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애사가 어떻게 되더라...
아 생각났다
맨처음 연애는 갓 중학교 입학했던 때였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꽤나 먼 중학교로 입학했던지라
아는 애가 있을리가 만무했지
걔는 친구한명 없는 나한테 유일하게 말걸어준여자애였고
처음에는 별 감정없었지만 별일아닌데도 옆에서
히죽히죽 웃고있는 그얼굴이 나중엔 괜히 좋아져버렸다
어린애들 연애가 거의 다 그렇듯 별건 없었어
헤어질때야 문득 깨달은건데 내가 원한건 여자친구가
아니라 여자친구가 있다는 타이틀(?)이였나봐
이별의 순간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도
그 찰나의 순간이 지나갔는데도 아무런 감정도 못느꼈던걸보면
그래도 일년 좀 안되게 만났던거같다
오래만났지 이정도면
그렇게 생애 처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할수있는
연애를 끝내고 겨울방학때 만난 두번째 여자친구
있으면 있는거고 없어도 크게 공허함을 못느껴서
내가 고백할거라고는 생각못했는데
그냥 좀 시크한 애였다
그나이때애들 어지간하면 다있을 허세도 한번
굽히고 고백할정도로 예뻤고 내가 좋아하는 긴생머리 여자애였어
처음에는 나혼자 좋아하나 불안하기도했지만 나중엔 이것저것
잘챙겨주기도하고 그 쿨한 성격에 나름 애교도 부려주길래
안심하고 나도 너한테 나름 최선을 다했다
나름 진지하게 하는 얘기라 이 글의 웃음포인트는
머리에 피도 안마른 중딩이 연애에 최선을 다하네마네 하는부분이
다일꺼같다
사람이 탔다같은거 기대하고 들어온거면 유감이야 ㅇㅇ
그리고 얘랑 이별한건 자의가아닌 강제적인 상황이였지
아버지 직장때문에 이사수준이 아닌 이민을 가야했고
꽤 오래갈듯했던 연애도 흐지부지 끝나고 만다
착한애였어
다시 한국에 잠깐 들어갔을때 길에서 우연히 만나고
거긴어떠냐, 힘들지않냐, 나랑 헤어지고 누구는 또 안만나냐
하나하나 물어봐주고 들어가주면서 얘기했을때
너는 내가 정말 좋아했구나 싶더라
그때 너랑 헤어질때 제대로 못했던 사과
잊어버리지 않고 했던건 지금생각해도 다행이야
그리고 타국 생활도 어느덧 삼년째
여자친구는 개뿔 친구도 몇없지 지금도 ㅋ
그럴만도해 자업자득이야
이 깡촌에서 그나마 비슷한 또래애들모이는
교회모임도 안나가지 다니는데라고는
학교 학원 운동에 친목도모 비스무리한건
시도조차안하면서 여자친구가 있는게 이상한거지
그러고보면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어
사람이 배가 고프면 알아서 뭐라도 해먹고
추우면 옷이라도 껴입고
그상황을 해결할려면 뭐가 됐든 일단 하고보는게
사람인데 그러지도 않았다는건 연애할 생각이 없었단거지
그리고 요즘은 정말 연애랑은 거리가 멀어져버렸어
생각이 이래저래해서 너무 많아졌거든
한국에있는 친구들은 어느새 자기들만의 길을 걸으려하고있더라
초등학교때부터 봐왔던 애들이라 그런지 느낌이 괜히 더 이상해
나랑같이 계속 어리기만할것같았던 애들이
정확하게는 그러길 바랬던 애들이 어느덧 나만큼 커서
자기들이 원하는 대학에 가려 공부하고
대학에 흥미가 없는애들은 심지어 직장까지 알아보고있는판국에
나만 계속 제자리 걸음인거같아
미국의 수능이라는 act랑 sat
처음봤을때 act는 36점만점에 10점 초반나왔었는데 ㅋㅋ
지금은 27점 나오는거면 나한테도 발전이 있었다는거겠지
근데 정말 그런건지 확신이 안들어
다들 나보다 앞서서 자기들이 원하는 곳에 도달해가고있는거같은데
나만 계속 뒤쳐지는기분이야
원만했던 교우관계마저도 여기온 이후로는 그닥;;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랑도 이제 공감대가 형성이 되질않아
한마디로 마음에 여유가 안생겨
앞서나가는애들과 격차를 좁히려면 무엇보다
절대적으로 필요한건 내 의지인데
그 격차가 너무 까마득하게느껴져서
의지는 개뿔 너무 무기력해
앞이 안보여
미래가 너무 불투명해
생각하고있으면 떨리는 이 감정이 너무 ㅈ같아서
떨쳐내버릴려는데 그것도 안돼
이런 병신같은 내가 기댈수있는 몇안되는 사람중 하나에게 고백을 받았다
뭐하나 빠지는게 없는애다
얼굴예뻐
성격좋아
친구많아
공부도잘해
진로도 정해져있어
이럴꺼면서 왜나보다 나이는 또 한살어려서...
내가 기대고 있는 저 사람이 내 고민에 공감해줄수있어?
중요하지않았다
공감해주는척이여도 좋았고
듣지않아도 좋았다
그냥 내가 얘기할때 그애는 듣고 있어줬다
이런애가 나한테 고백을했다
"오빠 우리 처음만났을때 기억나?"
"나 처음오고 제일 먼저 본게 너였지"
"그럼 내가 그때 오빠랑 동갑인줄 알고 볼꼬집고 그랬던 것도 기억나?"
