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2편에서는 많은 형, 누나, 동생들이 관심가져줘서 너무 좋다. 관종이라 적당한 관심 진짜 너무 좋아합니다. 폭스형의 츤츤한 관심도 항상 감사 ㅎ
알다시피 글쓰고 수정하는데 너무 오래걸림. 원래 필력less한 놈이기도 하고 그걸 또 여러차례 수정하다보니 너무 어렵네. 진짜 네임드 게이들 리스펙ㅇㅈ, ㅆㅇㅈ 또 한번 말하자면 지은님 팬이에요
너무 길게 안끌고 바로 세줄요약 간다. 항상 세줄요약은 ㅈ같이 못하니 [ㅈ호구의 일기]를 검색하여 읽어볼 것ㅎ
[세줄요약]
1. A랑 단둘이 술마심
2. 오지게 마심
3. ㅁㅌ감
세상에 그렇게 천천히 올라가는 엘베는 처음 봄. 기분탓이겠지만.. 방문 열고 카드키 꽂고 불켜는 순간!!! 아 내가 병신임을 다시 깨달았다. 방에 침대 두개 들어있는 방을 뭐라 부르더라? 싱글베드 두개 들은거. 그냥 모르겠으니 트윈룸이라고 칭할게. 불켜니 싱글베드 두개가 뙇하고 보였다. 어쩐지...
진짜 세상 멍청하게 당황해 있다가 A를 바라보았다. A는 이미 거진 잠든거 같았다. 그제서야 이성을 찾았다. 아.. 내가 뭐한거야..순간 여자친구 얼굴 생각났다. 갑자기 현타오더라.
그래서 일단 A를 침대에 눕히고 내 겉옷이랑 A의 두꺼운 후드집업만 간단하게 벗겨서 이불덮어줬다. 다행히 속에 흰티 하나 받쳐입어서 노출될 건 없었다. 그리고 난 화장실가서 양치하고 세수하고 발닦고 다른 침대에 누웠다.
현타와서 잠도 안오는데 티비나 봐야지 해서 리모컨으로 불끄고 티비 바로 켰다. 챔스 하이라이트 보여주길래 좀 보다가 잠 와서 티비끄려고 하는데 A가 날 보고 있었다. 진짜 세상 그윽한 표정으로. 술은 좀 깬거 같더라.
A : 오빠 잘거야?
ㅈ : 어? 어? 어?
A : 뭐야 왜 이렇게 당황해?
ㅈ : 아, 아냐
A : 오빠가 올래 아님 내가 갈까? 아 아니다 내가 갈게
이러고는 내 침대 속으로 쏙 들어왔다. 그리고 팔베게 해달라고 해서 팔베게 해줌. 너무 떨렸다. 나를 올려다보는 눈이 너무 예뻤고 나도 그 눈을 그냥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여기에서 계속 이러고 있으면 뭔가 일을 칠거 같았다. 그래서 그냥 내 선에서 최대한 기분 안나쁘게 거절하고자 안아주고 머리 쓰담쓰담하면서 말했다.
ㅈ : 귀엽네. 어서 자자. 여기서 자.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깨워주기
A : 응
다행히 A는 이내 잠들었다. 재빨리 티비를 껐고 머리를 계속 쓰담쓰담해주었다.
아침이 되자 일어났다. 그런데 일어나서 A를 깨우려니 도저히 깨울 용기가 안났다. 얼마나 뻘쭘할까
.. 그래서 그냥 자는 척 했다. 아직 알람이 안들리는 걸 보면 평소 기상시간보다 일찍 일어난건 분명했다. 아 근데 너무 오줌 마렵더라. 도저히 못참겠다고 느끼고 살짝 팔베게 빼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ㄹㅇ 신세계.
손씻고 나오니 눈이 마주쳤다. 왠걸 깼네. 내 머릿속은 민망함으로 가득 찼음. 그래서 빨리 말을 돌렸다.
ㅈ : 어? 일어났네 나 먼저 씻을테니까 좀 더 자고 있어
그러고는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가서 샤워 조지고 나왔다. 샤워하고 침대들어가면 기분 개꿀이쟈나. 알아 몰라. A도 마저 씻고 우린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던 듯 ㅁㅌ을 빠져나왔다. 사실 아무일도 없기도 했고 ㅇㅇ 같이 24시간 해장국집가서 해장국 먹고 택시타서 A집 데려다 주고 난 바로 출근했다.
출근해서 오늘 교육도 없고 행정적인 일만 하는 날이라서 오지게 바빴다. 한참 바쁘게 일하다가 점심시간이 되서 점심 일찍 먹고 남는 점심시간동안 사무실에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잠시 생각에 빠졌다. 지난 밤 일과 그 전날 일. 그 시간동안 내가 하는 생각, 느낌, 감정 등을 종합해보니 내가 바람을 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죄책감이 심해서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ㅈ : 여보세요? 자기야 밥먹었어?
여친 : 응 먹었지. 자긴 먹었어??
