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난 올해 반오십된 평범한 남자사람이야
이런데 글 쓰는거 처음이니까 보기 힘들거나 필력 병신같아도 그러려니 하고 봐줬으면 해.
글이 좀 길어질 거 같으니까 본문 전후로 잡설 보기 싫은 형들은 알아서 눈스크롤로 스킵해 넘겨줘 ㅎㅎㅎ
나 20살때, 부산에서 다니던 고등학교 졸업하고 갓 서울로 대학 갔을때
안그래도 노는 걸 너무 좋아하고 만사 귀찮은 성격때문에 부모님 등골빠지게 벌어 내주신 400만원 쿨하게 대학 재단에 기부하고
1학년 1학기 개강한지 한달만에 자체방학을 해버린 병신같은 놈이야
근데 놀다 보니깐 부모님이 매달 보내주시는 용돈가지곤 좀 모자라더라?
그래서 학교 근처 카페에서 알바를 시작했어
내 기억에 처음 알바 시작할 땐 평일 종일반이었어
아침9시에 매니저형이랑 같이 출근해서 오픈하고 밤12시쯤에 가게 좀 한산해지면 매니저형 혼자 가게보고 난 퇴근했고.
그때 그 카페 알바가 딱 두명이었어. 평일 종일반 나랑 주말 종일반 어떤 나이좀 있는 누나
근데 진짜 아무리 주말은 출근 안한다고 해도 평일에 그렇게 5일연짱 하루 종일 홀에서 서빙하고 돌아다니니까 몸이 얼마 못버티더라
그 특수한 신체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걸린다던 기흉이 터졌고 것땜에 알바 보름정도? 못나갔더니
매니저형이 사장이랑 얘기해서 새 알바를 한명 더 구했다더라고.
그래서 결국 내가 오픈부터 오후4시까지 하고, 그 오후알바가 5시부터 마감까지 하게 됬어
그럼 4시부터 5시사이엔 누가하냐 주작이 날개를 펼치네 소설이네 의심할 형들을 위해 말하자면
그 시간엔 카페가 좀 소강상태라 매니저형 혼자 가게봐도 크게 무리가 없는 시간대였거든.
생각해보면 가끔 손님 없을 땐 매니저형이 나 3시에도 집에 보내주고 그랬네... 무튼
퇴원하고 첫출근하기 전날 매니저형이랑 잠시 이야기나 할까 싶어서 저녁에 카페에 찾아갔어
는 그냥 표면적인 이유고 새로온 알바가 누군지 구경하러 간 게 9할..
카페 문을 짤랑 열고 입구 바로 옆에 있는 주방 앞에서 매니저형 어딨나 기웃기웃거리고 있는데
친근한 알바복입은 처음보는 여자애가 "어서오세요~♥" 하면서 뒤통수에 전령을 날리네?
눈이 딱 마주쳤는데 첫인상이 누구닮았냐면
형들 레걸 구지성 알지? 이 글을 읽을 정도의 남자면 구지성이 누군진 다 알거라고 봐
걔 지금얼굴 말고, 얼굴에 손 좀 덜댔던 리즈시절 있잖아. 그 느낌이랑 비슷했어
머리는 어깨 조금 밑으로 내려오는 어중간한 갈색 웨이브였고
처음 봤을 때 비율이 개쩔어서 그런지 키가 그렇게 안작아보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160 이하였어....
식상한 멘트겠지만 보자마자 오!! 하면서 속으로 박수 겁나 쳤지. 또 그때당시엔 객관적인 얼굴보다 몇배는 더 이뻐보였어
왜냐면 내가 주변에 여자가 진짜 몇 없었어...그렇다고 막 고파가지고 이여자 저여자 말한마디씩 다 걸어보는 그런 성격도 아니어서
언제부턴가 연락되는 여자가 하나둘씩 줄어들더니 급기야 당시 싸이월드 미니홈피 방명록or댓글의 99%가 남자인 남초현상을 심하게 겪었거든
쨌든 서로 안면트고 며칠후 말도 트고 일핑계로 번호도 교환해서 좀 얘기하다 보니까 나이는 스무살이래.
