되질않았다. 그래도 못볼거 볼거 다 본 사이라 다짐했는데
내가 정말 진심을 다 해 좋아했었다라고 말할 수 있었는데 ..
그렇게 멍하니 담배만 태우다가 ..일어났다 라는 문자에 나는 마음속의 정리도 못하고 올라갔다.
"미안해"
"뭐가?"
"아까 그 남자 그냥 오늘 처음본사이고 요즘 너무 심란하고 힘들어서 그랬다"
"그래 알겠다, 근데 나는 .. 나는 정말 아무리 우리가 정상적인 사이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런 .. 다른 누구에게도..
학교 친구들 동생들에게 눈길한번 주지도 저녁에 술마시러 오라는 그 연락 까지 쌩까고 아싸로 지낸 나는 뭐냐고 .."
되물었다..
"미안해 "
많은걸 따지고 싶었다. 내가 학교 갈때마다 이랬었냐고, 또 다른 누군가와 이런 짓 거리 했냐고
..차마 입에서 말이 떨어지질 않더라 내 자존심이 지나간 모든 시간을 부정할까봐 더 비참해질까봐
"그냥 생각의 시간을 좀 가지자 "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짐을 쌌다
"뭐하는데?"
"나갈라고"
"왜?"
"미안한데 그냥 짐좀 싸서 일단 나가께"
몇개월 동안 같이 산 집에 짐이 옷 몇가지 빼고 나니까 진짜 들고 나올게 없더라.
그날 밤 친구들을 불러 정말 아주오랜만에 술한잔 시원하게 했다.
그렇게 될줄 알았다는 반응들과
누나를 욕하며 내 편을 들어주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또 쓰디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사랑했었던 거 같은데 사랑했는데 후회없을 만큼 잘해줬는데 왜 그랬을까 ..
누나가 일을 그만둘거라며 기다린 그 1년의 시간만 더 참자고 다독이며 힘낸 시간들.. 기억들이 너무 가슴을 조여왔다.
도중도중 기다린다는 문자와 전화가 그렇게 오더라
"내일 갈게" 라는 문자를 보내고 잊어버릴려고 잤다.
그렇게 다음날 휴대폰을 보니 부재중이 엄청와있더라..
집앞 카페에서 만나 얘기를 나눴다.
"변명은 듣기 싫고,, 우리가 꿈꿨던 미래에 대해 신뢰가 어긋난 부분이 너무 힘들다"
"미안해"
속으로 그렇게 욕을 했다. 니는 그런년이었다 원래 그런년이었다 그냥 아무남자면 니를 보듬어 주는 남자라면 그래 그랬었지/.. 라며
자기위로 아닌 자기위로를 했다.
"그만하자 ,"
"미안해..가지마.."
"아니 .."
눈물을 흘리는 누나를 뒤로한채 그렇게 그렇게 나왔다.
카페를 나서는 그 문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 기분 그 느낌..
그 뒤로 나는 술을 마시고 몇번 전화한 적이 있다..
어느때나 다를것 없이 통화대기음만 가고 전화를 받진않더라..
그러고 기말고사가 끝날 시점.. 형들핑계로 룸에 놀러갔을때
더이상 누나를 찾아 볼수가 없었다.
"지금거신번호는 없는 번호.."
라는 대기음을 들었을때 비로소 나는 모든게 끝이 났구나 란 걸 실감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미치도록 보고싶고, 사랑했다고 그 당시 한번의 실수를 감당할 수 있었을 자신이 없었던게 아니라
나는 나로서 오히려 누나가 그런일을 만듬으로써 안도의 한숨을 내쉰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정말 사랑했다면 묻고따지고 뒤엎고 그 모든 부분들까지 이해하고 감싸줘야 했지 않을까 했는데..
도망간게 아닐까 나는 .. 그 단하나의 핑계로 ..
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 그당시 어렸던 나로서는 감당하기 힘들었던 모든것을 부정하고 싶었지 않나..라고
결혼의 종착역에 도달한 지금은 .. 그당시로 돌아갈수 있다면 말하고싶다..
그 모든 아픔까지 감싸안으며 더 사랑하고 더 잘할게 오히려 내가 더 겁쟁이라 도망가서 미안하다고
지금은 어디서 뭐하고 잘 살고 있으려나?
문득문득 잊지 않기위해 이 썰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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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로 쓰는 썰들은
지금 이 룸빵녀를 만나기전의 모습과 만난 후의 모습으로..
내 연애 내인생사가 다르니
이해하고 봐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