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c랑 3년만에 다시 카톡을 트게 된 부분까지 썼는데
이어서 쓰겠음
고딩땐 내가 애걸복걸하는 입장이였다면 3년이 지난 지금은
약간 입장이 달라졌음
난 주변에 여자가 걔 하나밖에 없는것도 아닌데 굳이 연락에 목 매달필요가 없어졌음
오랜만에 만났다는 반가움에 연락처를 주고받긴 했지만 더이상 내가 게임에 목숨거는 처지도 아니여서 걔가 넷상으로 어떤 남자들한테 어장을 치던말든 크게 관여치 않았음
계급이나 동향 추이를 볼때 요 근래 몇년간 게임을 거의 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고(닉네임도 3년동안 그대로인걸로 보아 이게 맞았던거 같음) 걔도 이제 본인도 넷상 관계에 크게 노력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난 전혀 관심이 없었음
솔직히 기든 아니든 앞서 말했듯이 얘가 지금 내 뇟속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년전의 10프로도 안됬음 아니, 단언코 5프로도 차지하지 않았음
이러다보니 걔한테 무슨 연락이 오든 하루 이틀이 지나야 읽는 일이 다반사였고 무슨 말이든 리액션도 대충했었음
오히려 3년만에 만난 나의 연락에 이렇게 목매는 모습을 보면서
얘가 현실에 얼마나 친구가 없길래 이럴까 하고 안쓰러웠음
그냥 안쓰럽다는 이유 하나로 연락을 자주하진 않되 끊지는 않는 관계를 유지했음
얘는 내가 3년전처럼 본인한테 목매달아줄 줄 알았나봄
그런데 솔직히 내가 병신 히키코모리도 아니고 나이가 몇갠데 실물도 본적없는 여자 연락에 목매달겠음
날이 갈수록 빈도가 잦아지는 카톡에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했음
어느날 새벽에 이태원에서 술마시고 막차끊겨서 집에 걸어가는 와중에 내가 카톡을 읽지않자 답답했는지 c에게서 전화가 걸려옴
이땐 정말 짜증이나서 만나서 얘기할거 아니면 귀찮게 연락하지마 라고 성질내고 전화를 끊음
다음날 아침에 자고 일어나보니 카톡이 수십통이 와있는데 이땐 얘가 정신병 있는게 아닐까 하고 내심 무서웠지만 그냥 대화창을 켜서 수신된 장문의 카톡을 천천히 읽어봄
요약해보자면 학창시절동안 친구가 별로 없었고 랜선 친구만 수두룩 했는데 성인이 되니까 거의 연락이 끊겨서 외로웠었다고,
그래도 나랑 친했는데 다시 연락이 되서 너무 반가웠다고 대략 이런내용이였는데
다음 말들이 너무 충격적이였음
성은 최가 맞지만 이름은 알려줬던거랑 다르고 사는 곳도 청주가 아니라 제주도 제주시라고 제주도로 올수 있다면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자는 말을 함
불륜썅녀 김민희 주연의 화차의 현실판 인줄 암
그럼 내가 고딩때 한동안 목매달았던 c의 진짜는 과연 어디있었던 걸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허탈했음
그리고 실체가 정말로 궁금해졌음 고딩땐 설레서 보고싶었다면
현재는 그냥 단순한 호기심이 마구 생겼었음
정상적인 남자라면 여자랑 한번 자는게 목적이였다면 서울에서 여자를 꼬시고말지 굳이 제주도까지 가려고 하진 않을꺼임
당일은 비행기티켓이 없었고 그 주 주말에 가장 싼 여행사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넘어감
공항에 마중나오겠다고 얘기했었는데 나는 사진으로만 봤지 실물은 본적 없었기에 혹시나 장기 털리는게 아닐까 무서웠지만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더 컸기 때문에 걱정을 무릅쓰고 짐을 챙겨
마중 나와있는 사람들을 두리번거림
멀리서봐도 딱 눈에 띄는 인상이였음 일단 키가 크고 깡 말랐고
무엇보다 쫙 찢어져서 위로 올라간 눈매가 인상적이였음
벌써 한달가량 지난일인데도 눈사진 여러장 놓고 찾으라고 그러면
지체없이 찾을거 같은 눈매였음
내가 멀리서 손을 흔들어 인사하자 반가워하는 눈치였는데 뭔가 안절부절 하는듯한 느낌?
