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그러니까 내가 2009년 2학기때 경영통계 시간에
교수님께 들은 이야기임.
틀딱이셨던 교수님께서는 첫 수업시간때 커리큘럼 설명 후
공부 안하고 교수님한테 답안지로 편지쓰는 새끼들은 오히려 감점 주시겠다고 선언하심
그러면서 자기가 딱 한번 깊은 인상을 받은 편지 답안지 썰을 푸시는데
십수년 전에는 체육특기생들이 체대가 아니라 각 일반과에 분산되서 들어오는 형태였다더라
그래서 박찬호가 경영학과로 입학했는데
필수과목은 꼭 들어야만 졸업이 가능했기에
박찬호를 비롯한 몇 명의 체특생이 자기 통계 수업을 들었다고 함.
그런데 걔들이 공부를 하겠냐
들어오자마자 꿀잠때리지 ㅎㅎㅎ
당연히 시험때 쓸것도 없고 고개 푹 숙이고 있다가
죄송합니다 한마디 쓴 백지를 내고 나가면서 굽신굽신 하는데
교수님이 그 꼴이 그렇게 보기 싫으셨다더라.
그래서 그 해 기말고사때, 체특생들한테는
내가 니들 공부해서 답안지 채우란 말은 안하겠다. 대신 최소 성의는 좀 보여야지 않겠냐.
니들이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될지, 미래에는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 뭘 할지라도 좀 써라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함 ㅎㅎㅎ
근데 그렇게 말한다고 체특생들이 갑자기 없던 문재가 딱 생기나?
한참 끙끙대다 다들 큼직한 글자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운운 써놓고 도망쳐 나갔지.
딱 한명을 제외하고.
니들도 예상되다시피 찬호박이 꿋꿋이 앉아 뭔가 존나 쓰고 있었다더라.
교수님은 저새끼 저거 반복형 깜지 쓰나 싶어서 한번 글여다 보셨는데 그것도 아니더래
마침내 답안지 한장 다 채운 찬호박이 답안지 내고 깊이 인사하고 나갔음.
나중에 채점하시던 교수님이 찬호박의 답안지를 봤는데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았더랜다.
교수님. 한 학기동안 수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노략이 부족하여 좋은 수업 따라가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교수님께서 미래 계획을 대신 적으라 하셔서, 앞으로의 제 미래 모습을 적어보았습니다.
....라고 시작해서, 메이저리그 건너가서 대투수가 되는 모습까지를 장황하게 적어놨더랜다.
교수님은 그냥 ㅁㅊ놈 ㅈㄹ하네 ㅎㅎㅎㅎ 하고 그냥 D 주셨댄다.
그 이후의 일은 모게이들이 아는 바와 같다.
어째 이치로 학창시절 썰이랑 비슷해서 ㅂㅊ 나올것같은데
저건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이영준 교수님이 절대 실화라고 밝히신 내용이다
그래도 설마 시발 나중에 미국가서 한 이닝에 한 타자한테 만루홈런 두번 맞을 상상은 못했던거같다 ㅋㅋㅋㅋ
뭐 이렇게 조롱조로 쓰기도 했고 교수님도 좀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지만
여기서 찬호박의 삶에 대한 진지함과 노오력이 범상치 않았다는 사실만은 확인할 수 있다.
금융위기 시절 한국인들에게 희망을 준 찬호박 개인적으로 존경한다.