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의 일이다
황금같은 점심 시간이 끝나갈 무렵에
다른 반에서 친구랑 노가리를 까다가 교실로 들어왔었다
근데 뒷문 입구 쪽에서 나름 학교에서 아는 애들도 많고 화장도 잘 하는
그런 여자 애들 대 여섯명이서 뭔지는 자세히 못봤는데
한 손에 메로나를 들고 있었던 것 같고 달달한 음식 냄새가 맡아져서
다른 음식도 먹은걸로 보였다
걔네도 수업 종이 울려서 그런지 내가 들어오고 30초도 안돼서 나갔다
평소에도 매점에서 파는 피자 빵이 있는데 그게 냄새가 엄청 심해서
교실에서 먹으면 뭐라뭐라 성질 부렸던 탓이라 좀 짜증이 났다
수업 시작할 즈음이라 뒤따라 들어오던 반 남자애들도 뭔 냄새냐고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지었고
근데 6명이서 그렇게 앉아있는데 뭐라 하기도 그렇고 어쩌겠냐..
여튼 교실로 들어오자마자 음식 냄새가 나서 기분이 안좋았는데
교실 뒤쪽 중앙을 넘어가니까 이제는 라면 부숴먹은 냄새가 진동을 했다
알만한 애 있을거야 무슨 좋은 음식 향이 아니라 냄새라고 부를 코 찌르는 냄새
여튼 그런 냄새를 맡고 교실 뒤 쪽 사물함에서
같이 있던 반 친구들이 냄새나는거 같지 않냐, 라면을 먹었나 등의 얘기를 하고 있는데
내가 짜증이 나면 말을 좀 크게 낸다
약간 큰 소리로 ,"아 반에서 뭘 자꾸 쳐먹나"라고 말을 하니까
옆에서 "쳐 먹어서 미안하다"라는 소리가 들리는거다
뭔가 하고 봤더니 우리 반 여자애였다
뒤에서 두루마리 휴지 돌돌 말아서 쓰려고 하는게 흘깃 보이긴 했는데
면전에다 두고 저렇게 얘기하니까 좀 얼타서 대답한다는게
"응"이었다.
그렇게 약간 애매한 기분을 갖고 창가 쪽에서 아직 교실로 들어오지 않은 반 친구가
축구를 하는 걸 여러명이서 보면서 대화를 하는데
창가 바로 옆 자리에 교실 여자애들이 무리를 지어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아까 '쳐먹어서 미안하다'라고 말한 여자애도 있었는데
내가 말귀를 한번에 잘 못 알아듣는 편이다
약간 둔하다고 해야하나?
애들이랑 얘기하고 있는 뒤에서 뭔가 흉을 보는 어투로 말하는게 들렸다
뭔가 하고 한번 들어보려고 시선은 그대로 친구들을 보고 귀를 기울였는데
"지는 반에서 뭐 안쳐먹나, 존나 짜증나" 등의 내 흉을 보는 소리가 들리는거다
순간 피꺼숏해서 욕이 나올라 했는데 반 여자애들이랑 평소에 서먹서먹한 관계여서
괜히 싸우면 영 좋지 않을거 같아서 참고 넘어갔다
그러다가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고 다들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앉는데
나는 그 때 즈음 빨리 나가서 물을 마시고 돌아왔다
그런데 나갔다가 들어오니까 또 냄새가 진동하는게 아닌가
그 여자애 자리는 중앙에서 맨 뒤였는데 내가 들어오는 걸 확인하고 얘기하는 걸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나는 그 여자애에게 짜증나는 마음도 있고 냄새도 맘에 안들어서 억하심정으로
"아..시발, 냄새 존나 나네" 라는 말을 하면서 내 자리에 앉았다
헌데 내 자리는 그 여자애의 1시 방향, 짝이 있는 자리였어서 정확히 말하면 내 짝의 뒷자리였다.