그전까지 가끔 말섞어도 서로 호칭도 없이 막연하게 존칭만 쓰면서 대화를 했거든ㅋㅋ 근데 서로 나이 확인하고나선 야 야 막부름..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걔가 나 자취하던 원룸 바로 옆건물에서 또 혼자 자취를 한다네? ^^....
자취생의 주된 관심사중 하나가 끼니문제잖아
어느날은 그 끼니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었어
나 진짜 돈아낄려고 엄마가 집에서 보내준 김치만 가지고 밥해먹는데, 삼시세끼를 김치로만 해결하다보니까 김치가 너무 빨리 떨어진다....뭐 이런
ㅋㅋㅋㅋㅋ좀 병신같지만 당시엔 현실적으로 좀 진지했던 얘기를 하니까
자기도 부모님이 집에서 김치를 보내 주시긴 하는데 집에서 밥을 잘 안해먹고 거의 학식같은걸 먹어서 김치가 많이 남는다고 하더라;;
근데 그땐 사실 딱히 많이 친한 것도 아니라 그냥 "이야 자취생이 음식을 다 못먹고 남겨 버릴수도 있구나" 하면서 우스개로 넘겼어
그런 소소한 노가리를 80바이트 문자로 까대면서 얘 참 괜찮은 애다 싶었지
근데 얼마 후에 주말에 매니저형이 우리 평일반애들 저녁에 고기나 구워먹자고 불렀어 나도 콜 걔도 콜때렸지
디데이날에 원룸에서 난 그전날부터 밤새 리니지 프리섭 좋나게 하다가 모니터에 정기 다빨려가지고 죽은 시체마냥 뻗어 자다가 시간이 늦어서
뭐 깨자마자 씻는둥 마는둥 대강 모자쓰고 후드티 이딴거 입고 추리하게 고깃집으로 갔는데
걘 아주 뭐 선보러 가는 여자마냥 옷을 입고 테이블에 앉아있네? 그 치마를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는데 치마끝이 일자로 쫙 펴지는게 아니고
약간 다리쪽으로 몰캉몰캉하게 말려들어간? 그런 짧은 치마에 블라우스를 입고선 화장까지 한거야
사실 존나 속으론 이쁘다 개쩐다 우왕우왕굳굳 노래를 부르고 있었지만 그때 내가 가게에서 약간 말없고 과묵한 컨셉이라 닥치고 고기만 주워먹었지
무튼 그렇게 뭔가 부조화스런 차림새로 셋이서 앉아서 처음엔 묵묵하게 고기만 먹었어..매니저형도 그때 스물 대여섯살? 정도였고 뭐
근데 고기에 빠질 수 없는 소주를 한잔 두잔 하다 보니까 슬슬 셋다 말문이 트이더라고
셋이서 고기랑 소주 두세병 마셨나 그러고나서 매니저형은 이제 다시 카페 들어가봐야 된다면서 갔어
그리고 걔랑 나랑 술기운에 겁나 친해져서 막 근처 호프집으로 2차를 갔다?ㅋㅋㅋ
근데 난 주량이 혼자 소주 두병까진 괜찮고 세병째쯤부터 힘들어지는?정도인데
얘가 막 술을 마시는데 별로 안취한거같아서 야 너 술 쎄다?ㅋㅋㅋ 이러면서 계속 짠하다가
어느순간 애가 화장실을 다녀온다고 일어나는겨
슬슬 술에서 쓴내가 느껴지는 타이밍이 되서 혼자 계속 안주 처묵처묵하면서 술깰려고 심호흡하고 그러고 있는데.....
문득 맞은편이 허전해서 생각해보니까 30분전에 화장실 간다고 사라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