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떄 신기한 상담받았던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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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떄 신기한 상담받았던 썰

링크맵 0 977 2020.03.19 08:17
막 입학해서 서로 어색했던 봄이 지나 서로에 익숙해 질때가 됐음에도, 잘 모르는 애가 한명 있었다. 감수성이 너무나 풍부해서 교실에서 책읽다가 울기도 하는 그런 친구였어. 마음이 여리고 심성이 곱다는 건 척 보면 알 수 있었지만 그뿐이였지.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가진 아이를 주변에서 그리 곱게 바라보지는 않았어. 여자애들한테는 내숭에 꼴깝으로, 남자애들한테는 대하기 어려워 약간 무시되는 존재였던것 같다. 나도 감수성이 예민한 편이라 그 아이가 지금 어떤 기분일지 이해가 가더라고. 그래서 
주변에서 쑥덕쑥덕댈때 나는 찾아가서 격려하는 말을 해주곤 했다.

어느날 조별 과제를 그 아이랑 같이 하게 됐어. 주변에선 날 격려해주더라고? 그게 좀 기분이 나빴다. 난 그 애가 이래저래 맘에 들었던것 같아. 그래서 분발해서 조별과제를 했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 지금도 조별과제는 하지만 그때가 제일 즐거웠던것 같다. 그리고 과제가 끝난 날 밤이였어. 성공적으로 끝난 과제를 그 아이랑 함께했다는게 기분 좋은 상태였다. 그런데 그 아이한테서 연락이 왔어. 좀 만나서 이야기좀 하자고 말이야.

난 그 연락을 받고 들떴다.혹시 고백받으려나 하는 생각도 강하게 들 정도였어. 부랴부랴 나가서 그 애를 만났다. 우리는 공원 근처의 계단에 앉았고 그 아이가 이야기를 시작했어.

'나 여자아이가 좋아'

?????????

이런 이야기를 듣는건 처음이였어. 난 또래상담이라는걸 오래 해와서 별 고민을 다 들어봤지만 동성애자라는 고백은 
정말 전례가 없었거든. 그리고 그 상황이 내가 기대하던 달달한시츄에이션과 너무 거리가 멀어서 단단히 충격을 받...지는 않았어. 걔가 나보고도 말하길, '충격을 안받은것 같네' 
정말이였어. 이어서 말하길 그럴줄 예상하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나한테 이야기 했대. 내가 신용을 받았었나봐. 그 생각에 조금 우쭐해져서 그럴때가 아님에도 기분좋게 그 애의 말을 계속 들었어.

자기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지, 왜 여자를 좋아했는지, 지금 자신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 모든걸 그날밤에 난 들었다.

웃기지? 내가 별 대단한 일을 하지도 않았는데 걔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난 아무 저항 없이, 아무 판단없이 그냥 듣고만 있고. 확실히 둘 다 이상했다.

그렇게 걔랑 나는 깊은속을 공유하는 친구가 됐어. 처음에 가졌던 이성으로써의 호감은 사라졌고 나는 평범하게 그 친구를 계속 대했지. 그저 여자애들이 그 애를 대하는 태도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구나ㅡ하고 말았고 걔 인생에 더 참견하거나 다시 입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1년 후에 난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들었어.그 아이가 날 엄청나게 좋아했다는거야.콩깍지가 제대로 씌이고 난리였다는 말이 난 믿기지 않았어. 위의 이야기를 보면 걔가 나를 이성으로써 좋아한다는 낌새가 보이나? 난 전혀 몰랐다. 1학년때 날 좋아했던 다른 여자애랑 싸우기도 했다나봐 레즈년이 뭔 남자를 좋아하냐 이런 말도 들었었대.

난 더이상 걔한테 이성으로써의 감정은 없었고 그냥 계속 친구랑 지냈어. 지금도 친구야. 이런게 되는 이유는 우리 둘다 살짝 이상한 성격이라서 그랬겠지.

이렇게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만났던 동성애자는 날 좋아했다가 결국 좋은 친구가 된 그런 사람으로 남게 되었다.

세줄요약
학창시절 호감 가진 여자애가 레즈
그런데 걔가 날 좋아했음
지금은 잘 지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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