가까운 자리였는데 그냥 신경쓰지 말자 라는 마인드로 공부 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짝이랑 얘기하는 소리가 들리더라
역시 말투는 찡찡대고 짜증내는 말투
"지는 교실에서 뭐 안 쳐먹나 진짜 어이없어" , "친구가 없어서 반에서 먹어 본 적이 없나보지"
등의 중얼대면서 옆에 여자애랑 웃는 소리가 들리니까 눈 돌아가서 더는 못 참겠더라
그래서 고개만 뒤로 돌리고
"뭐 그렇게 중얼대냐?"
"뭘 중얼대"
"니 뒤에서 계속 중얼 대면서 나 들으라고 얘기하고 있잖아. 냄새 풍긴게 자랑이냐 너는?"
"그래서 내가 미안하다고 아까 했잖아"
"근데 뭐 그렇게 당당하냐 ㅋㅋㅋ?"
"뭘 당당해"
"미안하다는 태도가 그 따구냐?
아까 교실 들어왔을때 남자애들도 냄새 존나 난다고 했는데ㅋㅋㅋ?
뭘 그렇게 뒤에서 짜증난다는 둥 흉을 보냐 남 두고?"
라고 얘기가 오갔다
원래 차분하고 진지하게(거침없이 하이킥 이민용 말투 생각했음) 얘기할라고 했는데
말문이 트이니까 자꾸 흥분해서 빠르게 말하게 되더라;
근데 아까 말했다시피 선생님이 들어오고 수업시간이라 앞에 반장이 조용히 하라고 눈치를 줬다
그래서 화를 죽이고 고개를 다시 돌렸다
자습 시간이여서 다시 할거를 하고 있는데 얼핏 뒤에서 내 이름을 짝에게 되묻는 소리가 들리는거 같아서
뒤를 돌아보니까 걔가 나를 보고 있는거다
"친구야 내가 아까는 말이 좀 공격적이였던거 같고,오늘 내가 기분이 좀 안좋거든 그래서 그랬던거 같아."
"그래"
"그런데 원래 나는 교실에서 뭐 먹는 그런 애가 아니거든? 오늘 처음 그런거야 근데 - - - - -"
이런식으로 대화를 풀어나가는 식으로 말을 거니까 뭔가 침착하게 이성적으로 생각해지게 되더라
뭐 그런거 있잖냐
남자들끼리도 모르는 애랑 확 싸워도 풀 때는 진솔하게 말하고 서로 친해지는 그런거
그래서 나도 저기 근데 부분에서 말을 끊고
"근데 내가 원래 너한테 말을 하려던게 아니야"
"그럼?"
"난 원래 너가 뭐 먹은 줄도 몰랐어 처음에
교실 들어오니까 먹을거 냄새가 확 났거든. 저기 입구 쪽에서 A랑 B랑 누구 랑.
막 음식 냄새 나고 짜증났는데 그러려니 했어.그런데 교실 창가 쪽으로 걸어가다보니까 또 라면 냄새가 확 나는거야
그래서 좀 크게 '교실에서 뭘 자꾸 쳐먹냐'라고 말을 했어
"근데 내가 그때 거기 있었잖아"
"니가 그걸 잘못 알아 듣고서 말싸움을 한거지"
"여튼 나는 평소에 교실에서 막 뭐 먹고 그런애도 아니고 오늘 처음 그런거고..
그러니까 그렇게 얘기 안했으면 좋겠어"
"그래"
"그래 이제 할거 해"
그렇게 얘기하고 이제 앞 보고 내 할일을 할라는데 옆에 짝년이 쪼개는 소리가 난거 같아서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그게 5교시 였거든
7교시까지 뒷자리에서 뭔가 보는거 같아서 뭔가 뒤숭숭하더라 ㅋㅋ
-- 집가는 길에 같은 횡단보도 건넜는데 뭔가 말 걸기도 애매하더라 ㅋㅋㅋㅋ
아는척 하기도 애매하고
그래서 그냥 핸드폰 보는 척 하면서 넘겼었다
별로 재미는 없을거 같은데
모해 가입하고서 뭐라도 쓰고 싶어서 가장 최근에 생각나는 일 써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