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얘들아 고1시절 이야기 쓸 땐 닉네임 바로 못쓰게 해서 닉네임 달고왔어. 사실 달든 말든 뭔 상관이겠냐마는.
나는 워낙 어릴적부터 어린 내겐 벅찬 일이 많았어. 전에 쓴 글에서 언급했듯 초딩때 혼자 생활했을 정도니까. 그래서 그런지 초등학교 때부터 성격이 개판이라 누구 상담해줄 때 아니면 너무 제멋대로로 행동했지. 다행히 주변에 좋은 애들이 많아서 친구는 다른 반에도 꽤 있었어.
그리고 나는 누가 시비식으로 대하면 절대 못참았어. 이게 사건의 원인인 성격이야. 초딩때부터 항상 시비 거는 순간 서랍에 책 가득 찬 책상 몸뚱이에 후려치고 배에 발로 답해준 게 절반이야. 그래서 학교에선 진짜 많이 혼났는데 친지는 나한테 신경 쓸 겨를이 없기도 해서 그냥 넘어갔어.
너무 마른 게 컴플렉스라 운동도 열심히 하고 그러다보니 친한 애 적당히 있는 상태에서 남자중학교로 진학을 하게 됐어. 진학하고 나랑 하도 싸워대서 사이 안좋은 애랑 같은 반이 됐는데 첫날 오자마자 내가 싸이코라는둥 뭐라는둥 하고 난 당연히 못참아서 뺨 치고 한 손으로 목 잡아서 벽에 붙였어. 직접 보여줬으니 말 그대로 미친놈이라고 소문 나긴 했는데, 운동을 하다보니 다행히 그중에서 괜찮거나 소문 잘 모르는 애들은 나랑 같이 놀았어.
그러고도 일 년 동안 많이도 싸웠어. 하도 많이 싸워대니까 당장 싸우는 것도 아닌데 딴 반에서 구경하러 오더라. 다행히 애들 싸움은 판 벌린 애들 선에서 정리되는 풍조가 강했어서 선생들은 그런 일을 몰랐어. 지금 생각해도 학교가 좀 개판이었던 거 같아.
그렇게 일 년이 지나 1이 2로 바뀐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때였어. 1학년 때도 같은 반이었던 애들 중 몇 명이 같은 반이 되었고 개중 좀 모자란 것처럼 보이는 애랑 짝이 됐어. 나도 하도 시비 걸리는 게 질려갖고 겨울 때부터 옆자리 애한텐 적당히 대해주게 됐는데 애는 슬금슬금 시비를 걸기 시작했어. 웃기지만 내가 맘이 좀 여려서 모자라 보이니까 이해하자 식으로 넘겼어. 한 달이 지나고 짝은 바뀌었지.
그리고 평소 같이 영어 시간이 됐어. 나는 진로를 이미 정해놔서 공부를 안하기도 했지만 애당초 못했고 걔도 성적은 안좋아서 세 반이 ABC로 나뉘어서 반을 이동하는 영어 시간엔 같은 반이었어. 반에서도 옆자리였으니까 싶었는지 걔는 항상 옆자리에 앉았어. 그러다 문득 그날엔 내 앞자리에 앉더니 지우개를 빌려달라하더라.
나야 어차피 공부 할 생각은 없고 따로 갖고있는 노트로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수업과 관계없는 걸 적었어. 선생님도 내가 공부 안하는 애인 건 알다보니 그냥 안자는 거로 만족하고 신경도 안썼어. 수업이 끝나고 노트를 집어넣는 나한테 애가 자신의 책을 정리하기 전에 지랄난 지우개를 줬어. 샤프 뚜껑으로 지우개에 구멍을 수십 개 내놨더라고. 순간 열이 뻗쳐서 일어나며 말했지.
"씨발놈아 니 뭐냐?"
그러니까 애가 힐끗 보더니 "왜? 불만이냐?" 이랬어. 그순간 눈 돌아가서 걔 뒤통수를 왼손으로 붙잡고 책상에 미친듯이 연이어 찍었어. 애가 정신 없이 팔 허공에 휘젓는데 그거 대충 옆으로 비켜서 안닿게 하고 막 찍었어. 돌아온 다른 반 애들이 "니네 반 가서하지 뭐하냐." 그러길래 나도 걔 뒤통수 붙잡은 상태에서 대충 바닥에 밀쳐서 쓰러트려놓고 책 챙겨서 나갔어.
반 가서 어떻게 조질까 생각 중에 갑자기 애가 뛰어와서 내 앞에 서더라. 애를 인지한 게 너무 순식간이라 상황파악 하기도 전에 애가 내 머리를 향해 오른손을 냅다 찍었어. 나도 놀라서 일단 피하려고 몸을 오른쪽 뒤로 뺐어. 그러고 한 2초 동안 걔는 정지해있었어. 나는 야이 씨발, 하는데 갑자기 얼굴 반이 뜨듯하더라.