ㅈ : 응. 요새 날씨 엄청 춥네. 단풍구경 가기로 했는데ㅠㅠ
여친 : 그냥 좀 기다리다가 눈꽃축제를 가자 ㅋㅋㅋ 아 근데 어젯밤에 연락 왜 안됐어? 뭐 좀 물어보려고 했는데
ㅈ : 어제 너무 피곤해서 퇴근해서 바로 잤어. 근데 새벽에 일어나버린거 있지? 그래서 좀 더 자다가 지각했어 ㅋㅋㅋㅋ
여친 : 왜 아직도 안짤렸냐
뭐 이런 얘기 좀 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너무 편하게 잘해주고 항상 믿어주는 여자친구라서 더 죄책감이 느껴졌다. 진짜 이렇게 대화하고 통화한다. 거의 친구같은 느낌?
그렇게 그날은 엄청 바빴던 것 같다. 그날에 나도 수업이 없었고 A도 수업이 없어서 딱히 마주치지는 않았다. 간헐적으로 하는 카톡에서는 술 때문에 머리아파서 계속 잠이나 자고 있다고 했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마주치기 좀 불편하기도 했다.
퇴근해서 여자친구랑 영상통화나 하다가 잤다. 다음주 주말에 데이트하기로 하고 데이트 계획을 짜면서. 그렇게 한주가 지나갔고 일요일에 교회도 다녀왔다. 교회에서 내 나름의 회개도 많이 했다. 교회다닌지 만 2년 좀 안됐는데 멍때리기 좋은 것 같다. 딱히 신앙심이라기보다는 한주 정리하는 것이 좋아 간다. 교회갔다가 청년부 친해진 사람들이랑 점심먹고 같이 카페가서 커피마시고 수다나 좀 떨다 왔다. 그 중에 신앙심 쩌는 누나(성격 좋은데 못생김)가 이번에는 수요예배 나와서 예배 마치고 청년부 식사 하자고 했다. 그래서 오키 콜하고 나왔다.
그렇게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고 수요일은 다가왔다. 지금껏 수요예배는 한번도 안가봤다. 이 일도 1년 전이고 교회도 만 2년이 거진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안가봄ㅎㅎ. 일관성 ㄱㅆ ㅅㅌㅊ ㅇㅈ? 청년부 카톡방에서도 이번에는 좀 나오라고 엄청 성화였다.
수요일 오후 A에게 카톡이 왔다. 오늘 밥을 먹자고 한다. 원래는 수요예배 핑계대고 둘다 안가려고 했는데 내 나름대로 정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A와의 밥을 선택했다. 수요예배는 그날도 잠수잼ㅋㅋㅋㅋㅋ
이번에는 육회집이었다. 그냥 지역맛집은 아니고 프랜차이즈 ㅇㅇㅅ 라고 알려나. 무튼 거기 갔는데 육사시미가 없다고 해서 육회를 시켰다. 차 가져와서 술 못마신다고 했지만 사장님이 대리불러주신다고 해서 또 술시키고 술마셨다.(생각해보면 불러주는 건 꽁짜지 대리비는 내가 내는데ㅅㅂ) 계속 얘기를 뱅뱅 돌리다가 어느정도 취기가 느껴질 무렵 A가 말했다.
A : 난 오빠가 참 좋아
ㅈ : 어? 왜? 어떤게?
A : 그냥 음.. 사심이 없는거 같아서 좋아. 그래서 더 편하기도 하고
A의 한마디에 내 머릿속은 두개의 감정으로 양분되었다. 안도 그리고 서운함...
A의 말을 잘 이해해보면 A는 나를 남자로 받아들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냥 친구같은 오빠 정도? 자기 얘기 털어놓기 좋은 친구 이런 느낌? 사실 나는 상담을 오지게 잘한다. 관심있어서 공부 좀 했었는데 별거 없다. 잘듣고 리액션하고 유재석처럼 상대방의 말을 상대방의 감정에 이입해서 다시 정리해주면 된다. 그러다보니 대화하기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최소한 이때는 그렇게 느꼈다. 그냥 나혼자 고민하고 혼자 설렜던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그때문에 서운하기도 했다.
이 대화 후에는 화장실 다녀왔다가 그냥 또 A얘기나 엄청 들어줬다. 자기 진로 얘기, 결혼에 대한 생각 얘기, 집안 사정 얘기 등등 고민이나 들어주면서 술만 계속 퍼마셨다.
술 오지게 먹은 다음 대리불러서 A태우고 내 집 주차장 쪽에 주차했다. 대리 처음 불러봤다. 드라마 보면 현금 던지면서 계산하는거 보고 대리는 무조건 현금박치기구나 싶어서 현금 뽑았는데 카드도 되더라. 대리 아다들 참고하셈ㅇㅇ 무튼 우리 집 주차장에 대고 A는 집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A가 손 안시렵냐면서 내손을 꼭잡고 자기 후드티 주머니에 넣었다. 근데 옷 위로 만져지는 배가 느껴졌다. 슬림한 몸처럼 뱃살은 안느껴졌다. 가는 길에 편의점이 하나 있는데 지나가다가 A가 물었다.
A : 오빠 맥주 한캔 하고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