몇년전까지 넷상에서 매일 보던 사람과 실제로 마주해 인사하니까 감회가 새로웠음
무엇보다 당시엔 어느정도 호감이 있었던 사람이여서 그런지 약간 그리움? 약간 울컥하는 느낌이 나더라
외모는 분명 사진보다 나았는데 어딘가 나사빠진 아이마냥 구는게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좀 더 궁금해져서 얘기를 더 자세히 듣기위해 택시를 타고 제주시에 있는 c의 집으로 감
제주도의 번화가는 거의 서귀포시에 위치해 있고 제주시는 호텔이나 숙박시설이 밀집된 곳을 제외하고는 사람도 별로 없고 굉장히 횡함
그런곳을 가뜩이나 외적으로 암울한 분위기의 c와 함께 가려니까 서늘하니 느낌이 이상했음
아파트말고 원룸에 혼자 살고있다는 c는 고등학교 중퇴자라고 했음. 많이들 들어봤을법한 불우한 가정환경이라 이 부분은 뛰어 넘도록 하겠음
때문에 거의 초등학교때부터 방에 틀어박혀 온라인게임만 했었고
대인 관계는 성인이 됬을 무렵부턴 거의 없었다고 봐야 맞는것 같았음.
의외로 방은 깨끗하더라.
쓰레기나 널부러진 옷가지 없이 정리 정돈도 깔끔했고
애초에 냄새가 나는걸 방지하려고 향초도 몇개 가져다 놓은 것 같았음
간단히 챙겨온 짐을 풀고 해천탕이라는 거금의 해물탕을 사먹었는데 이건 내가 샀음. 도저히 얻어먹으려는 의지가 생기지 않더라.
편의점에 들려서 세면도구랑 c가 소주는 못 마신다기에 맥주 몇캔
사서 자취방으로 돌아옴
내 주도하에 대화가 오갔음. 주로 대학생활얘기나 주변 얘기.
무슨 얘길 하던 얘는 신기해 하면서 관심을 보여 말하기는 참 편했었음.
c의 컴퓨터로 맥주마시면서 영화보다가 자연스럽게 관계를 갖음.
이 부분에 대해선 그렇게 자세히 묘사하기는 내가 필력이 딸리고 너무 노골적이라서 자제하도록 하겠음.
제목을 너무 어그로성 짙게 지은게 사실인건 인정함.
여기에 대해선 욕먹어도 할말없는데 그냥 만났던 얘기를 하고싶었음.
다리가 유달리 이뻤다는거. 가슴은 작은 편 이었지만 골반이랑 다리라인이 엄청 예뻤음.
또 후배위보다 서로 마주보고 하는 자세를 좋아했다는거.
그리고 하면서 자꾸 껴앉아 달라고 했는데 본인이 외로움을 많이 타서 그랬던거 같다고 생각함.
첫날이후로 거의 일주일가량 c의 집에 묵으면서 이 생활을 함.
남이 보면 신혼집이라고 오해할 만큼 오붓한 시간을 보냈었음.
먹고 하고 자고. 영화보고 새벽에 산책하고 그런거.
난 비흡연자인데 얘는 담배를 피더라. 집에 냄새 배는게 싫다고 꼭 나나서 피고옴.
사귄다거나 그런 건 분명 아녔음. 좋아서 잤다기보단 난 그냥 나름 내 첫사랑에 대한 미련의 해소였고, 얘는 외로움을 해결할 누군가가 필요했었던 거 같음.
늦은 새벽이 되면 c는 항상 유료인 rpg류의 게임을 했음. 거기서도 신상 속이는 가짜 친목질은 여전한거 같았음.
또 어떤 순진한 애들을 낚아서 어장관리 하고 있겠구나 싶기도 하고
그때나 지금이나 나에 대해 어떤 호감도 없었구나 싶어서
9일짼가에 짐싸서 서울로 돌아옴.
그리고선 한 보름가량 계속 카톡 전화 주고 받다가
집까지 불렀던 남자는 몇 안된다는 되도않는 핑계거리가 듣기 싫고
이전에 갖고있던 신비주의 이미지가 다 사라져서 카톡도 차단하고
연락도 끊음.
그냥 이얘기를 한 이유는
넷상에서 실체에 대한 환상만으로
친목질하는건 동성간이건 이성간이건 별로라는 얘기를
하고싶어서 그런거임.
실제로 알면 생각보다 추악할수도 있고
넷상에 더 비중을 두면 둘수록 c와 같이 어찌보면
밑바닥 인생에 빠질수도 있기 때문임.
그게 뭐가 됫든 어찌보면 c가 내 첫사랑 이였다고도 할수 있고
그래서 그냥 내 첫사랑 얘기 한거임.
1,2 제목 수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