"왜 안나겠어
미국오고 그때처럼 웃긴때도없었는데"
"다아네?"
얘는 또 오늘 왜이러나 싶었다
"다 알지"
"그럼 내가 오빠 좋아하는것도 알아?"
지금생각해보면 너무뜬금없는 그 무대뽀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기도한다
근데 그때는 당황해서 저말에 대답을 못찾았어
왜 대답이 없냐는데도 계속 어버버거리니까
자기가 계속 말을 이어가더라
"걍 오빠랑 이런저런 얘기하는게 좋아
내가 좀더 들어주는거같긴한데 오빠가
내얘기들어줄때 걍 편하게 얘기할수있어서 좋고
지금처럼 밖에서 얘기할때 추울까봐 옷벗어서
덮어주는것도 좋고 오빠 요즘 운동하는거보면
살도빠지고 얼굴도 나름 괜찮아지는거같고
덩치도 사는거같아서 하핳(자기도 민망한지 진짜 하핳이라했다)"
대답이 안찾아진다
어느덧 금수강산이 두번바뀔동안 살아왔는데
고작 저말 몇마디에 적당한 대답이 안찾아져
많이 답답했을 걔가 날보면서
"나너무 밑도끝도없이 일쳐놨는데 오빠가
어떻게 마무리좀 지어주면 안될까?"
수많은 생각이 지나간다
사실 내미래도 나쁘기만 한건아니야
최선의 점수는 아니겠지만 지금 저점수로도
주립대정도는 들어갈 수 있고 그정도만 들어가도 졸업하면
취업은 보장되겠지
근데 얘는?
얘가 이렇게 소박한애야?
act33점에 얼굴예뻐 성격 좋아 의대 목표로 잡아놔
남자꼬이는건 당연지사 나보다 훨씬 잘생기고
능력좋고 그런 남자애랑이나 어울리지
그냥 나도 좋다 하면 안돼?
이렇든 저렇든 어쨌든 난 아직 고딩인데
그냥 이런예쁜애랑 연애도 한번 해보고 그럼 안돼?
수많은 생각들이 내안에서 자리싸움을하는데
쥐도새도모르게 생각하나가 입을 열고 나온다
"미안..."
그래 이게 맞는거다
언제까지 어릴꺼냐 쟤는 나보다 더 어리고
어리니까 그 순수함에 잠깐 눈이 가려서 저지른 한번의
실수였다 생각하자
그리고 돌아온건 얘딴에는 정말 쌍욕에 가까운 한마디
"에혀 찐따..."
"사실 오빠 그럴거 어느정도 각오했어
내가 좋아한다고 오빠도 나 좋아하라는 법도 없고
그래도 나정도되는애가 오빠 좋아해준건 나름
감사히 생각해 ㅋㅋ"
나름 능청스레한다고 했을 저 말몇마디가 떨린다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병신같이 애써 쿨한척 웃는다
"나같은게 무슨 연애여 연애는 ㅅㅂㅋㅋㅋㅋㅋㅋㅋ웃기고있네"
나름 괜찮았다
얘기들어주는 애를 잃어버렸는데도
여자애한테 고백을 받았는데 찬 이유가 맘에 안들어서도아닌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병신같은 이유였는데도 별 생각이 안든다
좋지 뭐
운동이나하자
팔굽혀펴기...
매일 백개씩 해도 아무렇지도 않은게 스무개도 못채우고
너무 힘들다
"아씨발 왜이렇게 힘들고지랄이야!"
오랜만에 울어봤다
어... 미국와서 삼년정도 지났는데 그동안
처음 운거같애
"이럴꺼면 씨발 고백할때 처받던가 지입으로
싫다고 씨부려놓고 왜 이제와서 변덕이야 씨발 진짜 좆같이
언제부터 그렇게 어른스러웠다고 씨발 어른인거마냥
대가리 굴려가면서 차고 지랄이야 병신새끼가
대가리에 피도안마른 고딩새끼가 연애한번 해볼수있는거지
씨발 뭔 대단한 고민한다고 후까시잡아가면서
아씨발!!!!!!!!!!"
왜 다른사람일 말하듯 말한지 모르겠다
내일인데
책임전가라도 해보려그러나
울면서 든 생각은 걔한테 미안하단 생각도 있었지만
그래도 꼴에 나는 나라고 고작 그런 이유로 고백도
못받은 내가 불쌍했다
잘몰랐는데 나도 좋긴했나보다 미안한 감정보다
내 감정이 먼저인거보면
형들아
맨날 썰게에 히히덕거릴만한 얘기만 풀어놓다가
오늘 처음으로 누구한테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여기다 물어봐요
나때는 이럴 수도 있는거아니에요?
그냥 내가 제일 뒤쳐진거 같고 그런 기분도 들수있고
제일 중요한시기인거 알면서도 제일 무기력해볼수도있고
그럴수도 있는거아니에요?
그냥 한마디만 해줘요
정말 병신같고 찌질한거 아는데 처음이라 그래요
한번도 안겪어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그러니까 충고가 됐든 욕이됐든 비웃음이됐든
저여자애 잡으라는 말이 됐든 뭐가 됐든 좋으니까
걍 아는 찌질한 동생한테 베푼다 생각하고
한마디만해줘요...
그리고 사람이탔다같은거 기대하고 들어왔을 형들한테는
많이 미안하구 혹시 이글 끝까지 읽어줬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