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4년 여름.
나는 공부를 열심히 했던것도 아니고, 특출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하고싶은것들 하나하나 해보기로 했었다.
처음으로 시도 해본게 연기를 배워보는 거였다. (물론 연예인이 되겠다 이런 거창한 생각은 아니었음)
다니다 보니까 이런저런 예쁜 여자애들이나 누나들도 있고 성격도 많이 좋아졌었다.
슬슬 스스로 꾸미는 법도 알게돼고 자신감도 올라갈 무렵
같은 수업을 듣는 3살 위 누나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빠 였음.)
그래서 뭐 이러쿵 저러쿵 2살 어린 여자애한테 (당시 난 모쏠이었음)
어떤걸 선물해줘야 하느니 어떻게 연락해야하느니 물어봤었다.
근데 이 여자애가 점점 사적인 연락도 많이 오고 (천식 기가 있었고 내가 그것 때문에 걱정을 해준다던가 그런적은 있음)
나를 껴안거나 그럴때마다 주위 시선이 조금 신경쓰여서 억지로 떼어놓곤 했음 (결정적으로 얘 내 스타일 아니었음)
그러다가 자꾸 이른 새벽에 울면서 연락이 왔었다. 숨이 안쉬어져서 잠을 못자겠다고..
한번 두번은 받아줬지 갈수록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짜증을 냈었지
"내가 의사도 아니고, 들어주는거 밖에 못하는데 그것도 한번 두번이지 똑같은걸로 잘시간에 이러니까 나도 짜증나려 한다." 라고
그렇게 그 뒤로 걔가 나한테 뭔가 어느정도 거리를 두는거 같았는데
어느 순간 얘가 술을 빨았는지 카톡으로 나한테
"오빤 내가 여자로 안보이지?" 라고 함 (난 당시 고작 20살 이었지만 미자들한테 눈이 안갔었음)
그래서 "어 그냥 편한 여동생 같은데." 라고 하니까
걔가 알겠다고 했음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 몇일? 1~2주? 쯤 지났나?
자기 친구를 소개시켜 준다고 하는게 이닌가.
속으로 '그래, 뭐 나가보는거 정도는 괜찮겠지' 해서 승낙을 했지 흔쾌히.
(어차피 눈독들이던 3살 위 누나에게는 대차게 까이고 찌질거리던 시기였음)
그래서 걔가 좀 시외에 살고 나는 광역시에 사는데 버스터미널에 데리러 갔음
와 근데 걔가 엄청 꾸미고 온거야 화장이라던가 옷도 엄청 이쁘게 하고오고 ㅋㅋㅋ
(그래도 원판은 그렇게 예쁜애가 아니었음)
나는 그냥 되게 편한마음에 친해지고 연락 주고받고 마음에 들면 본격적으로 만나보려는 생각에
바람막이에 추리닝에 운동화에 스냅백 이딴식으로 입고갔거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완전 실례)
그렇게 만나서 음.. 손을 잡으려다가 뭔가 초면에 그건 실례인거 같아서 걔한테 일단 잘 따라오라고 하니까
걔가 내 소매 옷깃을 잡았음 그 상태로 지하철 같이 타고
나는 그래도 여자랑 데이트(그러니까 친구나 편한사이가 아니라 여자로서 만나는 여자랑) 처음 해보니까..
얼굴을 계속 흘깃흘깃 봤지.. 그러니까 수줍어서 눈을 못 마주치던데 (아니면 걍 부담스러워서 일지도)
밥 먹었냐고 묻고 못먹고 굶었다길래 화덕피자집 가서 옥수수 구이랑 고르곤졸라 나눠먹고 되게 공부만 하던 애 라서
손으로 집어서 먹을려는 엄두를 못내길래 내가 나이프로 살살 썰어서 포크로 찍어서 손에 쥐어줬음
잘 먹더라 냠냠
그러고 갈데가 없어서 (얘가 미자라서 술을먹을수도 없었고 시간대도 애매했음)
동전노래방을 갔는데 요 친구가 막 안절부절 못하고 오들오들 떨고 노래도 안부르고 그러는거야
왜그러는거지? 싶어서 보니까 무릎 아래쪽에 스타킹이 올이 나갔더라고 (크게 티도 안나는데..ㅋㅋㅋ)
그래서 한 4곡 남은거 "야 목아파서 못 부르겠다" 하고 마실거 사러가자고 편의점에 데려감
근데 편의점에 스타킹 팔 잖아 스타킹 및 양말 속옷 가판대가 냉장고 보다 안쪽에 있는거야 ㅋㅋㅋㅋㅋㅋ
그냥 아무말 안하고 냉장고 지나쳐서 더 들어가니까 "어.. 음료수 여기있는데..." 하는거야
그래서 음... 그냥 곁눈질로 흘깃흘깃 보니까 스타킹이 색깔이랑 사이즈가 존내 다양해;;; 커피색 검은색 흰색 뭐 미쳤어 아주
그래서 걔한테 손 딱 붙잡고 (걔가 놀랬나..? 안놀랬나? 기억 잘 안남) "야 내가 일부러 모르는 척 하려했는데 니가 골라야할거같다." 하고
딱 골라서 오길래 계산해주고 근처에 화장실 아무대나 가서 기다려줬거든 갈아입고 올때까지 그러다가 이제 나오는데
애가 너무 부끄러워서 죽을려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진정시키고 어디 앉아서 이야기좀 하다가
"너무 안타깝고 속상해서 내가 챙겨주고 싶었다." 이랬지 내가, 그러고 저녁 싸게싸게 대충 맥이고 집에 보냈거든
그러고 잘 갔냐 카톡이랑 전화 해주고 재밌었다 그러고 말았는데
얘도 좀 집에서 동생 돌보랴, 공부하랴, 막 억압을 받고 지냈는지.. 나한테 막 하소연도 하고 울고 그러더라고
그것도 한두번이지 뭔가 슬슬 짜증나고 그래서..
"너는 왜 맨날 똑같은 문제로 나한테 힘들다고 그러느냐고 나는 니가 생각한거처럼 그렇게 자상한사람 아니다." 라고 짜증냈거든
연락 안하겠다고 하더라고 그 뒤로.
그 때 당시엔 진짜 별 생각없었는데 나이를 먹고 시간 지나고 까여도 보고 차여도 보고 하니까
이 두명이 조금씩 생각이 나더라고 (존나 이기적이고 찌질해보이겠지만 사실인걸...ㅋㅋ)
물론 연락은 안했지만 그냥 얘네들 덕에 뭔가 여자를 위해주는? 그런 사소한 포인트를 배운거같아서 지금 생각해보면 고맙다.
노잼 긴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