또 상황파악이 안되는데 애가 갑자기 뒷걸음질 치면서 도망치려고 하더라. '이 씨발새끼부터 패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책을 옆으로 던지고 걔를 쫓았어. 왼쪽 눈이 제대로 안보여서 조금 뒤쳐지는데 애가 계단으로 내려가더라. 그래서 나는 그냥 계단 제일 위에서 밑으로 한번에 뛰었어. 걔 잡으려고. 심심해서 자주 하던 일이라 난 안착했고 걔는 바로 뒤에서 내가 떨어지니까 놀라서 양 손을 펼쳐서 엉거주춤하게 뻗고 벽에서 잔뜩 쫄아있더라. 별다른 거 없이 그냥 주먹으로 겁나 때렸어.
대충 바닥에 쓰러질 정도 되고 나는 다시 위로 올라가면서 얼굴 슥 만져보니 피가 엄청 나오더라. 심지어 그때도 나오고 있었어. 다행히 어지럽진 않아서 그냥 책 집고 복도 끝인 내 반으로 갔어. 들어가니까 야 너 피 뭐냐? 하면서 본 애들이 겁나 놀라서 오더라. "나도 몰라 그새끼가 찍었어. 심하냐?" 물었지. 당연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꽤 심각했어. 안그래도 다치면 피 많이 나는 이마에 난 상처니까.
애들도 교무실로 가라는데 종례시간인지라 수업종이 울렸어. 아 시팔 수업종 쳤네. 하면서 선생님들 올라오는 중앙계단으로 내려갔어. 그리고 옆 반 선생님이자 수학선생님인 선생님이 나를 보더니 "야 OO아! 너 그거 뭐냐!" 했어.
"다쳤어요."
전후사정 다 생략하고 말했지만 잔뼈 굵으신 분이라 대충 파악하신 건지 더 묻진 않더라. 빨리 내려가자 하시곤 어지럽진 않냐, 얼마나 지났냐 물었어. 나도 그 선생님이랑 대화는 자주 해서 무던하게 다 말씀드렸지. 선생님이 약 대충 발라주시고 솜 주시면서 "대면서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하시는데 내 머릿속에 딱 스쳐지나가는 생각. '아 씨팔 종례지.' 나는 뭐 위에서 기다리면 되겠지? 하는 멍청한 생각으로 교무실을 나와서 반으로 뛰쳐올라갔어.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딱 들어가니까 담임이 여자였는데 아직 내 얘기를 못들었는지 헙 하더니 야 그게 뭐야 무슨 일이야? 하고 놀라서 새된 소리로 말하고 나는 자리에 앉아있는 다치게 한 애 가리키면서 "쟤한테 물어보세요. 일단 계속 종례하시죠." 이랬어.
그러고 잠시 종례 받다가 아까 그 선생님이 벌컥 교실문을 밀어여시더라.
"야이씨 너 왜 여깄어, 병원 가야지!"
진짜 어이없는 표정 하시곤 그러더라. 나도 '아! 병원 가야지!' 하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어서 겸연쩍게 웃으면서 "아! 그래야죠." 하면서 갔어. 담임한테 선생님이 양해를 구했어.
내가 꽤나 돌아다녀서 가장 가까운 정형외과는 알고있었어. 정형외과 가고서 얼마 안돼 친지도 왔고. 수술을 했어. 몇 번 꿰멘 건지 기억은 안나는데 아무튼 수술을 했어. 그때 처음으로 내가 바늘을 무서워하게됐어 걸 알았어. 의사새끼가 뭐이리 많이 다쳤냐고 조금만 틀어져도 눈 찔렸다고 그러니까 와 씨팔 내가 애꾸새끼가 될뻔했네 싶으니 벌벌 떨리더라. 그게 바늘로 공포심이 전도된 거 같아.
내가 핸드폰을 두고 왔는데 그거 때문에 전에 말한 누나가 놀라서 달려왔더라. 나보고 괜찮냐고 안아프냐고 상처 보자고 그러면서 달라붙길래 귀찮아서 "아 괜찮아 이제 밥 먹을 거야." 하니까 같이 먹쟤서 같이 먹었다.
근데 머리를 다쳤으니 머리를 감지 말래. 진짜 그건 너무 괴로워서 그냥 삭발했어. 다음날 누나가 오더니 내 얼굴 보고 너 왜 삭발했냐 미친듯이 웃으면서 묻더라. 하긴 내가 생각해도 더럽게 못생겼어.
이야기는 이거로 끝이야. 여자랑 엮인 썰이 아니라 아쉬울 수도 있겠네. 다음 썰은 외국 간 알던 누나랑 섹스한 썰을 풀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